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주관한 신 자오왕(?王)의 전각에서 예를 표하는 한 관광객. 자오왕 전각은 쓰촨요리박물관 중앙에 위치해 있다.
모종혁
"먹는 음식은 중국에 있고 맛은 쓰촨에 있다." (食在中國 味在四川) 중국은 요리의 천국이다. 전 세계에서 프랑스와 더불어 요리의 종류가 가장 많고 다양하다. 중국인은 하늘에는 비행기, 땅에는 의자 다리를 빼고 발이 달린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2004년 중국과 아시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SARS)의 전염원으로 사향 고양이가 지목되면서 중국인의 유별난 식도락 문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수십 개의 문화권으로 나뉜다. 각 지방은 각기 다른 음식 문화를 꽃피워 발전시켰다. 산둥(山東)의 루차이(魯菜), 장쑤(江蘇)의 화이양차이(淮揚菜), 광둥(廣東)의 웨차이(粤菜), 쓰촨의 촨차이(川菜)는 중국 요리의 으뜸인 4대 요리로 손꼽힌다.
중국 4대 요리는 주변 지역의 음식 문화에 영향을 주고 다른 맛과 조리법을 흡수, 재창조하면서 독보적 위치를 지켜왔다. 드넓은 중국 대륙 어디를 가든 4대 요리를 장기로 하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중 식당 수가 많은 음식점은 단연 광둥요리와 쓰촨요리다.
중국 대도시에서 땅값과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을 차지한 식당은 광둥요리점이다. 광둥요리는 해삼, 전복, 바다가재, 상어지느러미 등 진귀한 해산물을 주재료로 써서 음식 값이 비싸다. 정치인, 관료, 부자 등이 접대를 위해 으리으리한 광둥요리점을 찾는 것은 중국에서 관행이다. 광둥요리가 권력과 부를 쌓은 중국인에게만 한정된 귀족요리라면, 쓰촨요리는 서민요리의 대명사다.
주택가 구석구석 자리를 차지한 식당은 으레 쓰촨요리점이다.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중국 서민들은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할 때 첫째로 고려하는 음식으로 쓰촨요리를 선택한다. 쓰촨요리는 중국인이 즐겨 찾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주재료로 다채로운 향료를 넣어 만든다. 저렴한 채소와 값이 적당한 버섯도 음식 맛을 돋운다.
무엇보다 고추, 산초, 후추 등으로 내는 매운 맛은 중국인의 입맛을 잡아끄는 데다 중독성까지 있다. 쓰촨요리의 맵고 얼얼한 맛은 다른 지역의 애매모호한 맛과 구별되어 중국인에게 선명히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