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오후 가리지 않고 오는 독촉문자. 사람 환장한다.
김정욱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한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도 마찬가지다. 주로 알람을 끄거나 간밤에 들어온 메시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루의 시작에 기분 좋은 문자메시지, 가령 '좋은 하루 보내세요'와 같은 긍정적인 문자가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기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떨까.
'[이관안내] 요금 미납 시 다음 달 8일에 채권추심기관으로 업무이관 됨을 안내드립니다.'눈부신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들어오는 이 평화로운 아침에, 무의식에서 의식을 찾게 되는 때, 이런 문자를 마주하게 되면, 삶의 의욕마저 꺾여버린다. '요금 미납', '채권추심기관', '업무이관' 등의 단어는 가난한 자취생을 기죽이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나는 '연체(延滯)동물'이 돼 있었다. 휴대폰 요금 3개월, 가스비 2개월, 인터넷 사용요금 3개월 치가 밀려 있는 상태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4만원 정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요금납부독촉 문자가 온다. 휴대폰이 울리면 아예 쳐다보기 싫을 정도가 됐다. 그렇다고 친구에게 전화해 하소연할 수도 없다. 휴대폰 발신이 정지됐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울리는 '돈 내라'는 휴대폰 소리보통 원룸 자취생이면 전기세는 한 달에 8천원~1만 5천원, 가스비는 1~3만원(가스비는 계절과 음식 조리 빈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인터넷 사용요금은 평균 2만원(인터넷은 무료인 곳도 있고, 월세에 포함된 곳도 있다) 정도 나간다. 한 달에 최소한으로 나가는 기본 공과금이 3만 8천원에서 7만원 사이인 것.
어떻게 보면 푼돈에 불과하지만 특히나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는 난방으로 인해 가스비가 급증하게 된다. 거기에 '연체'라는 폭탄을 맞으면 그 '푼돈'도 만만치 않은 액수가 된다. 통신비는 제외하고도 그렇다.
부적절하고 비계획적인 소비패턴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 나는 그동안의 소비습관을 반성해 봤다. 하루에 한 푼도 안 쓴 날이 있고, 어쩔 땐 10만 원을 쓴 적도 있었다. 소비의 기준은 내 기분이었다. 기분이 좋거나, 술 자리에서 친구들에게 기죽고 싶지 않은 날은 호탕하게 지갑을 여는 것이 멋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쓸 땐 써야 한다고 애써 자위했다.
이렇게 비계획적인 소비로 '연체동물'이 된 이는 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엔 수두룩하다. 이웃 자취생 이아무개씨는 '지름신'이 강림한 나머지 공과금 낼 돈으로 옷을 샀고, 이에 해당 공기업 직원이 직접 방문하여 문을 두드렸음에도 방 안에서 침묵한 적도 있단다. 이외에도 공과금 지로 용지를 분실했다거나,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로 연체하는 이들도 있다.
연체 않는 방법은 공과금 통장을 따로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