개인횡령 수사에 대운하 반대자료 압수?
MB정부의 '시민운동 죽이기' 신호탄인가

[기획-시민운동 죽이기① 정부 보조금] "부도덕 집단 몰아 반대세력 재갈물리나"

등록 2008.09.24 17:39수정 2008.09.25 09:32
0
원고료로 응원
검찰은 지난 8일 환경운동연합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두 전직 활동가의 개인횡령사건을 고리로 최열 전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등 환경운동연합 전체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먼지털이' 수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돈줄을 옥죄고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겠다는 의도가 섞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정부 보조금 문제로 촉발된 이명박 정부의 시민운동 죽이기 그 현실과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말]
a

최근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치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 각계인사들이 2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시민사회 죽이기, 표적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수십 년 환경운동 해온 내게 검찰이 '비리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검찰은 금명간 나를 소환조사한다는데, 정작 당사자인 나는 소환장도 못 받았다. 느닷없는 검찰의 정부보조금·기업후원금 유용의혹 수사는 내 인생 최대의 명예훼손이다."

정부 보조금과 기업후원금 횡령 혐의로 출국금지된 최열(59) 환경재단 대표는 23일 전화통화에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검찰의 혐의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최 대표는 조만간 변호인단을 구성, 종합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 8일 환경연합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 이후,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이 수사의 칼끝이 시민운동의 상징적 인물을 향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표적 시민운동가 최열 등에게 이미지 타격을 입히고, 시민운동에 도덕적 흠집을 내는 게 이 수사의 목표라는 추론이었다. '회계실수'를 '비리'로 몰아세울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환경연합 전직 활동가 2명의 횡령의혹으로 시작된 이 사건이 최열 전 환경연합 대표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시민운동 진영은 이명박 정부가 사정기관을 동원해 '보조금'을 고리로 '시민사회 죽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정책 사업들에 시비 거는 불편한 존재들에게 일단 도덕적 타격을 입히고, 한편으로는 시민운동의 진을 빼 무력화하려는 데 초점이 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국민혈세 도둑질은 환경오염 주범만큼 나쁘다"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이 바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이다. 한나라당은 23일 논평을 통해 "검찰이 환경연합의 정부보조금과 기업후원금 횡령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일부 자금이 최열 전 대표의 개인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며 "국민혈세를 도둑질하는 것은 환경오염 주범만큼 나쁘다"고 힐난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사장이 바뀌면 통장 명의도 바뀌게 마련인데 나라의 환경을 감시하는 단체 대표가 바뀌었는데 명의 변경을 하지 않은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최씨는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지 말고 숨겨진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고하라"고 충고했다.

또한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간판만 있는 유령 시민단체와 국민 혈세를 낭비한 사이비 시민단체를 발본색원해 국민에게 건전한 시민단체를 되돌려주라"고 제언했다.

<문화일보>는 20일자 오피니언 기사를 통해 "환경연합이 정부 보조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영수증 철조차도 갖추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 보조금은 먼저 신청한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돌 만도 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신문은 "신청 목적 이외의 용도로 보조금을 사용한 시민단체는 보조금 회수를 철저히 하고 상당기간 신청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며 "시민단체는 횡령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할 게 아니라 도덕성을 재점검하라"고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18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시민단체들이 10년간 정부로부터 621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면서 "일부 시민단체는 이를 어디에 썼는지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영수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민세금으로 나가는 시민단체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의 환경연합 수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적시했다.

이 신문은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환경연합을 압수수색했지만 영수증을 모아둔 영수증 철이 없었고, 환경연합 실무자에게 물었더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환경연합 같은 대표 시민단체가 회계 관리는 엉망이었다고 비판한 셈이다.

이와 관련, 환경연합은 이 같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환경연합은 24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막말논평이 점입가경"이라며 "정치적 목적의 의도적 흠집내기와 한나라당의 반복적인 매도까지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은 수사 중인 사건에 결론부터 내리는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며 "최열 전 대표가 사업비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자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서도 "환경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에 가하는 음해와 덮어씌우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증빙서류 일체를 이미 국가기관에 제출했던 우리 단체를 서류 사본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가짜 영수증' 운운하며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조선일보>의 보도방식도 떳떳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확인할 수 없는 검찰 관계자의 실명 없이 보도한 것은 문제이며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허위기사를 날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비켜가기 어렵다"고 쐐기를 박았다.

<문화일보> 등에 대해서도 환경연합은 "<조선일보>의 허위기사를 퍼나르는 행위"로 규정하고 "영수증철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답변했다는 보도 자체가 거짓"이라며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증빙서류 원본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분명히 했다.

