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산공단 노동자 47.7% "선거일에도 일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녹산국가산업단지 노동조건 실태조사... 노동 환경 열악

등록 2008.11.10 20:27수정 2008.11.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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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조차 노동자 47.7%가 쉬지 않고 일해 공민권 행사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전체 제조업 평균 임금 이하가 71.5%이며, 응답자의 68%가 각종 직업성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산업물류기지 중심으로 부상하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는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서부산노동상담소와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는 녹산산업단지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서울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야만적인 노동환경에 항거하다 스스로 산화해간 전태일 열사가 올해로 38주기를 맞는다"며 "전태일 열사 분신 당시, 그가 외쳤던 것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거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였는데, 38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어느 정도 바뀌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녹산국가산업단지의 업종별 분포는 기계 업종이 633개사로 절반에 가까운 43.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중 조선기자재 업체는 154개 업체로 28.9%를 차지한다. 특히 조선기자재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수는 1만1440명으로 녹산산단 전체 고용인원의 38.5%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철강과 운송장비, 석유화학 등 순으로 나타났다.

 

출퇴근시 편의 제공 절실

 

출퇴근시 편의제공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본부는 "거주지는 부산 사하구와 사상구에 거주하는 노동자가 38.8%이며 경남이 20.1%로 나타났다"며 "출퇴근 방식에서는 자가용이나 카풀을 이용하는 노동자가 65%를 차지하고 회사통근차량은 20.5%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영세사업장 특성상 출퇴근을 노동자 개개인에 미루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녹산지역 대중교통 노선이 원활하지 않는 사정을 감안할 때 부산시 차원에서 노동자 출퇴근과 관련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평균부양가족수 2.27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250만원 정도의 생계비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250만원 이하 임금을 받는 응답자가 71.5%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저임금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장시간 노동으로 주말에도 월 평균 3.3일을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노총 본부는 "1주 총노동시간이 평균 54.9시간, 월평균 잔업시간이 53.9시간으로 나타나 일요일도 쉬지 않고 거의 매일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기본노동시간 8시간을 초과한 연장노동이다"고 밝혔다.

 

4대 보험 미가입도 심각

 

응답자의 30% 내외가 법정수당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4대보험 미가입도 심각하다고 조사단체는 주장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특히 목재종과 자동차 부품업체는 각각 20%, 25%가 4대보험 미가입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월차 없다 52.0%, 있다 38.4%, 수당으로 지급 9.7% 순으로 응답하였고, 연차휴가는 없다 51.7%, 있다 38.7%, 수당으로 지급 9.6% 순으로 응답하였다"면서 "휴가가 없거나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응답을 합하면 월차휴가는 67.7%이고 연차휴가는 61.3%를 차지하고 있다. 즉 법정휴가의 권리가 38.7% 정도만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노동자 응답자의 74% 이상이 모성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법에 명시된 근로계약서와 월급명세서조차 없는 경우가 65.2%에 달했다. 또 민주노총 본부는 "평균인원 23.3명으로 영세·소 사업장 위주며 경기변동에 따른 항상적인 고용불안이 내재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응답자의 68%가 직업성 질환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요통디스크 30.3%, 근골격계 18.0%, 소음성난청 9.0%, 기타 4.1%, 천식 2.5%, 어지름증 2.0%, 직업성피부염 1.2%, 시력장애 0.8% 순으로 응답하였고, 없음도 32.0%로 나타났다"며 "전체적으로 직업성 질환을 호소하는 응답은 68%이며, 이중 요통 디스크와 근골격계를 합하면 48.3%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11.10 20:27 ⓒ 2008 OhmyNews
#녹산공단 #노동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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