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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팥 위의 어머니 손 ⓒ 전좌빈
▲ 붉은 팥 위의 어머니 손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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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여문 팥을 깔아 놓고 쭉정이를 고르고 있습니다. 알곡은 각지에 흩어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시겠지요. 어머니 굵은 손마디에 목젖이 아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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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정 ⓒ 전좌빈
▲ 모정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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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등에 올라탄 아기 무당벌레입니다. 의심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평화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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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 위에 빨아놓은 버선 ⓒ 한미숙
▲ 담 위에 빨아놓은 버선
ⓒ 한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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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친척형님댁 담 위로 버선짝이 널려 있습니다. 진한 보랏빛이 아직 선명한데 발가락 쪽엔 구멍이 나 있습니다. 형님은 올 가을걷이를 다 하고도 저 버선은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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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화 ⓒ 전좌빈
▲ 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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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꽃이 진 자리에 목화솜이 피었습니다. 겨울이면 따뜻한 목화솜 이불을 덮고 50년 가까이 살면서 목화솜을 처음 봤다는 말이 저 목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갑니다. 봄에 씨를 뿌려서 여름에 꽃이 피고 이제 솜으로 꽃이 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화솜 같은 따스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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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논 바닥에 빠진 장갑 ⓒ 전좌빈
▲ 마른 논 바닥에 빠진 장갑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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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힙니다. 마른 땅에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가는 장갑은 농부님네들의 다른 얼굴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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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먹고무신 ⓒ 전좌빈
▲ 꺼먹고무신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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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주인은 신발을 벗어놓고 어디에 갔을까요. 바닥은 아직 상표가 닳지 않았습니다. 신발 벗고 뛰어갈 급한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신발 속에 들어찼을 힘찬 기운이 텅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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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찡진 호박 ⓒ 전좌빈
▲ 찡진 호박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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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막대 사이에 제 몸을 들이밀고 자라고 있는 호박입니다. 뭔가를 지켜내려는 고집스런 몸부림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누가 뭐래도 살아있는 동안 이렇게 찡겨서라도 살아있는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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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 구하세요? ⓒ 전좌빈
▲ 땅 구하세요?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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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에서 이런 글이 아무렇지 않게 붙어있습니다. 시골 땅은 누가 사나요? 팔린 시골 땅은 이제 다시 농사짓는 터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는 전원주택이 지어지거나 별장으로 쓰일 건물이 들어서고 땅값은 점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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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개 ⓒ 전좌빈
▲ 늑대개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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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쳐다보는지, 누군가를 바라보는지 늑대개 두 눈이 용감해 보입니다. 혹시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의 음모를 알아차리고 뚫어져라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끈이 묶여있지 않다면 그 음모를 물어 뜯으려고 달려들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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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 전좌빈
▲ 박
ⓒ 전좌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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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꽃이 군데군데 핀 마당으로 둥근 박이 내려 왔습니다. 아무도 몰래 조금씩 속을 채우고 날마다 영글어가던 박입니다. 가슴에 안을 만큼 한덩이로 자라면 따다가 흥부처럼 박을 타보려고 합니다. 슬근 슬근 톱질하여 쩍 벌어진 그 속에서 무엇이 나올까요? 하늘을 차고 오르는 질긴 빛줄기, 희망입니다.
덧붙이는 글 | sbs u 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8.10.27 10:1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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