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중문대포해안주상절리대
서종규
배가 주상절리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 멀리서 보니 돌로 된 울타리가 병풍처럼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느낌을 준다. 돌울타리는 여러 개의 바위기둥을 수직으로 바다에 박아 놓은 듯하다. 돌울타리에 잔잔한 파도가 찾아가 부서지곤 하니, 하얀 포말이 발끝에서 부서진다. 해안선을 따라 박힌 돌 울타리들이 천연의 요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까이 다가니 주상절리는 잔잔한 파도를 그대로 감싸 안으며 바다 깊숙이 박혀 있다. 수많은 기둥들이 묶음이 되어 물 위에 서 있다. 사각형인지 오각형인지 벌집처럼 형상화된 주상절리의 기묘함이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다. 무등산 서석대나 입석대의 위용과는 또 다른 바다 위의 장관을 드러내고 있다.
'절리'라는 말은 암석에 발달한 갈라진 면을 말하고, '주상절리'라는 것은 주로 현무암질 용암류에 형성되는 기둥 모양의 평형한 절리로서 고온의 용암이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작용에 의하여 생겨난 틈을 말한다고 한다. 위에서 보면 4-6면체의 다각형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곳 57,265㎡가 2005년 1월에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옛날에는 옛이름인 '지삿개'를 살려 '지삿개 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주상절리로 통한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최대 25m에 달하는 수많은 기둥모양의 암석들이 해안선을 따라 2km 정도 규칙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조물주가 다듬어 놓은 듯 정교하게 겹겹이 쌓은 검정 육모꼴의 돌기둥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주상절리대,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위대함, 조물주의 기기묘묘한 솜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천혜의 절경이다. 아득한 옛날 화산폭발과 용암의 분출 등 지각변동으로 인해 생긴 주상절리대를 보고 어느 석수장이의 애절한 사연이 그대로 전설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잠깐 동안의 요트 유람은 끝났다.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던 벅찬 감동을 잔잔한 파도에 띄워놓고 물러났다. 융숭한 대접까지 받은 초호와 요트의 유람으로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 날이 저물 때까지 그 배에 몸을 실어 주상절리를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싶은 욕망을 뒤로 한 채 조용히 육지에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