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 쑥부쟁이에 앉아 있는 노랑나비가 마음을 안쓰럽게 합니다.
임윤수
뚝 떨어진 기온에 반소매 밖으로 드러난 팔뚝이 오톨도톨한 피부로 대응합니다. 까칠하게 돋아있는 닭살을 쓱쓱 문지르며 걸음을 시작합니다. 몇 분 정도만 걸으면 잔뜩 긴장해 오톨도톨하게 돋아있는 피부가 편안해질 거라는 것을 알기에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포장된 도로를 내려서니 무성한 잡초들이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는 촉촉한 흙길입니다. 정형이 잘된 아스팔트길에서 느끼는 걸음 맛이 밋밋함이라면, 작은 돌들조차 그대로 드러나 있어 울퉁불퉁하기까지 한 흙길을 걸으며 맛보는 걷는 맛은 산해진미에 진수성찬입니다.
뾰족한 돌을 밟았을 때 발바닥이 맛보는 맛은 매운맛이고, 기울어진 돌을 밟아 살짝 미끄러질 때 느껴지는 맛은 새콤하면서 쌉싸래한 맛입니다. 흙살이 두터워 푹신푹신하기까지 한 흙길을 걸을 때 발바닥으로 음미하는 맛은 군침이 돌 만큼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