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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강기희 정선집 전소 송두리째 불타버린 자택 풍경을 망연한 듯 둘러보고 있는 강기희 소설가 ⓒ 최원석

▲ 작가 강기희 정선집 전소 송두리째 불타버린 자택 풍경을 망연한 듯 둘러보고 있는 강기희 소설가 ⓒ 최원석

"강원도 정선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코앞이 살을 찌르는 땡겨울인데 살고 있는 집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새까만 재로 변해버렸으니…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그나마 어머이가 옆집 할머니 도움으로 화마를 피해 불행 중 다행입니다. 모든 걸 잊고 새로 시작해야죠. 겨울만 아니어도 어떻게 궁리를 해보겠는데…."

칠순 노모 이춘옥(76)씨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산나물과 더덕 등을 캐서 정선 오일장에 내다 팔며 살아온 집을 순식간에 화마에게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강원도 정선 출신 작가 강기희(44). 그가 이메일로 보내온, 잿더미로 변해버린 집을 바라보며 서 있는 사진 속 강 작가는 망연자실한 표정 그대로였다.  

이번 화재(11일 새벽1시~6시)는 강 작가가 '해남문학축전' 사회를 본 뒤 구상 중인 장편소설 <김달삼>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서울에 머물던 중 일어나 가재도구 일체와 그가 애지중지 아끼던 컴퓨터, 책, 집필 중인 원고 모두를 한꺼번에 잃어 버려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강 작가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작가 1년 연봉이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이와 함께 농사를 짓고, 산나물과 약초를 캐서 근근이 식의주를 이어가고 있는 집까지 저리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니 앞으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건질 게 있나 싶어 잿더미를 뒤져봤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며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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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에 타기 전 작가 강기희 집 눈에 덮힌 작가 강기희 정선 집이 한 폭의 그림 같다 ⓒ 이종찬

▲ 불에 타기 전 작가 강기희 집 눈에 덮힌 작가 강기희 정선 집이 한 폭의 그림 같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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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돌만 남은 작가 강기희 정선 집 책, 컴퓨터, 집필 구상 중인 자료 모두를 새벽의 화마가 송두리째 앗아갔다 ⓒ 최원석

▲ 벽돌만 남은 작가 강기희 정선 집 책, 컴퓨터, 집필 구상 중인 자료 모두를 새벽의 화마가 송두리째 앗아갔다 ⓒ 최원석

정선소방서 안전센터 화재조사계 관계자는 화재 보상에 따른 기자의 물음에 "전기누전으로 불이 나게 되면 변전선 안쪽은 건물주가 책임져야 하며, 변전선 바깥쪽에서 타들어갔다면 한전이 책임"이라며, "이번 화재는 옥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서 추산 재산 피해액은 2500만원 정도.   

한편, 이번 화재는 11일(화) 새벽 1시, 강 작가가 살고 있는 정선 집(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용탄1리)의 강 작가가 기거하는 방에서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나 이날 오전 6시까지 5시간 동안 본가에 있는 살림도구와 컴퓨터, 책, 원고 등을 완전히 불태운 뒤 오전 6시쯤 꺼졌다.

이날 강 작가의 칠순 노모를 모시고 나온 이 마을 할머니는 "새벽 1시쯤 갑자기 밖이 훤해 밖으로 나가보니 강 작가 노모가 살고 있는 집 한 귀퉁이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깜짝 놀라 마을사람들을 모두 깨워 강 작가 집으로 달려가 노모부터 얼른 모시고 나온 뒤 정선 소방서에 화재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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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가 된 집 코앞이 살을 찌르는 땡겨울인데 살고 있는 집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새까만 재로 변해버렸으니… ⓒ 최원석

▲ 폐허가 된 집 코앞이 살을 찌르는 땡겨울인데 살고 있는 집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새까만 재로 변해버렸으니…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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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시간 동안 불에 타버린 작가 강기희 정선 집 그나마 어머이가 옆집 할머니 도움으로 화마를 피해 불행 중 다행입니다 ⓒ 최원석

