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6)

― ‘야생 원숭이의 생태’, ‘어젯밤의 결심’, ‘털의 파편’ 다듬기

등록 2008.10.02 17:55수정 2008.10.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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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야생 원숭이의 생태

 

.. 교토대학교 영장류 연구소의 학생과 교수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이 일대에서 야생 원숭이의 생태를 관찰하고 있었다 ..  <여기에 사는 즐거움>(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 도솔,2002) 94쪽

 

 “이 일대(一帶)”는 “이 둘레”나 ‘이곳’으로 다듬어 줍니다. “오랜 기간(期間)에 걸쳐”는 ‘오랫동안’으로 다듬고요. “야생(野生) 원숭이”는 ‘들원숭이’로 손보면 어떨까요. ‘들개-들고양이-들짐승-들새-들오리’처럼 쓰고 있으니까요. ‘관찰(觀察)하고’는 ‘둘러보고’나 ‘살펴보고’로 다듬습니다.

 

 ┌ 야생 원숭이의 생태를

 │

 │→ 들원숭이가 어떻게 사는지를

 │→ 들원숭이 한살이를

 └ …

 

 이 자리에서는 “들원숭이 생태(生態)를”처럼 다듬어도 어울립니다. ‘-의’만 덜어내면 되어요. 마음을 조금만 기울여 주면 ‘생태’도 ‘한살이’로 다듬을 수 있는데, 제대로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들원숭이의 한살이”처럼 ‘-의’가 들러붙습니다. 그래서, 아예 “들원숭이가 어떻게 사는지”처럼 풀어내도 괜찮아요.

 

ㄴ. 어젯밤의 결심

 

.. 어젯밤의 결심이 굳건한 걸 확인했다 ..  <허수아비의 여름휴가>(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 양철북,2006) 9쪽

 

 ‘결심(決心)’은 ‘다짐’으로 다듬고, “굳건한 걸”은 “굳건한 줄”이나 “굳건함을”로 다듬습니다. ‘확인(確認)했다’는 ‘되뇌었다’나 ‘살펴보았다’로 손봅니다.

 

 ┌ 어젯밤의 결심이

 │

 │→ 어젯밤 다짐이

 │→ 어젯밤 했던 다짐이

 └ …

 

 토씨 ‘-의’를 붙일 만한 자리에 알맞게 붙이면 아무런 말썽이 없습니다. 알맞게 붙이지 않고 얄궂게 붙이니 말썽이 생깁니다.

 

 어젯밤에 무슨 다짐을 했다면 “어젯밤 했던 다짐”이라고 말합니다. 짤막하게 끊어서 말하고 싶으면 “어젯밤 다짐”이라고 말하고요.

 

ㄷ. 털의 파편

 

.. 포유동물에게서 떨어져 나온 털의 파편 ..  <자연 관찰 일기>(클레어 워커 레슬리,찰스 E.로스/박현주 옮김, 검둥소,2008) 55쪽

 

 ‘포유동물(哺乳動物)’은 ‘젖먹이짐승’으로 고쳐 줍니다. ‘파편(破片)’은 ‘조각’으로 다듬을 말인데, 털에서 떨어져 나오는 조각이라면, 아무래도 ‘부스러기’나 ‘낱’으로 고쳐야 걸맞습니다.

 

 ┌ 털의 파편

 │

 │→ 털 부스러기

 │→ 털낱

 └ …

 

 생각해 보니 ‘실낱’이라는 말을 씁니다. ‘낱’은 뒷가지가 아닙니다만 ‘털낱’처럼 적으면 제법 어울립니다.

 

 또는, 이 보기글을 “젖먹이짐승한테서 떨어져 나온 털”이라고 다듬어 줍니다. “털의 파편”이라면, “짐승 몸에 나는 털 한 올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가 될 텐데, 이런 부스러기를 우리가 두 눈으로 알아볼 수 있을는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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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02 17:55ⓒ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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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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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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