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오늘은 농민의 날이여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백령도 까나리 액젓을 선물받다

등록 2008.11.11 08:16수정 2008.11.11 10:3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줄 아시나요?

다들 "빼빼로데이"라 알고 계실 듯 합니다.

 

그런데 실제 달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날은 나라가 정한 "농업인(농민)의 날"입니다.

어느 해부터인가 이날은, 지난 중국발 멜라민 파동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먹을거리 조차 못되는 못된 과자·초콜릿 장사를 계속 해대는 제과업체들의 천박한 상술과 광고에 밀려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몇몇 의식있는 사람들이 "농업인의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몸에 좋지 않는 온갖 합성착색료 등 첨가물이 들어간 방부제 밀가루덩이 대신, 우리쌀을 소비하자는 뜻에서 지난 2003년부터 "가래떡데이"라는 새로운 날을 만들어 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흙과 자연을 벗하지 못하고 자란 세대나 사람들은 농업의 필요성과 농민들의 땀의 고마움을 잘 모르는게 현실입니다.

 

a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농업인의 날이다!! ⓒ 이장연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농업인의 날이다!! ⓒ 이장연

 

a

농업인의 날 기념으로 지역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선물한 잡곡 ⓒ 이장연

농업인의 날 기념으로 지역농협에서 조합원들에게 선물한 잡곡 ⓒ 이장연

 

a

상자안에는 3Kg짜리 참깨가 들어있었다. ⓒ 이장연

상자안에는 3Kg짜리 참깨가 들어있었다. ⓒ 이장연

 

a

중국산 참깨의 경우 유전자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 이장연

중국산 참깨의 경우 유전자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 이장연

 

a

충북 제천 백운농협에서 생산한 국산 참깨다. ⓒ 이장연

충북 제천 백운농협에서 생산한 국산 참깨다. ⓒ 이장연

 

이 날을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이들도 몇몇 되지 않고, 정부에서 매해 벌이는 기념행사는 겉치레와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농민들도 받기 어려운 쌀직불금까지 부정수령해 먹는 파렴치한 이들(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이 판치는 세상이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나마 지역농협에서 매해 농업인의 날이나 명절, 그리고 시시때때로 무슨 날이다 하면 조합원들에게 상품권이나 농산물들을 선물로 보내옵니다. 올해도 농민의 날을 맞아 지역농협에서는 백령도 까나리액젓과 국내산 참깨 그리고 2009년 달력을 지난주 월요일에 보내왔습니다.

 

나이가 60인데도 마을에서 가장 젊은 편에 들어 영농회장 일을 보시는 아버지 앞으로 농협에서 선물꾸러미를 보내왔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선물이 나왔으니 수령해가라고 전하고 도장과 서명을 받고 농민의 날 기념 선물을 나눠드렸습니다.

a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쌓아놓은 농민의날 선물들. 현관 앞에 놓아둔 선물을 가져가는 이들도 있어 판자로 가려놓았다. ⓒ 이장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쌓아놓은 농민의날 선물들. 현관 앞에 놓아둔 선물을 가져가는 이들도 있어 판자로 가려놓았다. ⓒ 이장연

 

a

농민의 날 선물을 일일이 전화 연락해 나눠줘야 했다. ⓒ 이장연

농민의 날 선물을 일일이 전화 연락해 나눠줘야 했다. ⓒ 이장연

 

a

연락한 사람들이 선물을 받으러 오는 동안 2층에서 콩을 까고 있는 부모님 ⓒ 이장연

연락한 사람들이 선물을 받으러 오는 동안 2층에서 콩을 까고 있는 부모님 ⓒ 이장연

 

참깨는 충북 제천의 백운농협에서 생산한 참깨였는데, "국산 100%, 유전자변형제품이 아닙니다"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해 김장때 쓰라고 보내온 백령도 특산품이라는 까나리 액젓은 백령도 근해에서 잡은 까나리 원액으로, 5리터짜리 2통이 조합원들에게 참깨, 달력과 함께 전해졌습니다.

 

까나리 액젓하니까 모 오락프로그램에서 복불복 게임에서 벌칙으로 까나리 액젓을 희석한 음료를 내놓는 것이 떠오르더군요. 먹는 것 가지고 장난들 치는 게 껄끄럽긴 하지만, 그들의 헛웃음 덕분에 까나리 액젓을 홍보할 수 있으니 그냥 웃고 넘기고 있습니다.

 

암튼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가 아니라 농민(농업인)의 날입니다.

잊지 말아주시길!! 

 

관련해 고려 중기 당대를 풍미한 명문장가라는 이규보가 빗속에서 논을 돌보는 농부들을 보고 지은 시구를, 한해 농사 열심히 지은 농민 여러분께 전합니다.  

 

나라가 잘되고 못됨

민력에 달렸고

만민의 살고 죽음

벼 싹에 매였네

가을날 옥같은 곡식

일천 창고에 쌓이리니

땀흘리는 농민들

오늘의 공을 기록하게나

 

a

백령도 특산품 까나리 진국 앳젓 ⓒ 이장연

백령도 특산품 까나리 진국 앳젓 ⓒ 이장연

 

a

올해 김장은 까나리 액젓으로 담궈야... ⓒ 이장연

올해 김장은 까나리 액젓으로 담궈야... ⓒ 이장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농업인의날 #농민의날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지역농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