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도 덤비는 가을

[동영상] 옥곡 금천 들녘 가을걷이

등록 2008.10.06 09:06수정 2008.10.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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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이 눈이 시립도록 파랗다.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은 가을바람에 출렁 출렁거리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벼 수확을 마친 널따란 논이 휑뎅그렁하게 보인다. 트랙터가 끌고 다니는 볏짚 묶는 기계의 소리가 들판을 시끄럽게 만든다.

 

농사꾼은 수확을 마친 볏짚을 묶느라 바쁘게 트랙터를 운전한다. 예전에 사람들이 할 일을 기계는 잘도 한다. 사각으로 묶어진 볏단은 겨울나기를 하는 소나 돼지에게 중요하게 쓰인다고 한다.

 

a 볏짚 묶기 트랙터에 이끌려 가는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볏짚을 묶고 있습니다.

볏짚 묶기 트랙터에 이끌려 가는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볏짚을 묶고 있습니다. ⓒ 조도춘

▲ 볏짚 묶기 트랙터에 이끌려 가는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볏짚을 묶고 있습니다. ⓒ 조도춘

아버지는 "쌀농사는 하나도 버릴게 없다"고 한다. 유년시절 아버지는 볏짚을 이용하여 초가집을 새로 단장하였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초가 동네가 새 동네가 된다. 마냥 뒤놀던 개구쟁이에게는 정말 기분 좋아지는 계절이었다. 벼 낟알이 거둔 볏짚은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언덕 멀리서 하얗게 피어난 억새가 가을을 손짓한다. 잠자리는 가을을 부여잡기라고 하듯 나무줄기를 꼭 잡고 놓지 않는다. 개울가 따라 듬성듬성 활짝 핀 코스모스에서 풋풋한 가을의 향기가 느껴진다. 여름부터 피는 코스모스는 맑은 가을하늘과 잘 어울린다.

 

10월이면 이곳저곳에서 축제를 한다고 떠들썩하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라는 말은 옛날이 된 듯하다. 이때쯤이면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농번기 방학 주어 농사일을 거들게 하였던 생각이 난다. 농사일도 트랙터 같은 기계가 다 하니 사람의 손으로 거들 일이 별로 없는 샘이다.

 

"남자들게 참깨보다 들깨가 좋아"

 

a 들깨 수확 햇볕에 건조된 들깨를 할머니는 방망이로 두들겨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들깨 수확 햇볕에 건조된 들깨를 할머니는 방망이로 두들겨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 조도춘

▲ 들깨 수확 햇볕에 건조된 들깨를 할머니는 방망이로 두들겨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 조도춘

망덕 전어축제장을 돌아 국도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옥곡 금촌 들을 지나가는 길가에 시골 할머니는 가을걷이 손놀림이 바쁘다. 들깨수확을 하는 모양이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들깨 수확하는 모습이 떠올라 잠시 차를 길가에 멈추고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이게 뭔가요?"

"들깨요. 들깨"

"깨를 좀 많이 따셨어요?"

"올해 날씨가 가물어갔고 얼마 못했어요."

 

논가며 밭가며 빈 땅을 이용하여 심어놓은 들깨라고 한다. 올해 들어 논 작물 밭작물에 커다란 피해를 주는 큰 태풍 한번 지나가지 않았다. 일부 과일농사며 벼농사는 풍년이 들었다고 하지만 모든 작물에 풍년을 주지는 못한 모양이다. 적당한 비를 필요로 한 들깨역시 가뭄으로 할머니에게 풍성한 수확을 주지 못한 모양이다.   

 

"들깨는 어디에 좋은가요?"

"들깨가요 지름 짜고…. 남자들게 참깨보다 들깨가 좋데요…. 들깨 지름이" 

 

할머니는 남자에게 좋은 것은 참깨에서 나오는 기름보다 들깨에서 나오는 기름이 더 좋다고 한다. 더운 한여름 삼복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먹는 보신탕이며 추어탕에도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바로 '들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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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 지난 3일 광양 옥곡 들녘 가을걷이 풍경을 담았습니다. ⓒ 조도춘

▲ 가을걷이 지난 3일 공양 옥곡 들녘 가을걷이 풍경을 담았습니다. ⓒ 조도춘

어머니도 수확한 들깨를 읍내 장에가 가루로 만들거나 기름을 내어 소주 큰 병에 담아 찬장에 보관하여 시래기 국에 넣거나 각종 나물무침에 참기름처럼 사용하여 영양과 맛을 돋우는데 사용하였던 생각이 난다.   

 

탁 탁 탁…. 깨 더미를 두드리는 할머니 경쾌한 방망이 소리와 함께 여름 내내 깨 나무에서 잘 익은 하얀 들깨 알갱이가 뚝뚝 떨어져 멍석에 수북이 쌓이기 시작한다. 매년 해왔던 일이라 깨 심는 일이며 가꾸는 일이며 가실거지 하는 일은 생활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쉽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벌써 8년째라고 한다. 자식들은 모두 객지에서 생활하고 있어 손수 밥 지어 먹는 일이며 혼자 사시는 일에는 익숙하신 모양이다. 그런데 뜨고 지는 해만큼 매일 지나가버린 세월을 어찌할 수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올해 들어 다리며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한다. 할머니의 바쁜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a 억새 마치 가을의 손짓을 하는 듯 하얀 손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억새 마치 가을의 손짓을 하는 듯 하얀 손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 조도춘

▲ 억새 마치 가을의 손짓을 하는 듯 하얀 손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 조도춘

 

덧붙이는 글 | u포터, 여수미디어코리아에도 송고됐습니다.

2008.10.06 09:0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u포터, 여수미디어코리아에도 송고됐습니다.
#가을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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