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설방송 취소는 언론민주화 산 증거"

청와대, 이 대통령 '라디오연설' 자화자찬... "아날로그 어법으로 IT세대 어루만져"

등록 2008.10.13 16:32수정 2008.10.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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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연설에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메시지'가 없는 연설은 대중을 설득하기 어렵다.

 

13일 아침 공영방송을 타고 전달된 이명박 대통령의 첫 라디오 연설에도 분명 메시지는 있었다. "우리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IMF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이명박 정부가 줄곧 국민과 시장에 전파해온 내용이다. 새로울 게 없는 메시지다. 

 

청와대 측은 "새로운 화두를 던지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MBC의 연설 방송 취소 등의 악재까지 덮쳐 '조급한 이벤트였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

 

아날로그 어법으로 IT시대 감성을 어루만졌다?

 

이명박 대통령. ⓒ 연합뉴스 조보희

이명박 대통령. ⓒ 연합뉴스 조보희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을 띄우기에 바빴다.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끝난 직후인 13일 오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을 찾아 "오늘 라디오 연설 어땠나요"라며 기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 대변인은 "오늘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한 것은 새로운 화두를 던지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아니다라는 걸 쉬운 말로 국민 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뜻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라디오 연설까지는 아니고 라디오 대화라고 하면 될 것 같다"며 "오늘 (이 대통령이) 말한 것을 '아날로그 어법으로 IT시대 감성을 어루만졌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고 자평했다.

 

심지어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최고의 홍보대사"라며 "자화자찬하는 것 같지만 (라디오 연설 이후)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는 올라가고 더 이상 좋을 순 없다"고 환한 웃음까지 터뜨렸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이 대통령의 경우) 교장 선생님론보다는 교감 선생님론이 더 맞다"며 'MB=교감 선생론'을 풀어 나갔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와 관련, 사실 과거에도 교장 선생님론과 교감 선생님론이 양립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정치적 지도자로 큰 틀에서 화두와 아젠다를 던지고, 나머지는 교감 선생님이나 서무국장, 각 학급 주임 등이 챙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대국이나 제국은 아니다. 우리는 중진급 국가로 두 요소(교장적 요소+교감적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겠지만 지난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를 보면 대개는 교감 선생님 형이 더 높이 평가받았다."

 

이어 이 대변인은 "박정희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지나가면서 거기가 어떤 곳이었고 무엇이 들어설 자리인지 등 국토에서부터 나랏일까지 속속히 꿰고 있는 지도자였다"며 "교감 선생님은 학교 큰일도 챙겨야 하지만 3학년 2반 빗자루가 언제 산 것인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세종은 흉년이 들어 아사자가 나온 고을의 수령에게는 제대로 대비를 못했다는 이유로 태형을 쳤다"며 "(이 대통령이) 교장 선생님 같다는 것은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C 연설방송 취소는 살아 있는 언론민주화 증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배재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배재만

하지만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성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방송사 등과의 사전협의가 부족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MBC는 '공영방송의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내부 비판을 수용해 방송을 전격 취소했고, TBS 등은 라디오 연설을 유일하게 방송한 공영방송 KBS와는 다른 시간대에 방송이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동관 대변인은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원래는 KBS와 교통방송만 방송하는 걸 중심으로 생각했다"며 "중간에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방송하겠다고 해서 들어온 것이지 (청와대 측에서)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대변인은 "그런데 방송을 하기로 한 방송사는 내부 사정에 따라 방송을 취소했다"며 "이것이야말로 언론민주화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이 대변인은 방송 시각이 각각 달랐던 점과 관련 "원래 KBS에 맞춰 시간을 맞춘 것은 아니었다"며 "정해진 시간은 없었고 방송사 사정에 따라 시간을 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앞으로 (라디오 연설 방송) 시기가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다시 협의를 할 것"이라며 "이번에은 약간 잠정적 성격, 시험적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융 상황이 워낙 안 좋으니까 안심감을 주는 게 좋겠다고 해서 오늘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의 기대처럼 대통령의 연설이 경제 위기설에 마음 졸이고 있는 시민들에게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는 미지수다. 

 

한편 청와대는 첫 라디오 연설의 반응을 점검한 뒤 격주로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측은 '인터넷방송 등 인터넷매체에도 제공할 생각은 없냐'라는 질문에 "연구는 해보겠지만 원칙적으로 공영방송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08.10.13 16:32 ⓒ 2008 OhmyNews
#이명박 라디오 #라디오연설 #이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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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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