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편치 않아서
.. 내가 그러는 것은 그 분위기가 도무지 편치 않아서이다. 몸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을 때처럼 그런 곳들은 내게 꾸며진 고상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 <손석희-풀종다리의 노래>(역사비평사,1993) 55쪽
"꾸며진 고상(高尙)함을 요구(要求)하는 것이다"는 "꾸며진 아름다움을 바라고 있다"나 "꾸며진 멋을 바라고 있다"로 다듬어 봅니다.
┌ 편(便)하다
│ (1) 몸이나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
│ - 나는 요즘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하다 / 마음이 편하면 몸도 편하기 마련 /
│ 요새 일은 않고 그저 편하게 놀고 있다 / 속 편할 날이 없다
│ (2) 쉽고 편리하다
│ - 막 신는 데는 이 신발이 편하다 / 네게 편한 대로 해라 /
│ 일을 하는 데는 저녁 시간이 편하다 / 사용하기에 편하게 만들어졌다 /
│ 매장의 정리가 잘되어 있어 물건 사기가 편하다 / 읽기에 편하다
│
├ 도무지 편치 않아서이다
│→ 도무지 가붓하지 않아서이다
│→ 도무지 내키지 않아서이다
│→ 도무지 나하고 맞지 않아서이다
│→ 도무지 나하고 어울리지 않아서이다
│→ 도무지 거북하기 때문이다
└ …
누구나 자기가 쓰기에 좋은 말을 씁니다. 쓸 만한 말을 씁니다. 내키는 말을 쓰지 거북한 말을 쓰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을 잘 나타낸다 싶은 알맞는 말을 고르고, 자기 뜻을 잘 펼칠 수 있는 살가운 말을 고릅니다.
┌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하다 → 몸과 마음이 모두 홀가분하다
├ 마음이 편하면 몸도 편하기 → 마음이 가벼우면 몸도 가볍기
├ 그저 편하게 놀고 → 그저 한갓지게 놀고
└ 속 편할 날이 → 속시원할 날이
사람들이 '便하다'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쓴다면, 이 외마디 한자말이 쓰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쓸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며, 이 말이 자기한테 '내키기' 때문입니다.
'거북하게' 느껴지는 '便하다'였으면 쓰이지 않습니다. 이 낱말이 한결 '낫다'고 느끼니 쓰지, '못마땅하게' 느껴진다면 쓰지 않습니다.
┌ 이 신발이 편하다 → 이 신발이 좋다
├ 네게 편한 대로 → 네게 좋을 대로
├ 저녁 시간이 편하다 → 저녁 때가 낫다
├ 사용하기에 편하게 → 쓰기 좋게
└ 읽기에 편하다 → 읽기에 좋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일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가용 한 번 모는 만큼 지구 삶터를 더럽히는 셈이지만, 자가용을 타고 움직이면 한결 낫다고 느끼니 어쩔 수 없구나 싶기도 해요. 걸어서 다니자고, 자전거를 타자고 허구헌날 떠든다고 하여도, 마음에 와닿아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값과 기름값 넉넉히 치를 만한 살림살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자가용을 몰지, 어느 누가 자기 몸을 굴리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겠습니까. 오늘날과 같은 물질문명이 넘치는 때에.
먹고살기 바쁜 때이니, 올바르거나 알맞거나 살갑게 주고받을 말을 찾기보다는, 이냥저냥 뜻만 주고받을 수 있는 말이면 넉넉하다고 느끼지 않겠습니까.
ㄴ. 항상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니다
.. 이것을 누리려면 저것은 감수해야 하는 법이라서 웃는 엄마도 지각이 항상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니다 .. <최은숙-미안,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샨티,2006) 51쪽
'감수(甘受)해야'는 '(달갑게) 받아들여야'나 '내놓아야'로 풀어냅니다. '항상(恒常)'은 '늘'이나 '언제나'나 '한결같이'로 고쳐 줍니다. '지각(遲刻)'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늦는 일이'나 '늦게 되면'이나 '학교에 늦으면'으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 항상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니다
│
│→ 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 한결같이 홀가분하지만은 않다
│→ 언제나 괜찮지만은 않다
│→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 …
우리 나라 학교는 아이들을 너무 닦달해서 아침마다 괴롭습니다. 싱그러운 아침을 좀더 일찍 맞이하며 맑은 마음을 다스려 주는 일은 반갑지만, 입시공부를 하나라도 더 시키려고 아침마다 채근하니 고달픕니다. 이렇게 되면 어느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프겠습니까. 또,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가게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날 까닭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까. 아침이 즐거울 수 있고, 학교에서 동무들과 사귀며 배우는 일이 즐거울 수 있도록 하면 좋으련만. 국민소득이 이만 달러니 얼마니 하고 내세우고 있는 우리 나라인데, 그 돈으로도 모자라서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써야 해서 자꾸자꾸 닦달하고 채근하고 들볶고 밀어붙이는가요. 국민소득 일만 달러 되었을 때에도 얼마든지 넉넉한 살림이었는데, 아니 오천 달러만 되어도 푸짐한 살림인데, 물질 즐거움은 거기까지만 하고 마음 즐거움으로 돌아서 주면 좋겠는데.
마음이 홀가분하지 못하니 몸이 홀가분하지 못하고 맙니다. 마음이 가볍지 않으니 몸이 가볍지 못하고 맙니다. 마음이 바빠맞으니 몸도 바빠맞게 돌아칩니다. 마음에 큰짐이 얹혀서 끊임없이 채찍질을 받으며 앞으로만 뻗어나가도록 내몰리니 몸뚱이는 커지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04 17:0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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