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부 이사장은 '전업주부'로 살까, 아니면 언론운동에 나설까
권우성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다.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언론계와 완전히 '굿바이' 하는 일이다. 전혀 새로운 이모작 인생을 사는 길이다. 박 이사장은 언론계 생활 그 이후에 대해 비교적 많은 준비를 해온 듯했다. 버섯농사, 헌책방 운영을 한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전업주부'로 살아볼 요량이다. 그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가장 높다고 했다.
또 하나의 길은 언론운동에 힘을 보태는 일이다. 언론의 오늘과 미래를 걱정하는 언론인들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동참할 생각이다. 아마도 지난 10여개월 겪은 개인적인 일도 일이지만, 최근 사회 전반의 흐름을 볼 때 한국 사회가 중대한 고비에 서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내가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꼭 필요하고, 또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언론단체는 이미 많이들 있다. 언론인 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그는 언론인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왜 그런 필요를 느끼는 것일까.
"정치적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 그런데 대응은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새로운 각오와 발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진용을 새롭게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갖출 것인가? 그것은 그에게도 숙제로 남아있다. 다만, 그는 일단 언론부터 시작해야 하겠지만, 언론과 언론인을 넘어서는 보다 광범위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작은 언론부터, 그리고 언론이 중요하다고 보지만, 지식인, 정치인들까지 함께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그렇지 않으면, 가령 KBS·YTN·MBC 등 방송 문제를 비롯해 언론의 문제를 단지 '언론'이라는 협소한 시각의 문제로 접근하거나, 하나하나 단편적으로 대응해서는 대책 없이 패배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퇴행적 흐름에 대한 저지선을 어떻게 펼 수 있느냐에 대한 정치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논지인 듯싶다.
박래부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언론의 오늘과 내일에 관해 조금 무거운 책을 써보려 한다고 했다. "지금은 언론을 통한 기고 활동도 기고 활동이지만 책 쓰기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언론인들도 뜻과 힘을 모아 주제를 정하고 이를 단행본으로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후 3시부터 두 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동안 언론재단 이사장실로 찾아온 언론재단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터뷰 도중 한 이사가 먼저 사무실을 떠난다고 인사를 왔을 뿐이다. 또 다른 이사들은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그냥 각기 헤어지기로 했다는데, 발길이 먼저 떨어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같이 인터뷰한 다른 기자가 언론재단 이사장으로서 마지막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인터뷰하고 있잖아요."마지막 이야기는 '촛불'이었다. 그는 지난 5·6월 '촛불'들의 들고 나섬에 대해 그 어느 것도 믿을 수 없는 데 대한 결핍, 갈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언론도 지식인도 정치인도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의지할 수 없다는 결핍과 갈망의 촛불이었다고 본다. 바로 그런 결핍의 갈망에 응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촛불, 그냥 지나가버린 일인 것 같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갈증은 그렇게 끝나버릴 수 없는 일이다. 결국은 다시 제기될 것이고, 언론을 비롯해 그것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최근 주요 기사]☞ "원조보수" 박태준, "민족작가" 조정래를 축하하다☞ MB 휴대폰번호 모르는 사람, 모두 뭉쳐라☞ "사기 의혹" 수소자동차, 청와대까지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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