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에 사는 주민이 흔히 사용하는 변소. 옛날 한국에서 처럼 변소는 푸대접을 받는다.
이강진
식사 시간이다. 또다시 푸짐한 음식과 함께 아침을 시작한다. 시골의 인정은 음식에서 나온다. 조금 전에 가지고 온 생선으로 요리한 음식이 아침상에 놓여 있다. 메콩강에서 잡은 물고기가 틀림없다. 생선국에는 각종 채소가 들어 있다. 베트남 사람이 즐겨 먹는 박하잎도 있다. 한국 사람 중에는 박하잎을 못 먹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느끼한 맛을 없애주는 박하의 향이 좋다. 특이한 것은 바나나도 국에 들어 있다. ‘바나나 생선국이라고 해야 하나?’ 국에서 바나나를 건져 먹어보니 먹을 만하다.
소화도 시킬 겸 어제 둘러보지 못했던 건너편 길로 산책한다. 그저 평범한 또 다른 시골길이다. 농가 옆 물이 괸 곳에서는 오리가 한가히 노닐고 있다. 연꽃도 피어 있다. 눈을 멀리 돌리니 높은 언덕 하나 보이지 않는 평야가 펼쳐진다. 넓은 들에는 벼가 자란다. 베트남이 쌀 수출국임을 떠올리게 하는 시골의 모습이다.
천천히 오던 길을 돌아오는데 큰아들이 나를 보고 손짓한다. 따라가 보니 주인집 아줌마와 딸이 보트에서 손짓한다. 우리를 위해 이웃집에서 빌린 보트다. 보트가 너무 작아 올라타기가 쉽지 않다.
보트에 오른 우리에게 큰아들이 어디서 따 왔는지 넓적한 연꽃잎을 건넨다. 따가운 햇볕을 막는데 제격이다. 아내에게는 연꽃도 건네 준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노를 젓던 주인아줌마는 집 근처에서 내리고 큰아들이 익숙한 솜씨로 보트를 젓는다.
연꽃잎으로 해를 가린 우리는 메콩강 지류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큰 보트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가 탄 조그만 배는 위험스럽게 기우뚱거린다. 강변에서 따주는 이름 모를 열매를 맛보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본다.
보트에서 내려 집으로 와 보니 주인아줌마는 바나나를 따서 손질하고 있다. 무엇인가 주어서 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시골의 인심을 다시 떠올린다. 바나나를 잔뜩 비닐포대에 담아 준다. 정성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