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지 2년째, 아직 땅도 못 구했는데
대한민국 차관은 농부 소작시키는 지주

[주장] 이 차관 사퇴하고, 문제 공무원들 사법조처해야

등록 2008.10.15 16:57수정 2008.10.1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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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의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들어온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말이 필요없는 농사는 끊임없이 육체노동을 요구했고 머리만 굴리던 도시 체질은 전신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손가락부터 시작된 통증은 손목·팔꿈치·어깨·목·관절,그리고 허리에 이르기까지 이어졌고, 과연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다'라는 해묵은 말을 절감하게 되었다.

친환경농사를 고집하며 보낸 귀농 2년차 농사소득은 예상대로 육체의 고통과 반비례했다. 농사로 잔뼈가 굵은 시골 농부들도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땅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까맣게 마르고 타들어간다. 올해는 기름과 비료값 폭등에 농산물 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가슴은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닌데, 쌀 직불금은 아무나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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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 출석한 이봉화 차관. ⓒ 권우성

요즘 연일 고위 공무원의 쌀소득보전직불금 사건으로 언론과 정치권이 야단법석이다. 지난 2004년 쌀개방협상으로 위기에 처한 벼농사 농민의 소득보전을 위한 지원 제도가 일부 파렴치한 기득권층의 불법행위로 줄줄이 새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지간한 사회 비리에 무디어진 대다수의 국민들도 '죽일 X'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차관이라는 고위공직자가 불법으로 위장 전입해 농지를 구입해 농민에게 소작을 시켰다. 임대료 받는 것도 모자라 지주라는 권세를 이용해 마치 자신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쌀소득보전직불금을 신청했다가 언론에 폭로되자 다시 포기 신청서를 내는 꼼수를 피우는 등 기가 막힌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지만, 그런 양심이 있다면 애시당초 농민 등쳐먹는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2006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미 수년 전부터 공직자, 공기업 임직원, 각계각층의 기득권자들이 불법으로 쌀소득보전직불금을 수령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의 머릿수와 금액만큼 농사짓는 농민의 등골을 빼먹은 셈이다.


이 땅에 농민의 수고와 땀을 이용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어디 하나둘이겠나만은, 그래도 남들 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라고 하는 이들에게 아직도 최소한의 도덕성이니 품격 등의 말을 해야 하는지 이제는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봉화의 비리가 드러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신축 사저를 건드리며 '봉화대 봉하' 운운하고 '노방궁(노무현 아방궁)'이라고 말하는 한나라당의 한심한 물타기 공방은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공무원들의 불법과 비리에다 정파싸움에 골몰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이제 보고 듣기에도 지겨울 정도다.

아무리 현대사회가 첨단 문명의 힘으로 움직인다 해도 지금 이 시대 가장 업신여김 당하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인 농부들의 땀과 수고가 없이 세상이 온전히 보전될 수는 없다.

천하 근본인 농자가 무지랭이 취급당하며 살아온 세월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언제나 지배계층에게는 착취할 대상이 필요했고 농민이야말로 그들에게 지배를 위한 튼실한 뿌리가 되어왔다. 역으로 뿌리가 흔들릴 때 세상도 무너졌음은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땀 흘려 일하는 350만 농심은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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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들과 공기업 임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쌀소득보전직불금 수령은 농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일이다. ⓒ 손현희


나 역시 삶과 노동의 뿌리를 찾고자 귀농한 지 2년이 됐지만 아직도 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농지가격은 기업농만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외눈박이 정책과 농지조차 투기대상으로 넘보는 도시 기득권층의 탐욕에 의해 널뛰듯 오르고 있다.

도시인들이 땅을 사줘야 농촌 땅값이 오른다는 이명박 정부 어느 고위공직자의 말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땅을 팔고 농사를 접는 경우야 좋겠지만 어차피 대다수의 농민들은 땅을 팔기보다는 농사를 짓고 먹고 살아야 한다.

농사지어야 할 땅의 가격상승으로 인해 세금 인상되고, 농민들의 삶이 거품만 잔뜩 들어간 도시인들의 삶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농민들은 불안의 눈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봉화 차관은 지금이라도 사퇴하고 농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한다. 또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밝혀진 수많은 공무원과 사회 각층의 인사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법적 조처 등 응분의 댓가를 받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지금 이 시간 가을걷이 하면서도 겨울나기 걱정을 해야 하고, 땀흘려 지은 농작물을 갈아 엎어버리는 350만 농민의 타들어 가는 가슴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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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직불금 #땅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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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을 존경하고 깨어있는 농부가 되려고 노력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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