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땅 싹쓸이 사정 무자년 '검찰사화'인가

등록 2008.10.15 11:55수정 2008.10.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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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질서 수호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검찰은 국가기강 확립이라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법적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다. 이러한 중차대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법정신에 의거 형평성과 공정성,정당성,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대원칙에 입각하여 검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특히 일반 형사범과 달리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권력형 부패비리 범죄를 단죄함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검찰권 행사의 공명정대함을 담보하는 생명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정치적 중립은 법치주의 확립 여부를 좌우하는 절대적 조건이다. 때문에 검찰이 권력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않고 검찰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날 권위주의 정권시절 정권유지의 전위대가 되어 반정부 세력과 민주인사들을 탄압하고 정권차원의 부정부패 단죄에는 눈을 감았던 검찰권 남용과 왜곡때문이다. 이와함께 소위 장학금, 떡값, 용돈을 대준 재벌의 보호막 '떡검' 전락, 자신들의 범죄행위는 기소권을 이용 면죄처리한 허가낸 무법자라는 뿌리깊은 부정적 인식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검찰권의 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힘없는 국민들이 자신들에게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검찰이 권력의 방패가 되어 검찰권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권력의 시녀'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이처럼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던 검찰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불완전하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등 독립 검찰의 위상을 되찾아가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기대치를 높여 주었다.

 

보수정권과 권력의 시녀검찰 복귀?

 

 그러나 검찰의 이러한 노력도 이명박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원점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입에서 '권력의 시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검찰의 속성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검사동일체'라는 상명하복의 계급질서, 법적 강제성을 띤 범죄자 수사, 기소 과정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에 있다 보니 독립검찰보다는 정치,시녀검찰이 자연스럽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반세기 동안 보수정권에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보수 중독증에 걸린 나머지 보수 냄새만 맡아도 제정신을 못차리는 탓에 그러는게 아닌가 한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시절 검찰의 보수 중독증에 의한 '시녀 검찰 합병증'을 독립 검찰 특효약을 사용하여 10년에 걸쳐 치료한 결과 고름이 거의 빠지고 새살이 돋으면서 아물어 가는 단계까지 진전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변괴인가. 완치 마지막 고비에 이명박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냄새를 풍기자 그만 고질병인 '시녀 검찰병'이 도져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보수진영이 이구동성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야 한다고 부추기자 이미 넋이나간 임채진 검찰은 콩인지 팥인지 가릴 계제도 없이 정신없이 잃어버린 10년 찾기 대열에 합류하였다.

 

  임채진 검찰은 청와대가 권위주의 보수정권 검찰 본연의 상인 정치권력 종속적 '시녀검찰'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전임 '김대중, 노무현 정권 몽땅사정'이 특효약이라고 코치하였는지 검찰력을 총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국세청과 연합작전까지 펴면서 전방위, 싹쓸이, 저인망, 일망타진, 죽이기식 사정수사에 올인하고 있다.

 

  이처럼 대검중수부, 중앙, 남부, 서부지검, 경찰까지 문어발식으로 사건분담을 하여 몽땅사정을 벌인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도 없었던 한국 검찰 역사상 최초, 초유의 무자년 '검찰사화'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검찰수사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루어 질지도 알 수 없지만 검찰의 먼지털이식 몽땅 수사의지를 볼 때 범털용 포승줄과 죄수 청색정장을 중국에서 미리 수입해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검찰이 감자밭 파뒤집어 놓고 양동이 들고 감자 주워담기식 수사를 벌이는 모습을 볼때 절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더욱이 사정 당국자들이 '전임 정권에 대한 사정수사'가 맞다고 공개 천명하고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니 잡혀 들어갈 숫자가 도대체 얼마나 될지 모른다.

 

  검찰이 사정굿판을 벌인 이후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불려 들어가 주리가 틀린 혐의자들이 부지기수다. 지난 5월 강도높은 수사에 비해 성과가 형편없었던 한국증권 선물거래소 접대비 과다지출 의혹수사, 비자금 조성의혹을 캔다며 국정원 전 2차장출신 박정삼 사장 집까지 압수수색 등 요란을 떨었지만 그럴듯한 결과를 내놓은 게 없다.

