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읽고 시비 거는 사람 없을까?

[역사 속으로 떠난 여행 26] 역사비평사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등록 2008.10.08 08:45수정 2008.10.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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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표지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표지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 역사비평사

▲ 표지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 역사비평사

요즘 역사 교사들은 힘들다. 정상적으로 검정을 통과해서 수년 동안 별다른 문제없이 가르치던 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라 낙인찍어 퇴출시키겠다고 위협하는 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속의 특정 구절만 쏙 뽑아내서 북한 교과서를 베낀 것이라 우겨대는 걸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 양반들이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이란 책을 읽으면 게거품 물고 달려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책의 첫 꼭지가 '박정희와 김일성'이다.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해방 후 좌파 조직에 가담했던 되었던 박정희, 소년 시절부터 만주에서 생활하며 해방 직전까지 맹렬한 항일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던 김일성을 비교한다.

 

더구나 위기에 빠진 박정희를 구원해준 인물을 김일성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니, 금성교과서 보고 놀란 가슴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이란 책 읽고 쇼크 받아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따라서 금성 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굳게 믿는 분들은 신경 안정제를 먼저 복용하고 이 책을 읽어보시라 권해주고 싶다.

 

남한이 북한보다 앞설 수 있었던 이유

 

박정희가 집권할 무렵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1인당 총 생산액을 비교할 때 북한이 남한보다 2배 이상 앞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르러 남한이 1인당 총 생산액에서 북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 뒤로 격차는 계속 벌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출발 지점에서는 북한에 비해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었던 남한이 다방면에서 북한을 앞지르며 성장을 거듭했다. 그 이유가 뭘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권위주의체제, 즉 국가건설과 체제수호, 빠른 산업화라는 업적을 갖는 세 정권을 모두 밑으로부터의 저항을 통해 붕괴시킬 만큼 남한 사회의 도전과 갈등은 강력한 것이었다. 이러한 강력한 도전은 국가로 하여금 더 나은 통치 결과를 제공하도록 압박하는 한편, 체제의 결정적 동맥경화와 실패를 방지하고 실수를 교정하도록 해주었다.

 

…(중략)…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의 독재와 전체주의의 지속이야말로 근대화 패배와 경제발전 실패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책 속에서)

 

박정희와 김일성 모두 남북의 대립 구도를 권력 강화에 이용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공간을 크게 억압했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정치적 억압을 저항을 통해 붕괴시킬 만한 밑으로부터의 힘이 존재했다. 이것 때문에 남한은 북한을 앞지를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인물로 보는 남북 현대사

 

해방 63년, 남북 정부 수립 60년이 되었다. 그동안 남과 북은 갈등과 대립을 지배 체제 강화와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우리 민족이 공존하고 번영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는 평화 통일 운동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평화적 공존을 토대로 한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게 남북이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남북이 서로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제일 먼저 서로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남과 북이 추구했던 지향점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너무 다른 남북의 모습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지, 그 역사를 알게 될 때 서로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다.

 

역사비평사에서는 이런 취지에서 남과 북의 현대 인물을 분야별로 비교하는 한 권의 책을 편찬했다. 서로 엇갈린 길을 향해 달려왔던 남과 북의 인물들을 비교해보면서 남과 북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남과 북의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다시 만나야 할 남북의 엇갈린 길'이란 서문을 시작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각 분야의 남북 라이벌들을 살펴보자.

 

박정희와 김일성(한국적 근대화의 두 가지 길) / 최현배와 김두봉(언어의 분단을 막은 두 한글학자) / 염상섭과 한설야(식민지와 분단을 거부한 남북의 문학적 상상력) / 유진오와 최용달(두 개의 민주헌법, 그 비극적 탄생) / 이태규와 리승기(세계성과 지역성의 공존을 모색한 두 과학자) / 이병도와 김석형(실증사학과 주체사학의 분립) / 윤봉춘과 문예봉(이데올로기의 주도자, 또는 영화관의 개척자) / 조택원과 최승희(근대 춤의 이란성 쌍생아)

 

남과 북의 체제 형성 과정에서 일제시대부터 이미 교류하고 있었던 각계의 대표적 인물을 선정해서 비교하고 있다. 이들이 일제하에서 꿈꾸었던 것은 무엇이며, 왜 남북의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뒤바꾸었는지, 남북 각각에서 그리고 남북 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해보고자 한 시도였다.

 

올바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

 

남과 북의 대립을 넘어 평화 공존의 길을 향해 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분단의 세월이 가져다준 비극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역사를 정치와 이념의 도구로 재단하지 말고, 역사적 사실 그대로를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도와주어야 한다. 올바른 역사 이해야말로 올바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출간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8.8 /1만3000원

2008.10.08 08:4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8.8 /1만3000원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 인물로 보는 남북현대사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역사비평사, 2008


#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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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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