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울타리와 쇠락해가는 옛집

등록 2008.10.27 13:40수정 2008.10.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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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보기 힘든 시대이다. 시골도 울타리보다는 벽돌 담장이다. 이런 때 고향에 가면 뒷집에 울타리가 있다. 탱자나무 울타리이다. 올해 초 할머니께서 세상을 등진 이후 울타리도 점점 쇠락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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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는 벽돌 담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겨움을 준다. ⓒ 김동수


어릴 때 놀던 울타리 탱자나무는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한 번 찌리면 며칠을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재미있는 것은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가시가 박히면 탱자나무 가시로 뽑았다. 탱자나무 가시는 병주고 약주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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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니무 가시는 날카롭다 ⓒ 김동수


탱자나무 울타리는 어떤 것보다 정겹다. 벽돌로 쌓은 담장과 하늘높은 줄 모르는 담장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한 번 넘어가고 싶지만 결코 넘을 없는 담장이 탱자나무 울타리이다. 반드시 넘어보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넘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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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가시에 한 번 찔리면 아이들은 울음바다가 되어었다. ⓒ 김동수


탱자를 오래만에 보았다.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다. 탱자열매 생각을 하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신맛과 쓴맛이 함께 입안에 가득한 탱자맛은 온갖 화학조미료로 죽어가고 있는 입안에 생명을 불어넣기에 충분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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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열매를 구경하기란 엄청 어렵다. ⓒ 김동수


할머니가 갑자기 그리웠다. 지난 겨울 아흔을 앞두고 세상을 등졌다. 주인 떠난 집은 왠지 스산했다. 주인의 온기를 느껴야 집도 집답다. 주인의 따뜻함을 잃어버린 집도 이제 그 생명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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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집은 스산하다 ⓒ 김동수


할머니가 세상을 등진 이후 정기('부엌' 경상도 사투리)에 들어가고는 문은 이미 닫혔다. 들어가고 싶지만 꽁꽁 묶은 줄은 어느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다. 생명을 잃어버리면 나그네를 용납하지 않는 것인가? 한 번씩 찾으면 반갑게 맞아 주셨던 할머니의 따뜻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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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부엌의 경상도 사투리)문이 닫혔다. 올해 할머니께서 세상을 등진 이후 찾은 나그네도 들어갈 수 없다. ⓒ 김동수


창살문과 창호지는 주인을 잃은 마음인지 나그네에게 맞아주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창호지가 창살과 하나가 되었을까? 창살은 해마다 창호지를 갈아입었다. 주인이 해마다 창호지를 갈아입혀 주었지만 올해는 갈아입혀 줄 사람도 없다. 다른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창살도, 창호지도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 주인 없는 집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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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와 창살은 정겨움을 주지만 자물쇠로 말미암아 나그네와 소통을 거부한다. ⓒ 김동수


나무로 만든 대문이다. 옛날에는 자물쇠도 없었다. 닫히 공간이었지만 마음만은 언제든지 열려 있었다. 열쇠가 없어도, 방범창이 없어도, 비상벨이 없어도 그 때는 염려가 없었고, 걱정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모두가 꽁꽁묶었고, 겹겹이 닫아버렸다. 나그네를 맞아줄 따뜻함은 저 대문을 들락거린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많은 세상을 놓았듯이 함께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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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해진 집 대문도 그 생명을 끝내고 있다. 저 대문을 들락거린 사람들도 세상을 등졌다. ⓒ 김동수


탱자나무 울타리와 옛 추억이 남아 있는 할머니 집은 콘크리이트 문화에 찌든 나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탱자나무 #울타리 #창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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