 

  그랜드 레저 코리아 수사, 공기업 비리 중점 척결수사로 법석이 일었던 한국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석유공사, 도로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 마시회 압수수색 작전 또한 걸려든 건 개인비리 혐의가 있는 몇몇 중간 간부 뿐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지금까지 수사는 "예열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현재 진행중인 수사에서 대박이 터질지도 모를일이다.

 

  서울 강남서가 건설공사 관련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경태 행정관 비리수사, 대검 중수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최규선씨 해외유전 사업관련 수사와 이광재 의원을 겨냥한 수사라는 설이 난무한 강원랜드와 케너택등 5~6개 업체관련 비자금 조성 및 정치인 로비의혹 수사, 서울 중앙지검 금융조사 2부가 노무현 정권실세 관련 폐기물업체 '부산자원'과 산업은행, 교직원 공제회 등 대출비리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서울남부 지검이 9월 4일 벌인 애경백화점, 대형분양업체 비자금 조성 및 정치권 로비의혹 수사,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걸쳐 기업인수, 합병으로 초고속 성장한 '프라임' 그룹에 대한 서울 서부지검의 탈세, 횡령 및 정치권 로비의혹 수사,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 주가조작 수사,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수사,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검찰 독립은 검찰에 달려 있다

 

  검찰의 무차별 사정으로 국무총리실 김영철 전 사무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최규선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김상현 전 의원이 구속되었다. 프라임그룹 회장을 비롯 관련자들도 줄줄이 구속기소되는 등 사법처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러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먼지털이식 사정수사가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표적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임채진 총장 검찰이 뒤통수치기식 배은망덕한 패악수사를 하고 있다고 여긴듯 분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야당의 반발에 대해 9월9일 임채진 검찰총장은 "수사의도와 순수성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사결과로 의구심을 풀어주겠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재천명하였다. 설령 정권의 정국반전을 노린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검찰총장의 부패비리 척결이라는 대원칙에 입각한 수사의지는 당연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부패지수가 세계 40위권에 머물정도로 부패 공화국으로 이름이 높다. 진정한 선진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만연한 부패비리를 척결하여 도덕성과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당연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패비리는 발본색원하여야 한다.

 

  검찰이 진정성에 입각하여 여야 가리지 않고 성역없이 부패비리 척결사정 수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검찰은 구국의 영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검찰이 보여준 검찰력 행사를 볼 때 과연 구국적 독립검찰상을 정립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이명박 정권과 관련된 서울시의회 돈봉투 사건, 이명박 대통령의 처사촌 김옥희 공천비리 사건, 유한열-맹형규-공성진 관련 국방부 납품비리 사건수사는 어물쩍 수사로 넘어 가면서 유독 김대중, 노무현 정권 관련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전무후무한 전방위, 몰아치기, 먼지털이식, 일망타살식 수법을 총동원 수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권력의 정치적 의도를 받든 권력의 시녀 검찰이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다. 검찰이 진정으로 정치적 중립에 바탕한 독립검찰의 위치에서 부패비리를 발본색원하여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투명한 선진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애국심, 법질서 수호의 최후보루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 세째 사위 관련 주가조작 사건을 포함한 4대 부패비리 사건부터 철저하고 투명한 수사를 통해 의법 단죄하여야 한다.

 

  그러한 선행절차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임 정권을 대상으로 수사성과를 올린다 한들 국민들은 정치적 수사라는 냉소를 거두지 않을 것이며 검찰 또한 권력의 하청수사나 벌이는 '정치, 시녀검찰'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검찰이 진정 법치주의 확립을 통해 나라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검찰독립을 선언하고 공명정대한 검찰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도 살고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살릴 수 있는 용기있는 진정한 검찰, 검사의 탄생을 학수고대한다.

2008.10.15 11:55ⓒ 2008 OhmyNews
#검찰 #부패사정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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