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원료로만 만든 유기농 과자들.
한미숙
그러면 과연 유기농 식품 잘 팔리나 멜라민이 들어간 품목이 발표된 직후에 동네 마트의 과자 코너에는 '식약청고시 멜라민관련 305개 일시판매중지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알림글을 써 붙였다. 그러니 안심하고 쇼핑을 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알림글만 읽고 갈 뿐 과자를 장바구니에 넣지는 않았다. 그나마 알림글이라도 있는 곳은 마트뿐이다. 아파트 주변 작은 슈퍼마켓에서는 멜라민에 대한 아무런 표시나 언급이 없다. 그러니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챙기고 따져가면서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멜라민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나 역시 장을 볼 때는 중국산을 기피하게 된다. 그래도 가끔은 중국산 콩나물과 두부를 먹을 때도 있었다. 중국산과 국산의 값 차이가 두 배 이상으로 나긴 하지만, 대신 양을 줄여 남기지 않고 귀하게 먹으려고 한다.
동네에서 유일한 유기농 가게를 들러보니 손님 두 사람이 장바구니 가득 물건을 사고 나간다.
"멜라민 때문에 요즘 유기농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나요? 아기 엄마들은 아이들 간식으로 유기농과자나 식품을 더 찾을 것 같은데요?""아니, 그렇지 않아요. 멜라민 얘기는 계속 나오지만, 손님들은 값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취급하는 것은 모두 국산이고 일반매장에서 파는 것과 값 차이가 있거든요. 소비자들은 저렴하면서 양이 많은 것을 선호해요."대전광역시 유성구 송강동에서 유기농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희씨는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을 섞어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양심도 문제가 있지만, 제품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그것들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소비자 의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식으로 통밀 식빵과 감자로 만든 과자 두 개를 샀다. 우리 밀과 옥수수가루·현미유·고구마전분이 들어간 원재료가 모두 국내산이다. 미국산 밀가루에 백설탕·쇼트닝·혼합식용유에 산도조절제와 합성착향료가 버무려진 과자에 길든 내 입맛에 통밀 식빵은 네 맛도 내 맛도 없었다. 하지만 씹을수록 구수하고 입맛 끝이 담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