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박대는 약한 불에 은은하게 구워야 고소한 맛이 도망가지 않으며 손으로 찢으면 가시와 살이 쉽게 분리되어 맛도 좋고 먹기도 좋습니다.
조종안
생선이나 채소나 싱싱해야 제 맛이 나는 법, 박대 역시 냄새가 나지 않고 꼬들꼬들하게 잘 말라 빛깔이 뽀얘진 걸 골라야 조리하는 과정에 냄새가 역겹지 않고 고소해서 식사를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육류든 생선이든 수컷보다는 암컷의 육질이 연하고 깊은 맛도 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박대도 마찬가지여서 배에 선홍색 줄무늬가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합니다. 알을 품고 있었다는 징표거든요.
싱싱한 박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묵은 김치를 넣고 찌개를 끓여 먹기도 하는데요. 특유의 고소한 맛과 김장김치에서 나오는 단맛이 일품입니다. 국물이 얼큰하고 김치의 개운한 맛이 생선과 어울리면서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나고 개운한 맛도 배가되지요.
박대는 어떤 생선?박대라고 하니까 '문전박대'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바다에서 잡히는 어류 중에 유달리 '각시' 성(姓)을 가진 게 박대입니다. 박대도 윤기가 돋고 맛이 좋은 '참박대'와 약간 검은 색을 띤 '보리박대'가 있는데, 몸통에 색동처럼 줄무늬가 있는 '각시박대'는 요즘 보이지 않더라고요. 참박대와 보리박대는 암컷과 수컷에 그렇게 이름을 지어 부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자미목 참서대 과에 속하는 박대는 갯벌이 많고 수심이 얕은 서해안에서 많이 잡힙니다. 참서대과 어종이며 몸이 매우 납작하고 머리와 눈이 이상할 정도로 작아 처음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생선이기도 하지요.
박대는 다 커야 40cm가 넘지 않는 소형어종인데요. 남서해안 지역에서는 박대와 참서대를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크기와 생김새가 비슷한 데서 오는 착시현상으로 보여집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을 비롯한 경상도 강원도 쪽에서는 박대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생선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지금은 서민 대중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참서대와 함께 저서성 어류의 우점종인 박대는 군산을 비롯한 전북 연안 주민들 밥상에 자주 오르는데, 고소하고 담백해서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는 어종입니다. 그런데 불법어업과 개발사업 등으로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하여 최근에는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불법어로를 막으면 어민이 울고 그냥 놔두면 어류의 씨가 마를 것 같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박대 껍질은 묵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말린 박대 껍질을 쌀뜨물에 하루 정도 담그고 나서 방망이로 두들겨가며 검은색 비닐과 같은 껍질을 제거하여 깨끗이 헹군 뒤 적당량의 물을 부어 푹 고아낸 후 묵 틀에 부어 식히면 굳으면서 투명하고 뽀얀 박대묵이 되는데요. 메밀묵을 무칠 때처럼 썰어 식초 양념장을 끼얹어 먹으면 입안에 개운한 맛이 감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