▲ 5시간 동안 불에 타버린 작가 강기희 정선 집 그나마 어머이가 옆집 할머니 도움으로 화마를 피해 불행 중 다행입니다 ⓒ 최원석

문학예술인들 '작가 강기희 돕기' 모금운동 시작

"강기희 작가는 고향 땅인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용탄 1리 789-1번지 자택에서 76세의 노모를 모시며 작가 생활을 영위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서사성 있는 작품을 연속 발표하여 역량 있는 작가로 평가 받았으며,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작가적 자존을 유지하며 살아왔습니다." -한국문학평화포럼

강기희 작가와 칠순 노모가 살고 있는 정선 집이 화재 때문에 잿더미로 변했다는 소식을 12일자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게 된 문학예술인들이 '작가 강기희 돕기 모금운동'에 나섰다.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김영현)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는 12일(수) 오후 회원 메일발송과 전화를 통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강기희 작가를 도웁시다!'란 제목의 메일을 통해 "강 작가는 정선문화연대 상임대표,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등으로 활동했다"며 "그는 <동강댐살리기운동> <아라리 문학축전> <몰운대 문학축전> 행사 등을 고향 땅에서 연속 개최하는 등 활발한 문학운동과 사회활동을 펼쳐 주변의 신망 또한 두터운 작가"라고 설명했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또 "강 작가는 지난 11월8일 전남 해남에서 열린 <김남주문학축전> 사회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으며, 이 행사를 성황리에 끝마친 뒤 11월 9일 밤 상경했다. 그 뒤 다음 작품인 장편소설 <김달삼>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서울에 머물던 중 비보를 접했다"며 모금운동에 문학예술인들의 많은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50, 시인) 사무총장은 "불행 중 다행은 76세의 노모가 화재를 피해 무탈하신 것"이라며 "살던 집이 송두리째 전소된 그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십시일반 그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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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31일 '2008 정선 몰운대문학축전'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강기희 강 작가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작가적 자존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 이종찬

▲ 지난 10월31일 '2008 정선 몰운대문학축전'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강기희 강 작가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작가적 자존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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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희 작가와 어머니 정선 오일장 난전에서 더덕, 산나물, 피마자, 곤드레 등을 팔고 있는 강기희 작가와 칠순 노모 ⓒ 이종찬

▲ 강기희 작가와 어머니 정선 오일장 난전에서 더덕, 산나물, 피마자, 곤드레 등을 팔고 있는 강기희 작가와 칠순 노모 ⓒ 이종찬

한국작가회의 1500여 회원들에게 호소 메일 발송

"추운 겨울이 눈앞까지 다가온 이즈음 안타까운 소식 하나를 전하고자 합니다. 다름 아니오라 한국작가회의 회원인 강기희 소설가가 전기누전 사고로 자택이 전소되어 가재도구는 물론 컴퓨터, 책, 집필 중인 원고 모두가 한순간에 소실되는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에 많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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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강기희 그는 어려운 집필환경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장편소설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 <개 같은 인생들> 등 우리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서사성 강한 작품들을 연속으로 발표했다 ⓒ 이종찬

▲ 작가 강기희 그는 어려운 집필환경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장편소설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 <개 같은 인생들> 등 우리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서사성 강한 작품들을 연속으로 발표했다 ⓒ 이종찬

한국작가회의는 1500여 회원들에게 보낸 호소 메일에서 "강 작가는 그 동안 고향 정선에서 팔순 노모를 모시며 작가생활을 해왔다."며 "그는 어려운 집필환경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장편소설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 <개 같은 인생들> 등 우리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서사성 강한 작품들을 연속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이어 "강 작가는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 등 여러 문학예술단체과 사회운동단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각종 문화행사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한 일꾼이었다"며 "그는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활발한 문학운동과 사회활동을 추진해 문단 안팎으로 신망이 두터운 작가"라고 덧붙였다.

강원도에 머무는 겨울은 몹시 길고 몹시 춥다. 땡겨울을 앞두고 하루아침에 살고 있던 집을 화마에게 빼앗겨버린 강기희 작가가 올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내뱉은 말 그대로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다". 졸지에 살 곳을 잃어버려 답이 없다는 강 작가를 위해 문학예술인들이 다시 한번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