<문화일보> 등은 기사작성의 기본인 사실확인부터 제대로 해야 하고, 기초적인 사실조차 왜곡해 음해와 덮어씌우기로 일관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를 그대로 흉내 내려 든다면 시민단체 죽이기에 가담하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간주하고 응분의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환경연합의 문제를 시민단체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면서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시민단체가 621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영수증철도 없이' 썼다고 보도했지만, 정작 이들이 타깃으로 삼는 정부·기업 감시운동 단체 가운데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제정된 9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은 참여연대는 물론, 함께하는시민행동도 신청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따르면, 경실련도 2003년부터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으며, 녹색연합도 2000년부터 재정자립 원칙을 세워 지자체 교부금이나 행정안전부(옛 행정자치부) 공익사업에 응모하지 않았다.

a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정부 지원금 49억원 가운데 가장 큰 지원대상은 '새마을'

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 1일 발표한 '2008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사업 지원대상 선정내역'을 살펴보면, 정부 지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단체는 새마을운동중앙회와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다. 과거 관변단체로 지목됐던 단체들이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라 정부가 올해 배정한 117개 단체, 133개 사업, 49억원의 공익사업 지원예산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단체는 새마을관련 단체로 모두 2억3200만원을 수령했다.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받은 단체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다. 1억700만원을 받았다. 그 외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단체는 GoodJob 장애인자립 생활센터로 75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을 제외하면, ▲(사)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5000만원) ▲한국자원봉사협의회(6000만원) ▲한국생활안전연합(6700만원) ▲(사)대한민국재난구조협회(6800만원) ▲(사)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6800만원) ▲국제옥수수재단(7000만원) 등이 비교적 금액이 크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돼 사업신청을 하고 지원금을 받은 단체는 ▲대한야생동물생태연구협회(800만원) ▲(사)자연체험학교(900만원) 등이다. 독도유인화국민운동본부도 1000만원을 받았다.

정부 지원금은 전용통장 만들어 체크카드로만 결제

송상락 행정안전부 안전정책협력과장은 "전 사업 모두 사업계획서-중간보고-결산보고 등을 통해 지출내역 전반을 확인하는 제도적 절차가 있다"며 "영수증 첨부와 카드 명세표 등을 일일이 확인한 뒤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크로스체크한 뒤 회계용역 결과보고서를 보관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 모든 단체에게 해당 사업용도의 별도 전용통장을 만들어 체크카드를 통해서만 지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두었다고 했다.

실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르면, 사업계획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단체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환수하도록(제12조) 하고 있고, 허위사실 기재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제13조) 돼 있다.

이 같은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은 왜 시민단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 걸까.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가 사활을 걸고 주력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뜻"이라며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덧칠해 결과적으로는 시민운동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경연합에 대한 압수수색과 최열 전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도 따지고 보면 '한반도 대운하 반대운동'에 대한 탄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의 상징적 인물에 대한 도덕성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대운하 운동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8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운하 반대운동' 회계자료와 회의자료 일체를 압수해간 점도 이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횡령 수사하면서 대운하반대운동 회계자료는 왜 가져가?

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상근활동가의 개인횡령이라는 좋은 먹잇감을 검찰이 쥐고 이를 지렛대 삼아 전 방위로 수사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며 "이미 대운하 반대운동과 관련된 회계장부가 10여개나 검찰에 가 있는데 또 어떤 형태로 이 수사가 확대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안 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CLEAN KOREA'를 내세우며 진보적 시민단체들을 김대중-노무현 10년간 정권과 밀착해 국가예산을 축낸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부도덕한 집단으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목표"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안 총장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실무자들의 개인 수첩은 물론 책상달력까지 포함한 사무처 회계자료 281건과 각종 파일 등 9개 상자 분량의 자료를 압수해 갔다"며 "이 가운데는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회계자료와 회의자료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지난 22일 검찰이 영장 범위를 크게 벗어나 ▲한반도 대운하 관련 자료를 포함해 ▲개인소지물품들까지 압수해간 것은 부당한 과잉수사라며 부당하게 압수된 물품을 돌려달라고 환부신청서를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안 총장은 "이번 검찰의 수사는 통상적인 수사범위를 벗어나 있다"며 "피의사실을 넘어 모든 회계자료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목적이 있으며 사실규명을 가장한 진보단체 탄압수사"라고 규정했다.

a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광준 부장검사) 검사와 수사관들이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 권우성


현 정부에 NGO는 척결대상?... "뉴라이트 감싸기는 자기무덤 파는 격"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NGO는 척결대상이 된 것 같다"며 "기업과 정부 돈을 함부로 쓴 파렴치한 조직으로 몰아세우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하 위원장은 "행정안전부가 최근 정부 지원금을 받는 단체의 회원명단까지 제출하라고 한 적도 있었다"며 "촛불집회 참가자 명단을 색출해 불법집회 조직으로 몰고 그 뒤에 정부보조금을 중단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건전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그저 정부의 전위대에 불과한 뉴라이트만 감싸고 돌면 결국 자기무덤을 스스로 파는 격이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정파조직에 불과한 뉴라이트만 인정한다면 결국 국민들에게 외면 당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모든 게 촛불시위의 여파 아니겠냐"며 "시민사회를 적대적으로 몰아세운들 그것이 정부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그들이 이렇게 밀어붙인다면 이번 기회에 정부기업감시단체들은 아예 정부 지원금 안 받기로 해버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시민단체도 이 기회에 부적절한 관행이 있었다면 이를 고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며 "당장 정부 지원금을 끊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매번 '트집의 명분'이 된다면 차라리 받지 말고 국민들에게 공익운동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시민운동 #이명박 정부 #촛불시위 #환경연합 압수수색 #정부 보조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태도가...' KBS와 MBC의 엇갈린 평가
  2. 2 감정위원 가슴 벌벌 떨게 만든 전설의 고문서
  3. 3 6자로 요약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 노래 들려주고 싶다
  4. 4 누드사진 강요에 '업둥이'까지... '미녀와 순정남', 진짜 괜찮나?
  5. 5 그래픽 디자이너 찾습니다... "기본소득당 공고 맞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