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과 식상함 사이에서 출발한 '종합병원2'

14년 만에 다시 문 연 '종합병원2'에 대한 기대와 걱정들

등록 2008.11.22 15:09수정 2008.11.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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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병원2>의 등장인물들
<종합병원2>의 등장인물들 MBC
<종합병원2>의 등장인물들 ⓒ MBC

 

한국 의학드라마의 원조를 자처하는 '종합병원'이 14년 만에 '종합병원2'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19일과 20일 첫 선을 보인 '종합병원2'의 출발은 좋은 편이다. '바람의 나라', '바람의 화원' 등 선발 주자들과 견주어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이라는 지적들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대답으로 비껴갈 수 있다.

 

아마도 안방극장에서 어엿한 '흥행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의학드라마라는 기대와 함께 14년 전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올드팬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바라보는 '의드팬'들

 

'종합병원2'는 의학드라마라는 장르만으로도 이른바 '의드팬'이라는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들은 그만큼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여기에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징크스도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최근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 하트' 등 쏟아지는 의학드라마에 행복해하던 의드팬들이 '종합병원2'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특정한 장르로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크지만 그만큼 비교대상이 명확하기에 앞서 열거한 작품들은 물론이고 '종합병원2'의 경우 원작을 넘어서는 매력을 발산해야만 성공한 드라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병원2'는 특별한 무기가 없다. '하얀 거탑'의 장준혁 과장처럼 파격적인 인물이 없다. 게다가 외과 의사들의 심리적, 육체적 고충과 생사를 넘나드는 응급실의 긴박감은 의학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종합병원2'는 휴머니즘이라는 진부하면서도 익숙한 주제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물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르듯이, 진부한 이야기라도 맛깔스럽게 풀어놓는다면 익숙함은 곧 편안함이란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미 '하얀 거탑'은 시작도 하기 전에 스토리가 다 알려진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단점을 훌륭하게 극복했고, '뉴하트' 역시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무리 없는 이야기 전개로 성공을 거두었다. 

 

의학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

 

 <종합병원2>의 주연을 맡은 차태현과 김정은
<종합병원2>의 주연을 맡은 차태현과 김정은MBC
<종합병원2>의 주연을 맡은 차태현과 김정은 ⓒ MBC

앞서 말한 것처럼 휴머니즘을 표방한 드라마답게 '종합병원2'에는 다른 작품들보다 등장인물들도 훨씬 더 다양하고, 주연과 조연 간의 경계가 희미하다. 마치 의학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 '종합병원2' 역시 그동안의 의학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왔던 전형적인 인물들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똑똑하고 야심으로 가득 찬 의사, 항상 어설프게 사고만 치며 이야기의 소재를 던져주는 의사, 스스로의 영달보다는 환자를 더 아끼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의사들 말이다.

 

그래서일까. 차태현과 이재룡을 보며 '뉴하트'의 이은성(지성)과 최강국(조재현)이 떠올랐고, 이종원의 말투와 눈빛에서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 과장(김명민)이 보이는 것 같다.

 

의드팬들을 더 식상하게 한 것은 남녀 주인공을 맡은 차태현과 김정은이었다. 이들의 코믹 연기는 '엽기적인 그녀'의 남자주인공과 '두사부일체'의 여자주인공을 데려와 그저 의사 가운만 입혀 놓은 듯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미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검증된 인물들이라 할 수 있고, 이들로도 충분히 신선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드라마가 병원이라는 특수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손에 쥔 의사들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나 혹은 내 주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병상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때문 아닌가. 

 

의사와 환자가 보여줄 '라쏘'

 

첫 회에서 이재룡은 외과에 지원했지만 인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의사들에게 폄하당하는 남자주인공 최진상(차태현)을 "라쏘(환자와 의사간의 심리적 신뢰관계)가 좋은 의사"라고 감싸주며 이 드라마의 주제를 공개했다. 

 

결국 병원내의 의사와 환자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의학드라마에서는 익숙하면서도, 그래서 더 풀어나가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익숙함이 조금이라도 지나치면 곧 식상해져버리기 때문이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식상함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종합병원2'는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과 의학드라마의 흥행불패를 이어가야한다는 무거운 임무까지 짊어지고 있다.

 

이제 막 출발한 '종합병원2'가 앞으로 어떤 의사들과 어떤 환자들, 또 어떤 이야기들을 통해 '라쏘'를 풀어놓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2008.11.22 15:09ⓒ 2008 OhmyNews
#종합병원2 #의학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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