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광우병을 다룬 'MBC 스페셜-잃어버린 나의 아이'가 7일 밤 9시55분에 방송한다. 영국에서 24살에 인간 광우병으로 죽은 앤드류 블랙과 그 어머니 크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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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에 대해서 잘 모르다 영국에 가서 부딪힌 건데, 어땠나?
"런던, 지방 다니다 보면 식당 간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쇠고기 하나도 안 먹었다. 지금도 통으로 된 살코기는 먹는다. 그렇지만 간 고기나 소시지·햄 같은 거, 기계회수육이라 의심되는 건 안 먹는다.
그런데 영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광우병이 '잡혔다'고 생각한다. 실제 거리 인터뷰 때 물어보면, '광우병이 이미 다 정리가 됐다, 영국 정부가 강력한 광우병 통제 조치를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는다'가 중평이다.
하지만 사망자 가족 만나면 현격하게 다르다. 심지어 1996년 2월에 광우병으로 사망한 피터 홀의 집에선 고기를 절대 안 먹는다. 채식만 한다. 1996년 이후 13년째인데, 아들이 죽고 난 뒤 고기를 먹지 않는단다. 피해자 가족은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서 고기도 안 먹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잘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야나 영국 정부 지원 단체냐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 재야는 2차 감염 거론하는 반면, 정부 측 연구자들은 '많이 통제돼, 이젠 자기도 거리낌 없이 먹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도 20년 파동 겪었어도 시간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오는구나. 우린 두 달 만에 원상태로 돌아오니 우리가 확실히 빠르구나 생각했다.(웃음)"
- 아들을 광우병으로 잃은 그 어머니 크리스틴은 어땠나?"크리스틴이 원래 지방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분이다. BBC 남부 쪽 지사에서 가끔 프리랜서로 일도 하던 분이다. 그 분이 저널리스트로 (아들 죽음을) 조사하다 보니, '그럼 아들 앤드류가 질 나쁜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은 게 언제 어디냐?' 생각해봤나 보다. 포츠머스 인근 지역에서 4명이 vCJD로 사망했다. 10대, 20대 비슷한 연령이었다.
그래서 크리스틴이 가장 의심하는 게 그거였다. 영국에서 기계회수육이 1995년에 금지됐다. 영국에서 광우병 발병이 공식 인정된 게 1986년이다. 10년 동안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가 식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싸단 이유다. 기계회수육이 되게 쌌단다. '필립스 보고서'라고 광우병 조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보고서가 있다. 거기 학교 급식이나 단체 급식으로 사용됐다고 나온다. 크리스틴은, 그 당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앤드류가 단체급식으로 감염된 게 아닐까 의심한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앤드류처럼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단체 급식에서 이 병이 발병해, 고통을 겪는 걸 많이 염려했다.
영국의 1980년대 말 내지는 1990년대 초와 지금 한국 상황이 기묘하게 많이 닮아있다. 널리 알릴 순 없지만, 제 자식들한텐 뼈 들어간 소시지, 탕은 먹지 말라고 말한다. 안 먹으면 선생님한테 질책 받는다고 하니까. 그럼 남겨라. 나중에 맞는 한이 있어도, 뼈 우린 국물이나 햄, 소시지는 먹지 말라고 한다."
- 아이가 몇 살인가?"초등학교 5학년과 중 2다. 차라리 비싸더라도, 단가를 올리더라도, 급식에 선택을 하게 해주든지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급식을 안 할 순 없으니까. 저처럼 40대인 사람은 뼈, 내장 먹어 광우병 걸려 치매와 유사한 증세로 죽을 수 있지만, 애들이 치매로 죽는 건 억울하지 않나?"
영국 엄마, 광우병 초기 영국은 "이상한 시기였다"- 영국 취재하며 영국 광우병 전문가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조언을 하나?"온도 차이가 있다. 재야냐, 정부측이냐 따라서. 또 무증상 감염자라고 해서, 걸렸어도 자기도 모른다. 에이즈 환자처럼. 그런 사람이 수혈하거나 수술을 하면 수술 도구에 감염물질이 묻는다. 제대로 소독하지 않으면 그걸 통해 상처에 묻어서 다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영국에선) 수혈이나 수술도구를 통한 2차 감염을 추적하고 예방하는 데 예산을 많이 쓴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1차 감염도 추적하기 어렵고 2차 감염은 꿈도 못 꾼다.
광우병 예방하는 돈이 막대하게 들어간다지만, 영국의 경우를 보면, 발생 뒤에 수습하는 돈은 이것보다 더 훨씬 많이 들어간다.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한 학자가 영국 정부가 (광우병 때문에) 쓴 비용을 추산해보니까, 2000년 기준으로 1986년부터 2000년까지만 우리 돈으로 25조 원에서 40조 원 들어갔다고 추산했더라. 차라리 그럴 거면 전수검사 하고, 연구도 더 많이 시키고 그러면 사전 예방에도 좋고 돈도 덜 들어가고 좋지 않나?"
- <MBC 스페셜> '잃어버린 나의 아이'에서 말하고 싶었다거나 꼭 전달됐으면 하는 게 있나?"제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가장 공감했던 인터뷰를 해주셨던 피터 홀의 어머니가 한 이야기가 있다. 1996년 자기 아들이 죽었을 때를 이야기하면서 '이상한 시기였다'고 하더라. 젊은이들이, 그 당시 CJD라고 하는 병으로, 노인들이 죽는 병으로 죽으니까. 영국 정부도 왜 젊은이들이 죽는지 규명이 안 돼 자기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았다고 했다. 축산업계는 축산업을 위태롭게 모는 사람으로 만들고, 참 이상한 시기였다고 하더라.
그리고 인간 광우병을 가리켜 '아주 무서운 질병이고 사악한 질병'이라고 했다. 진짜 무서운 병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