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 돈 갈취범들 회장에 협박 '모의'

'청부 살인' 동기에 의문 제기... 관련자 중 조폭은 없어

등록 2008.09.27 17:40수정 2008.09.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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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강건택 기자 = 모 대기업 회장의 돈을 떼어먹은 사기범들이 회장 측에 "비자금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하려 모의했다는 진술이 나와 주목된다.

 

또 당초 이 대기업 직원이 조직폭력배에게 돈을 뺏긴 데 앙심을 품고 살인을 청부해 돈을 가로챈 조폭을 죽이려 했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관련자 중 마땅히 조폭으로 지칭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모(39) 씨는 대기업 A사 전 직원 이모(40) 씨의 사주를 받고 회장의 돈 80억원을 가로챈 박모(38) 씨를 납치해 살해하려다 박 씨에게 설득당해 그를 놓아 주었다.

 

이후 윤 씨는 박 씨와 합세해 오히려 이 씨를 협박해 10억여원을 다시 뜯어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씨에게 "당신이 '회장님의 뜻이니 박 씨를 죽여달라'고 말을 하면, 이 말을 녹음해 이 회장에게 가서 돈을 뜯어내겠다"고 제의했다는 것.

 

그러나 이 씨는 이같은 제의에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윤 씨 등의 그같은 발언을 은밀히 녹음해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A사 재무팀의 부장급 직원으로 회장의 개인자금 200억원의 운용과 관리를 맡았다가 이번 사건으로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 등이 A사 회장에게 접근해 돈의 존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 씨 등 당시 사건 관련자들이 이 씨가 관리해 온 돈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이 씨가 돈의 출처가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해 '퍽치기'와 납치 등을 저질렀다고 볼만한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

 

실제로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이 씨가 돈을 떼어 먹혀서 박 씨를 살해하려 했다기보다는 자신이 관리한 돈의 출처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청부살인을 사주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관리하던 남의 돈을 떼어 먹힌 마당에 채무자를 죽인다면 채권을 확보할 방법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이 씨로선 박 씨를 살해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모(37) 씨는 이 씨의 부탁을 받고 작년 5월 강남구 논현동 도로에서 오토바이로 박 씨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검찰은 최근 정 씨를 살인미수가 아닌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애초 정 씨가 오토바이로 박 씨를 들이받은 목적이 박 씨를 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박 씨가 소지하고 있던 모종의 자료를 뺏기 위한 것이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기업 비자금을 조폭들이 뺐었다는 경찰 수사 내용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돈을 갈취한 대전사거리파 조직원으로 경찰이 전한 박 씨는 폭력 전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이 씨의 사주를 받고 박 씨에게 오토바이 퍽치기를 한 정 씨와 박 씨를 납치해 감금했던 윤 씨도 검찰이 관리하는 조폭 계보에 없고 조폭과 뚜렷한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씨가 대전사거리파 조직원들과 어울리며 운전 등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폭력 전과가 하나도 없는 사람을 조폭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A사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조폭 사건으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전망이다.

 

한편 사건의 흐름이 바뀜에 따라 경찰은 최근 이 씨가 관리해 온 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업 회장은 이 돈이 선대에서 물려받은 돈이라고 밝혔지만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되는 만큼 돈의 출처를 밝혀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 firstcircl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9.27 17:40 ⓒ 2008 OhmyNews
#청부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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