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카리스마와 합리성 갖춘 심상정의 아름다움

심상정이 직접 쓴 〈당당한 아름다움〉을 읽고서

등록 2008.11.01 16:37수정 2008.11.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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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당당한 아름다움〉 ⓒ 레디앙

대한민국 사람치고 이명박 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와 함께 심상정 전 의원도 모를 사람은 이제 없을 듯합니다. 사실 그녀는 2004년 민주노동당 여성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되기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17대 국회 국정감사 때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무릎 꿇게 하여 빛을 발하기 시작한 인물입니다.

국회의원에 진출한 이후 그녀는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없애는데 한몫 했으며,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한미FTA에 관해 맞짱을 떴습니다. 삼성 문제를 까발리려 할 때 이건희 회장의 독대 제의를 당당하게 거절했으며, 2007년에는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출마했습니다. 그야말로 거물급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 고양시에서 진보신당 이름을 내걸고 출마했으나 아쉬운 고배의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물론 그 같은 일은 총선이 있기 50여일 전까지 민주노동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매달린 채 당력에만 집중하였을 뿐 지역 텃밭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그 여파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열풍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니, 그때의 못다 받은 지지와 사랑을 진보신당의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지금껏 받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녀가 직접 쓴 <당당한 아름다움>은 본래 총선 출마 전에 내 놓고자 했지만, 이런 저런 어려움으로 이제야 세상에 내놓는 책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그녀가 쌓아 올린 그간의 의정활동을 비롯하여 오늘날의 진보정치로 이끈 강력한 추동력과 같은 구로동맹파업 등 25년간의 노동운동 현장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학시절에 멋진 애인을 만들기 위해 하이힐을 신으며 운동권에 기웃거리면서 찍었다던 사진 이야기는 그야말로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엿보게 합니다.

사실 그녀는 가정 형편상 고학으로 재수를 하여 서울대 사범대에 진학하였고, 그곳에서 멋진 남자를 사귀기 위해서 쫓아 다니다보니, 운동권 남자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멋진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종종 길거리에 나가 함께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야학도 하며, 노동자로서의 삶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위장취업에다, 국가보안법 혐의까지 씌워져 9년 동안 수배생활을 해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가 토요일마다 친구들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는 것 같았다. 매번 얻어먹으니 한 번은 갚아야 될 것 같아서 '이번엔 엄마가 생일 파티 해 주겠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하는 것이었다. 그해 아들한테서 받은 크리스마스카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이제부터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중에 커서 좋은 집을 사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살아 계셔요. 우균이가.'"(61쪽)

이는 39살의 나이에 서노련에서 활동하던 남편을 만나 혼인하여 낳은 아들 '우균'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노동 운동을 하느라 후배 집으로, 지방 출장으로 바쁘게 돌아다녔던 터에 심상정은 어린 아들과 좀체 함께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어린 아들을 안고 많이 울기도 했고, 가난한 살림살이 때문에 집 없는 설움도 겪어야 했지만, 부모 마음을 곧잘 헤아려 주던 우균이는 심상정의 노동활동을 지원해 주는 든든한 '우군'이었던 것입니다.


예전 운동권은 민주화라는 이상만 있으면, 그리고 민중을 휘어잡는 강력한 카리스마만 있으면 백성들이 곧잘 따라 움직였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무모한 이상과 카리스마만 있다고 해서 결코 이루고픈 뜻을 펼칠 수가 없는 시대입니다.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진단과 계획성이 있는 예방책을 내 놓은 합리성이 뒷받침 될 때에만 국민들이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외적인 모습보다는 내면이 더욱 아름다운 심상정에게는 그렇듯 따뜻한 카리스마와 정확한 계산에 근거한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 게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장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은 책 출간을 맞이하여 서교동의 어느 2층 경연회 장에서 만난 그녀의 인품과 입담 속에서 충분히 헤아려 볼 수 있는 실제적인 아름다움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공감하는 것처럼, 촛불 정국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더 좋아지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5년 후에는 노무현 정권보다 더 강력한 반 이명박 정권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인데, 과연 그때에 심상정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준비가 되어 있을는지, 그 정책과 대안세력을 확대 생산해 놓았을지가 최대 관건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당당한 아름다움

심상정 지음,
레디앙, 2008


#심상정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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