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3집 앨범 <굿바이 알루미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많은 주목을 받으며 그는 텔레비전에 출연했고, 정식 레코드사와 계약해 앨범을 재발매하기도 했다. 달빛 요정의 앞에는 밝은 미래만 가득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너무 쉽게 잊었다. 뜨겁게 타오르는 관심은 그만큼 쉽게 꺼졌고, 연 1000만원을 간신히 오가는 전문음악인 달빛요정의 연봉은 확실히 낙제점이었다.
절룩거린다며 울부짖고, 스끼다시를 넘어 사시미(생선회의 일본말)가 되고 싶다던 달빛요정은 아직도 그 지긋지긋한 골방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어차피 난 이것 밖에 안 된다'고 말하는 그는 기타를 팔았고, 생활고 때문에 닭 배달을 하기도 한 모양이다. 도토리 대신 고기반찬 달라는 귀여운 외침은 애처로울 지경이다. 최근 9월에 발매된 그의 새 앨범 <굿바이 알루미늄>에는 그 속내가 절절하게 담겨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배웠지만/현실은 그렇지 않더군/난 부끄러워 키 작고 배 나온 닭 배달 아저씨…(중략)…내 인생의 영토는 여기까지/주공 1단지 그대의 치킨 런(치킨 런) 신문에도 나오고 TV에도 나왔다네/가문의 영광이라 할 만해/원했던 원치 않았던 노래를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할 텐데/신비주의 전략을 포기해서 그런 걸까/얼굴이 알려져서 망했어(도토리)"세상에는 카프카나 보르헤스·마르케스를 흉내내는 노래들도 있고, 세계 경제나 기아 문제를 걱정하는 노래도 있다. 그것들도 물론 상당한 감동과 문제점을 제시한다. 또한 대단히 중요한 논점이고, 반드시 전개되어야 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노래들에 먹물 냄새가 배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터.
달빛 요정의 노래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해할 수 있다, 다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맨 밑바닥에서 우리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 반찬 달라고 호소하고, 동네 버스를 향해 자신이 갈 길이 어딘지 가르쳐달라고도 한다. 그 절절한 노랫말에는 헝겊뿐 아니라 따가운 살갗까지도 느껴진다.
"좌절해도 돼, 마음껏 울고 또 울어." 지긋지긋한 교훈과 메시지를 집어던지고 달빛요정은 청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선다.
그렇기 때문일까. 그의 노래를 들은 뒤, 울었다거나 진심으로 감동했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어쩌면 슬퍼도 웃고 괴로워도 웃으라는 가식적인 메시지보다는,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라는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세상에서 그러질 못하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도.
덤벼라 세상아 몸은 그렇지 않지만 마음만은 유난히 쌀쌀한 가을이다. '청년실업' '백수 몇십만'이란 소리가 습관처럼 보도되는 현실은 사람들을 점점 더 구석으로 내몬다.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살벌한 무한경쟁 외에는 해답도 없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왜 젊게 행동하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치들이 있다. 좀 더 힘차게 세상을 향해 뛰어 너희들의 발자국을 남겨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암흑의 적막한 거리에 홀로 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듯, 그들은 지금 몸을 움츠린 채 잠시 지친 몸을 녹이고 있다. 아직은 좀 더 울고 싶다고, 그러나 무기가 있으니 난 언제든 자신 있다고 말이다. 달빛요정에게 무기는 노래다. 그는 그 무기를 들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덤벼라, 세상아! 나에게는 나의 노래가 있다." (나의 노래)포털사이트에 유명인의 이름을 치면 검색어 순위가 뜬다. 가수부문 상위권에는 비·동방신기·빅뱅 등 유명가수들이 포진되어 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680위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그래도 한때는 나름 유명했던 그는 아직도 밑바닥에 있고,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부른다. 그가 꿈꾸는 것은 허황된 유토피아나 이상향은 아닐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먹고 살기만 하면 좋겠다, 연 1200만원만 벌면 소원이 없다는 그의 말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들린다. 우리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경제대란·실업대란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여된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아주 약간이나마 붙잡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 아닐까.
그러니 달빛요정의 노래는 바로 그 사소함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이 쌀쌀한 가을의 힘찬 무기이자 든든한 위로다. 어서 붙잡으라는 듯 내미는 그의 손을 잡아도 좋다. 그 정도 사치는 사치도 아니다.
덧붙이는 글 | '나의 가을노래' 응모글입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공식 홈페이지, http://www.rockwillneverdie.com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은 아주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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