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30) 동시대적

― ‘동시대적으로 발생한’ 다듬기

등록 2008.11.18 20:08수정 2008.11.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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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아시아 각지에서 동시대적으로 발생한 갖가지 민중학살ㆍ탄압의 진상과 그 관련성을 검증하고 ..  《아라사끼 모리테루/김경자 옮김-또 하나의 일본, 오끼나와 이야기》(역사비평사,1998) 155쪽

 

 “세계대전 후(後)”는 “세계대전 뒤”나 “세계대전이 끝나고”로 다듬고, ‘각지(各地)’는 ‘곳곳’이나 ‘여러 곳’이나 ‘이곳저곳’으로 다듬습니다. ‘발생(發生)한’은 ‘터진’이나 ‘일어난’이나 ‘생긴’으로 손보고, ‘검증(檢證)하고’는 ‘살펴보고’나 ‘알아보고’로 손봅니다. “민중학살ㆍ탄압의 진상(眞相)”은 “민중을 어떻게 죽이고 짓밟았는지”로 고쳐 줍니다.

 

 ┌ 동시대적 : x

 ├ 동시대(同時代) : 같은 시대

 │   - 그의 생각은 항상 동시대의 사람들을 앞서 갔다

 │

 ├ 동시대적으로 발생한

 │→ 같은 때에 일어난

 │→ 비슷한 때에 터진

 │→ 비슷한 무렵에 생긴

 └ …

 

 ‘동시대’는 ‘같은 시대’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同’이 ‘같음’을 뜻하기에 ‘同 + 시대 = 같은 시대’입니다.

 

 ‘시대(時代)’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동안이나 때”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나 “그 시대에” 같은 말은 “이 무렵에”나 “그때에”로 고쳐 볼 수 있어요.

 

 이 자리에서는 ‘동시대’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동시대에 발생한”으로 적어도 크게 탈이 나지는 않습니다. 마음을 조금 더 기울여 ‘같은 시대’로 적어 주어도 괜찮습니다. “같은 시대에 일어난”으로 적으면 한결 나을 뿐더러, “같은 시대적으로 발생한”처럼 적는 일이란 없으니, ‘-적’이 들러붙을 걱정이 없습니다. 한 번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같은 때”나 “같은 무렵”으로 적을 수 있고, “비슷한 때”나 “비슷한 무렵”으로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 동시대의 사람들

 │

 │→ 동시대 사람들

 │→ 같은 시대 사람들

 │→ 같은 무렵 사람들

 │→ 둘레 사람들

 └ …

 

 가만히 헤아려 보면, ‘同時代’라는 한자말을 쓰니, 뒤에 ‘-적’도 붙고 ‘-의’도 붙습니다. 우리가 토박이말로 ‘같은 때’나 ‘비슷한 무렵’을 쓰면, 뒤에 ‘-적’이나 ‘-의’가 붙을 일이 없습니다. 한자말로 ‘동시대’를 쓴다고 하여도, 제대로 마음을 쏟아 주면 ‘-적’도 ‘-의’도 달라붙게 하지 않으면서 알맞고 살갑게 넉넉히 말하고 글쓸 수 있어요. 그러나 한자말을 쓰든 토박이말을 쓰든, 또 어떤 말을 하든, 우리가 날마다 주고받는 말에 제대로 마음을 바치는 이들이 몹시 드뭅니다. 올바르게 쓰거나 알맞게 쓰는 틀을 넘어서, 우리가 무슨 마음으로 말을 하고, 어떤 삶을 말에 녹여내는가를 돌아보는 사람이 퍽 드뭅니다.

 

 누구나 자기가 살아가는 만큼 이웃을 바라보기 마련이고, 자기가 살아가는 만큼 말을 하기 마련입니다. 자기가 살고픈 대로 제 일감을 찾고, 자기가 살고픈 대로 말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수월하지 않고 여러모로 메마른 우리 삶터라 해도 조그마한 촛불 하나를 가슴에 품는다는 생각으로 애쓸 때 속에서 터져나오는 말은, 수월하지 않은 삶이니 대충대충 읊조리는 말하고 같지 않습니다. 수월하지 않은 삶일 때부터 차근차근 다스리고 차곡차곡 쌓아 나가야, 비로소 수월하게 꾸리는 삶으로 거듭났을 때에도 참마음과 참삶을 담은 말을 펼칠 수 있습니다.

 

 1:1로 맞대어서 이 낱말은 이렇게 다듬고 저 낱말은 저렇게 다듬는다는 틀이란 없습니다. 언제나 때와 자리와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동시대의 사람들”은, 한자말을 살리는 말투로 하자면 “동시대 사람들”로 다듬고, 한자말을 걸러내는 말투로 하자면 “같은 무렵 사람들”로 다듬으며, 뜻을 헤아려서 아예 새롭게 써 보자면 “둘레 사람들”로 다듬습니다. “내 둘레 사람들”이나 “우리 둘레 사람들”로 다듬어 보아도 됩니다.

 

 스스로 찾아야 하는 길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뚫어야 하는 말입니다. 스스로 일구어야 하는 삶과 매한가지로, 스스로 살펴야 하는 글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땅 평화와 민주와 평등을 찾고 일구고 가꾸어야 합니다. 우리 두 손으로 우리 삶을 가꾸는 말과 글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깨닫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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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8 20:08ⓒ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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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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