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 "행안부 색깔이 '사회적 물의'"

이정이 대표 서훈 대상 제외... 국가인권위 '독립성' 논란

등록 2008.11.21 17:14수정 2008.11.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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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 김귀현

국가인권위원회. ⓒ 김귀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올해 대한민국 인권상 후보자로 추천한 인물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심사를 유보하자 인권단체들이 규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인권상 수상후보로 이정이(67) 부산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대표 겸 부산인권센터 대표를 추천했다. 그런데 21일 행정안전부는 차관회의 때 올해 인권상 심사안건 상정을 유보했다.

 

행정안전부는 정부의 훈장 심사 대상에서 이정이 대표를 제외하면서 "이정이 대표의 자격을 비판하는 언론보도와 성명이 잇따르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검증 과정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인권상 후보로 추천되자 최근 보수 단체와 일부 언론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정이 대표에 대해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맥아더 동상 철거 운동 등을 주도한 친북좌파 활동가"라 주장했다. 행정안전부가 이 대표를 인권상 심사 안건 상정을 유보한 것은 보수단체·언론들이 제기한 점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수단체·언론들이 이 대표의 인권상 수상 반대를 주장하자, 민주노동당 부산시당과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에서는 "이정이 대표가 인권상을 수상하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보수단체 주장을 반영한 것.

 

인권단체연석회의 "사회적 물의가 어떤 물의냐"

 

전국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행정안전부는 인권에 대한 '사회적 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행안부가 말하는 '사회적 물의'가 어떤 물의냐"며 따졌다.

 

이들은 "이정이 대표가 인권상 추천자로 선정된 뒤, 보수 언론과 보수 단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 등의 이력을 들며 '친북·깽판세력' '반미주의자'로 표현하며 이념공세를 펴기 시작했다"며 "뉴라이트전국연합은 13일 '민가협과 국가인권위가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코드가 맞아서 그런건지 솔직히 말해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인권상이 편향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행안부는 인권상 심사에 있어 기본이 되는 인권적 기준조차 없이 보수단체들의 이념적 색깔론적인 반발을 '사회적 물의'로 확대해석하며 이를 수긍한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산 위험 쇠고기 수입 문제 등으로 국민 수백만명이 모여도 귀를 닫고 있던 정부의 태도를 비추어볼 때, 이정이 추천자에 대한 비판여론을 발빠르게 수용한 행안부의 태도는 '사회적 물의'를 핑계 대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정이 추천자는 지역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 악법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은 물론이고, 양심수 석방 운동에 앞장서고, 장애인 노숙인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며, '양심수의 어머니' '인권의 대모'라고 불리고 있는 사람"이라며 "행안부가 이와 같은 이력을 문제삼아 심사 보류를 한 것은 정부 스스로 인권에 대한 천박한 의식을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행안부의 이번 결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을 침해당하고 차별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행안부는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최종 추천자로 선정된 이정이 대표에 대한 심사 보류 결정을 철회하고, 이명박정부는 계속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독립성 훼손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다산인권센터·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 등 전국 41개 인권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2008.11.21 17:14ⓒ 2008 OhmyNews
#대한민국인권상 #이정이 #국가인권위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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