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폭포무려 길이가 88미터나 된다는 대승폭포는 대승이라는 효자총각의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김선호
전해오는 이야기라지만 상상만으로 오금이 다 저려온다. 마침, 적은 수량을 상쇄할 듯 폭포 위쪽으로 단풍이 그렇게 고울 수 없다. 대승폭포를 보고 나서 설악의 작은 봉우리 중 하나인 '대승령'(1210m)으로 향한다. 장수대에서 대승령까지 2.7㎞의 오르막을 걸었다. 문제는 십이선녀탕으로 가는 하산길이 8.6㎞ 남았다는 사실.
그러나 내리막길이니 그리 겁낼 필요는 없다. 사실 더 겁나는 건 십이선녀탕 주변길이 까마득한 벼랑길이라는 점, 그리고 그 길이 이맘때면 늘상 사람들로 인해 정체를 빚는다는 점이다. 단풍도 절정이고 설악산을 찾는 이들도 절정인 때인 걸 감안하더라도 사람들이 많긴 많았다. 줄 서서 산을 내려가느라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거 같아서 지금도 아쉬움이 크다.
다행히 아무리 많은 인파가 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설악산의 단풍은 더 없이 곱다. 노란단풍은 더 이상 노란색일 수 없을 정도로 샛노랗게. 빨간단풍은 더 이상 붉을 수 없을 만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파란하늘 아래 펼쳐진 단풍 숲을 보면 그곳이 어디든 눈이 다 부셨다.
푸른 하늘과 어울린 붉고 노란 단풍든 숲을 떠올리면 지금도 나는 두 발이 둥둥 떠서 단풍나무 사이를 구름처럼 떠다니는 느낌에 빠진다.
산길을 걷는 내내 바로 곁에서 노란잎을 흔들어 대던 생강나무 노란단풍은 '소풍나온 유치원 꼬마들'을 보는 듯했다. 아슬아슬한 계곡쪽엔 피나무 노란단풍은 유난히 거무스레한 나무 등걸로 인해 더욱 눈에 띄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햇살받은 나뭇잎은 황금빛으로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서린 선녀탕이 열두 개라고 했다. 그저 자연의 신비라고밖에 할 수 없는 모양으로 계곡의 암반이 마치 '목욕탕'처럼 둥글게 파여져 있는 게 아닌가. 누군가 절묘한 솜씨로 바위를 팠다고 해도 저렇게 자연스럽고도 다양한 모양을 결코 만들진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