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폭행 일상화...개인화된 성교육 필요"

[인터뷰] <2008 여악여락 콘서트> 인디밴드 '뷰렛' 보컬 문혜원

등록 2008.09.25 15:30수정 2008.09.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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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여성뮤지션들의 축제가 열린다. 이름하여 <2008년 ‘여악여락’ 콘서트>는 사단법인 한국성폭력연구소와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학생회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양희은, 한영애, 자우림, 서문탁, 뷰렛이 나와 '그녀들의, 가장 뜨거운'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유명 참가자들 중 막대뻘인 뷰렛은 2001년 결성된 4인조 혼성밴드다. 2007년 5월 정규 1집 앨범 'My Name is Biuret(내 이름은 뷰렛)'을 내면서 음악팬들에게 과격하고 격정적인 노랫말과 리듬을 선보이며 강렬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그룹이다.

뷰렛의 보컬 문혜원 문혜원의 눈매처럼 뷰렛의 음악은 강렬하고 감성을 자극한다.
뷰렛의 보컬 문혜원문혜원의 눈매처럼 뷰렛의 음악은 강렬하고 감성을 자극한다. 김성경

24일(수) 망원동에 위치한 톤 스튜디오에서 이 그룹의 보컬을 맡고 있는 문혜원씨로부터 한국성폭력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번 공익적 공연에 출연하게 된 배경과 한국의 성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뷰렛의 뜻이 궁금하다.
"뷰렛은 뷰티플 바이올렛(beautiful violet)의 합성어다. 바이올렛은 보라색, 그런 느낌이 드는 음악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이번 공연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소싯적에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에서 '아이러브록앤롤(I love rock'n roll)'이란 노래를 부르면서 임순례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후에 감독님의 권유로 티벳돕기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어떤 분을 통해 이번 공연 소식을 들었다."

-이번 공연은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콘서트라 사회성이 짙다. 그런 관점에서 질문하겠다. 혹시 자라오면서 성폭행과 관련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나.
"성희롱, 성폭행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성폭행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90% 정도는 겪지 않을까 싶다."(여기서 말한 성폭행은 가벼운 성희롱에서 폭력을 동반한 성폭행까지 아우르는 뜻임.)

-예컨대 성희롱의 경우는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성희롱일까. 애매한 문제 아닌가.
"‘강제’와 ‘배려’란 잣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술집에서 술을 따르라고 할 때 강요가 있었다거나 ‘여자가 따라야 맛있다…’ 등의 말은 여자를 불쾌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성폭행 문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여성 피해자들의 침묵이란 지적이 있다. 왜 피해 사실을 숨긴다고 생각하나.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다."

-혹시 가수로 활동하면서 어떤 식이든 성적인 모욕을 받은 적이 있나.
"특별한 건 없다. 그러나 포탈사이트 등에서 올려진 익명의 댓글 표현 중 심한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성관행은 인터넷상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포르노사이트도 원인이랄 수 있다.
"물론 그렇다. 그런데 얼마 전 케이블 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TV가 저 정도라면 인터넷 음란물만 규제해서는 별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최근 장안동이 시끄럽다. 장안동 성매매 업주들은 생존권을 내세우며 성매매방지법을 거부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으로 성매매가 완전히 없어지면 좋겠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성매매의 수요자는 항시 있어왔다. 판매자만 단속해선 안 된다고 본다."

-조만간 길거리에서 함부로 담배를 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10년 전이라면 흡연자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듯이 성문제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문제 해결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초등학교에서 하는 집단 성교육만 가지고는 진짜 알아야 할 지식, 필수적인 것을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알고 싶은 것이 다 다른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성교육 강화가 절실하다고 본다." 

톤 스튜디오의 녹음실 앞에서 뷰렛의 문혜원은 이번 공연에서 <웃지 않는 공주> 등 다섯 곡을 부른다.
톤 스튜디오의 녹음실 앞에서뷰렛의 문혜원은 이번 공연에서 <웃지 않는 공주> 등 다섯 곡을 부른다. 김성경

-성 관련 문제는 특히 가수로서 민감한 주제다. 솔직하게 얘기 해주어 고맙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현재는 뮤지컬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헤드윅>에 출연중이다. 올해 말쯤 어쿠스틱한 분위기가 강화된 2집 앨범이 나올 것 같다. "

-이번에 쟁쟁한 선배 가수들과 공연하게 된다. 부를 노래들은 정했나?
"'웃지 않는 공주' '마마' 등의 노래를 부른다."

-'웃지 않는 공주'의 가사가 퍽 애절하다.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탑 속에 갇혀 세상과 소통이 단절된 공주의 아픔을 표현한 노래다."

덧붙이는 글 | 2008 여악여락 콘서트-이화여대 대강당 9월 27일


덧붙이는 글 2008 여악여락 콘서트-이화여대 대강당 9월 27일
#뷰렛 #문혜원 #2008 여악여락 #여성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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