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준비하는 날내가 처음 방문했들 때 노인회관에서 주민들이 모여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결혼식 이틀 전 풍경이다.
장태욱
제주도에선 결혼식이 열리기 이틀 전에 친척들이 모여서 돼지를 잡고 잔치 준비를 한다. 그리고 피로연은 결혼식 전날에 치른다. 제주에서는 피로연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결혼식 전날을 '가문잔칫날'이라고 한다.
혼례 잔치를 3일간 치르는 것이 지금은 드믄 일이 되었다. 모두들 삶에 바쁘고 친척이나 이웃 간 유대감이 옛날 같지 않은 세상이라, 주변에 3일간 일을 거들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다른 지역의 혼례 잔치처럼 예식과 피로연을 하루 만에 치르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이 마을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혼례 잔치를 3일에 걸쳐서 치르는 것은 보통이고, 그 잔치에 모든 주민들이 참여해서 일손을 거둔다는 것이다. 첫날부터 마을 주민들이 잔치에 참여해서 밥을 먹는 것은 이 마을에서 당연한 일이다. 잔치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다보니 개인 집은 비좁아서, 주민들은 누구나 노인회관에서 잔치를 연다
"우리 마을에 자랑거리가 있다면, 그건 주민들 간 유대감이 강하고 화합이 잘 된다는 겁니다. 내일 한 번 와 보세요. 이 노인회관이 왁자지껄할 겁니다."강길남 이장의 자랑을 듣고 나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튿날 다시 노인회관을 찾았다. 가문잔치가 열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