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10.04 10:30수정 2008.10.04 10:30
Wanglieng school의 선생님들은 6시가 되면 어김없이 교실문을 열기 위해 학교로 출근한다. 아이들의 공간을 한시라도 빨리 개방해주려는 생각일 터. 덕분에 학교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언제든지 날 맞아주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매일 8시가 지나면 행해지는 국기게양식. 특이한 건 모든 행사의 진행부터 훈시(?)까지 학생들이 진행한다는 것, 저학년 학생들의 돌발행동(?)을 염려하는 선생님 한 두 분을 빼고 선생님의 존재란 없다. 한국 교육과정상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새롭기만 할 뿐이다.
오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탈을 만들고, 탈춤을 추고, 이름표를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날이 거듭될수록 아이들과 친화력이 좋아지는 팀원들, 처음에도 수줍어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먼저 다가오기 시작한다.
전날 웃는 게 힘들다며, 즐길 수 없는 상황에서 웃어야 하는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투정부리던 팀원들이 어느 새 그들과 동화된 채 풋풋한 미소를 보인다. 서서히 적응하며 소통하지만 본인들은 정작 모르는 것. 나 역시 미소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으면 어김없이 유치원으로 달려간다. 아이들을 돌본다는 미명하에 아이들이 낮잠을 잘 시간에만 가는 '고', 3번째 방문하니 아이들이 자리도 깔아주고, 베개도 준비해준다. 곰같은 덩치를 가지고 낮잠자러 오는 단순한 외국인을 선생님은 반갑게도 맞아준다. 아이들의 등을 몇 번 두들기다가 같이 잠든다.
오후, 태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다. 간단한 인사법, 자기 이름 소개, 숫자 등을 게임이나 놀이와 접목시켜 가르치는 걸 고민해본 라온아띠 태국, 아이들의 호응이 항상 좋아서 별 걱정은 안하지만 어떻게 소통하는게 서로에게 효율적일까 고민해본다.
Wanglieng school에선 우리에게 한국어 교재를 만들어주길 희망했다. 난 태국에 있는 한국어 교재 책을 치앙마이 YMCA에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고,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체계적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수업이 다 끝나고 '요'가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자고 말한다. 이게 실로 얼마만에 하는 운동이란 말인가. 학교 중앙 농구코트에서 Wanglieng school의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함께 농구 시합이 시작됐다. 말을 섞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통하고, 땀을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부딪히는 이 순간, 운동이 또다른 언어를 탄생시킨다.
날이 저물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해본다. 미숙해서 왔던 여러 고민들이 조금씩 조금씩 해결된다. 전날보다 훨씬 수월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고, 좀더 적극적으로 놀 수 있었던 팀원들. 하루가 지날 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듯 싶다.
나이가 차면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난단다. 어떻게든 연락이라도 한 통 드리고 싶은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 한 번쯤은 생각하는게 도리는 아닐까. 밤이 늦도록 어두운 밤하늘에 두 분 얼굴을 그려본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야 철이 들기 시작하나 보다.
덧붙이는 글 | 위 일정은 9월 1일부터 9월 5일까지 진행된 라온아띠 태국팀의 일정이며, 그동안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008.10.04 10:3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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