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발군의 작가들
.. 서정인, 박상륭, 이청준 등은 <사상계>가 배출한 발군의 작가들이었다 ..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185호(2006.10.5.) 88쪽
‘등(等)’은 ‘들’로 고쳐 줍니다. ‘배출(輩出)한’은 ‘낳은’으로 다듬고요.
┌ 발군의 작가들이었다
│
│→ 뛰어난(빼어난) 작가들이었다
│→ 훌륭한(이름난) 작가들이었다
│→ 손꼽히는 작가들이었다
└ …
말 그대로 ‘뛰어나다’고 하면 좋을 텐데요. 때에 따라서 ‘훌륭하다’거나 ‘손꼽히다’를 쓸 수 있고요. ‘돋보이다’를 쓸 때 알맞는 자리도 있으리라 봅니다. 어느 때 어떤 모습이든지, 말로 치레하기보다는 꾸밈없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수수한 데에 참멋이 있고 덧바르지 않는 데에 깊은 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ㄴ. 발군의 실력
.. “먹고 힘내서 내일 도마중학교와의 2회전 시합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라, 응?” .. <미스터 점보>(김수정, 서울문화사,1990) 149쪽
‘시합(試合)’은 ‘경기’나 ‘겨루기’로 고쳐 줍니다. ‘실력(實力)’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재주’나 ‘솜씨’나 ‘힘’으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 발군의 실력을 보여라
│
│→ 좋은 모습을 보여라
│→ 숨은 힘을 보여라
│→ 훌륭한 솜씨를 보여라
│→ 뛰어난 재주를 보여라
└ …
국민학교 다니던 때부터, 학교에서 듣던 말이 ‘발군의 (무엇)’입니다. 담임 교사나 교장 교감은 늘 이런 말투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다른 동무들은 ‘발군’이 무엇을 가리키는 줄 알았을까 궁금한데, 저는 이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다만, 느낌으로는 ‘뭔가를 좀 잘하는’ 모습을 가리킬 때에 쓰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습니다.
┌ 拔群
└ 빼어나다 + 무리
나이가 어느 만큼 든 오늘날, 아직도 한자말 ‘발군’을 들을 때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아야만 압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拔’이 무슨 뜻을 나타내는 한자인지 알 길이 없기에 옥편을 뒤적입니다.
옥편을 뒤적이고 보니, ‘발군’이라는 말은 “빼어나다 + 무리”로 이루어져 있군요. 한자만 놓고 본다면, “빼어난 무리”로 잘못 읽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한문 짜임새로 된 낱말이기에, “무리에서 빼어나다”로 새겨야 하고, “무리에서 빼어난 무엇”을 가리키는 만큼, ‘남보다 무엇인가를 훨씬 잘한다’고 할 때 이 낱말을 쓰겠구나 싶습니다.
┌ 빼어나다 / 훌륭하다 / 뛰어나다 / 대단하다
└ 엄청나다 / 놀랍다 / 멋지다 / 남다르다
그러나 우리한테는 빼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빼어나다’가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을 가리키는 ‘훌륭하다’가 있습니다. 남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남다르다’와 대단한 사람을 가리키는 ‘대단하다’가 있어요. 구태여, ‘빼어나다’를 가리키는 한자 ‘拔’을 넣어서 지은 ‘拔群’ 같은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拔群’ 같은 말을 쓰면서 ‘빼어난’ 모습을 가리키는 일은, 알맞게 말하고 글쓰는 일을 가로막는 말썽도 있으나, 이보다 말헤픔이 먼저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한테 넉넉하게 있는 말은 멀리하면서 자꾸자꾸 바깥에만 눈을 돌리는 겉치레나 겉발림이 아니랴 싶어요.
우리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거나 아낀다면, 우리 삶을 좀더 애틋하게 돌보거나 추스른다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꾸준하게 나타내거나 가리켜 온 우리 낱말을 알뜰살뜰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한테 없어서 꼭 들여와야 한다면 모르되, 푸지게 있는 데에도 안 쓰는 일은 몹시 어리석은 짓이라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08 20:18 | ⓒ 2008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