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의 마음까지 녹여준 얼큰한 꽃게매운탕

주말에 먹는 꽃게 매운탕

등록 2008.09.29 11:49수정 2008.09.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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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동통 게살 ..

오동통 게살 .. ⓒ 정현순

▲ 오동통 게살 .. ⓒ 정현순

"후루룩 쩝쩝, 후루룩 쩝쩝~~~ "

게살을 파 먹느라 모두가 아무 말도 않고 먹는 소리만 요란스럽게 들려온다.가끔씩 '으지직 으지직' 게껍데기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진다. 하여 집에 일찍 들어오는 식구들을 위해 얼큰한 꽃게 매운탕을 끓이기고 했다.

 

지난 추석에도 꽃게매운탕을 끓였었다. 그날은 딸아이네도 와서 그런가 눈깜짝 할 사이에 가장 큰냄비에 한가득 끓였는데도 저녁 한끼에 모두 동이 나고 말았다. 하여 그날도 좀 더 넉넉히 할 것을 하는 생각이 들어서  꽃게매운탕을 끓이기로 한 것이다.  꽃게 매운탕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음식이니 말이다. 주말에는 아들도 오기도 하고.

 

토요일 일찌감치 시장에 갔다. 요즘은 꽃게와 대하가 많이 나오고 있기에 다른 때보다 가격이 많이 싸졌다.  꽃게 1,5Kg에 10000원을 주고, 맛있는 육수를 내기 위해 대하도 몇마리 샀다. 깨끗이 손질을 하고 반으로 잘라 새우, 고추장, 고추가루, 소금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친구 결혼식에 갔다온 아들이 들어왔다. 아들은 코를 끙끙 거려가면서 "엄마 이게 무슨 냄새지? 냄새가 좋은데"하며 주방으로 들어온다. "어 꽃게탕!엄마 아직 멀었어요?"하며 재촉한다."조금만 기다려 끓기만 하면 돼"

 

a 대하를 넣은 꽃게매운탕, ..

대하를 넣은 꽃게매운탕, .. ⓒ 정현순

▲ 대하를 넣은 꽃게매운탕, .. ⓒ 정현순
a 호박, 양파, 고추장, 고추가루, 소금,후추 넣고  ..

호박, 양파, 고추장, 고추가루, 소금,후추 넣고 .. ⓒ 정현순

▲ 호박, 양파, 고추장, 고추가루, 소금,후추 넣고 .. ⓒ 정현순

a 보글 보글 꽃게매운탕 끓는 냄새가 진동하네~~ ..

보글 보글 꽃게매운탕 끓는 냄새가 진동하네~~ .. ⓒ 정현순

▲ 보글 보글 꽃게매운탕 끓는 냄새가 진동하네~~ .. ⓒ 정현순

매운탕이 끓자 준비해 놓은 호박, 양파와 마늘 넉넉히, 파, 후추를 넣고 끓였다. 달랑 김치한가지 놓고 꽃게 매운탕 냄비채 식탁에 올려놓았다. 마음껏 먹으라고. 다른 반찬은 신경도 쓰지않고 손이 매운탕 냄비에서 들락거린다. 꽃게 껍데기가 냉면그릇으로 두 그릇이나 나왔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먹던 아들이 "엄마 음식할 때 다시다 안넣지?" 하며 묻는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그럼 우리집은 조미료 안쓰지 "한다. 난 " 그렇지는 않아. 될 수있으면 안 넣으려고 하는데 찌개에는 조금씩 넣어. 왜?" "아니 음식맛이 느글거리지 않아서" "넌 식당밥을 많이 먹어서 화확조미료에 중독되었나보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아들이  왠지 안쓰러웠다. 아들은 기숙사에 있다보니 회사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 할 때가 대부분이다. 하여 주말에 집에 오면 김치만 하고 밥을 달라고 할 때가 일쑤이다. 그러면서 "역시 집에서 만든 김치가 최고라니깐"한다. 난 아들아이한테 "많이 먹어라"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a 게딱지에 밥도 비벼먹고 ..

게딱지에 밥도 비벼먹고 .. ⓒ 정현순

▲ 게딱지에 밥도 비벼먹고 .. ⓒ 정현순

 또 아들아이는 "난 집에만 오면 무엇이든지 다 맛있어. 체중이 1~2Kg이나 늘어서 간다니깐" 라고 말하는 아들아이가 더 안쓰러워졌다. 하긴 아들아이가 집에 올 때면 얼굴이 헬쓱해져서 오곤 한다. 아무리 식당 밥이 맛있다고 해도 집에서 먹는 밥만 하겠는가?

 

그런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난 주말이면 식단에 더욱 신경이 써지는것이 사실이다. 쌀쌀한 날씨에 꽃게매운탕이 아들의 마음까지 녹여 주었나보다. 다른 날과 달리 아들과 함께 많은 말을 주고 받았다.

#꽃게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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