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와 예슬이가 적색쌀이 자라는 벼논에서 신기해하자 강대인 씨가 낟알을 건네며 직접 까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이돈삼
강씨가 유기농 농사를 시작한 건 지난 1977년. 그의 부친이 농약중독으로 피를 토하고 쓰러져 3년 만에 세상을 등지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무조건 농약 한 방울, 제초제 한 줌 안 쓰고 농사를 했다. 유기농업이라는 용어도 없던 때였다. 수확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주변에서 미친놈 소리도 들었다. 시장에서도 그의 쌀은 늘 헐값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979년부터선 아예 유기농업으로 전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질 좋은 쌀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소비자들이 한 명씩 알음알음으로 사갔다. 1986년에는 유기농 식품회사인 풀무원에 납품도 들어갔다.
그는 파종은 물론 김매기, 수확 등을 최상의 날짜에 맞춰 우주의 기운까지 받아들이는 '생명역동농법(바이오 다이나믹농업)'을 택했다.
"생명역동농법은 사실 우리의 전통농법입니다. 우리 조상들도 손 없는 날, 고초일(枯焦日) 등 하늘의 기운을 감지해 농사를 지어왔어요. 파종과 모내기, 수확 등 모든 일을 최상의 날짜에 맞추는 것이지요."그는 작물이 우주의 기운은 물론, 사람의 기운까지 받고 자란다고 믿는다. 농사 또한 하늘과 땅과 농부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작물을 볼 때 절대 객체로 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농작물을 자신으로 여기며 키우고, 거기서 나는 농산물도 자신이라고 믿는다.
이는 아침마다 밝은 마음으로 논에 나가 벼에 이야기를 하며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 이어진다. 씨앗을 뿌릴 때도 가장 기분 좋은 날, 기쁜 마음으로 한다. 씨앗의 파종단계가 그 작물의 일생을 결정한다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