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8)

― ‘선택의 순간’, ‘선택의 여지’ 다듬기

등록 2008.11.21 21:21수정 2008.11.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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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선택의 순간

 

.. 1백 위안짜리 중국인 표를 사느냐, 1백 달러짜리 외국인 표를 사서 니콜과 동행하느냐, 선택의 순간이었다 ..  《신상환-세계의 지붕, 자전거 타고 3만 리》(금토,2000) 24쪽

 

 ‘중국인(-人)’과 ‘외국인(外國人)’으로 적어도 나쁘지 않으나, ‘중국사람’과 ‘외국사람’으로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동행(同行)하느냐’는 ‘함께 가느냐’로 손질합니다.

 

 ┌ 선택(選擇) :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   - 선택 기준 / 선택 사항 / 알맞은 단어의 선택이 필요하다 /

 │     다양한 상품 개발은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

 ├ 선택의 순간이었다

 │→ 선택할 때였다

 │→ 고를 때였다

 │→ 갈림길이었다

 │→ 갈려진 길이었다

 └ …

 

 골라서 뽑는 일을 가리켜 ‘選擇’이라 한다는데, 말뜻 그대로 ‘골라뽑다’라는 낱말을 지어서 쓰면 넉넉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르다’라 해도 되고, ‘뽑다’라 해도 됩니다. 비슷한 뜻으로 ‘가리다’와 ‘추리다’가 있고, ‘간추리다’도 있습니다.

 

 ┌ 선택 기준 → 고르는 잣대

 ├ 선택 사항 → 고르는 것

 ├ 알맞은 단어의 선택이 필요하다 → 낱말을 알맞게 골라야 한다

 └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 더욱 널리 고르도록 해 준다

 

 골라서 먹고, 골라서 쓰며, 골라서 삽니다. 골라서 읽고, 골라서 듣고, 골라서 이야기합니다. 골라서 만나고, 골라서 다니고, 골라서 탑니다. 골라서 마시고, 골라서 입고, 골라서 삽니다.

 

 

ㄴ. 선택의 여지

 

.. 아픈 사람이 발견되면 비행기에 탄 사람 모두 출발지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케냐 관리들이었으니,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벤슨 뎅,알폰시온 뎅,벤자민 아작/조유진 옮김-잃어버린 소년들》(현암사,2008) 236쪽

 

 ‘발견(發見)되면’은 ‘나오면’이나 ‘보이면’으로 다듬습니다. ‘출발지(出發地)’는 ‘처음 온 곳’으로 손보고, “되돌려 보내는 것이”는 “되돌려 보내기가”로 손봅니다.

 

 ┌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 선택할 길이 없었다

 │→ 달리 어쩔 수가 없었다

 │→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 딱히 어찌할 길이 없었다

 │→ 어쩌는 수가 없었다

 └ …

 

 여러 갈래 길이 있어서 어느 한 가지로 골라서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직 한 가지 길만 있을 때는 아무런 수가 없습니다. 그저 그 길을 따라가야 할 뿐입니다. 내키지 않거나 고달파 보일 뿐인 길 하나만 눈앞에 있다면 내키지 않든 고달프든 그 길로만 가야 할 노릇입니다. 뒤로 갈 수도, 옆으로 비켜날 수도 없습니다.

 

 ┌ 한 가지 길만 있었다

 └ 한 가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스스로 좋아서 한길을 파곤 하지만, 외통수밖에 없어서 외길을 가야 한다면, 여느 마음과 몸으로는 견디어 내기 벅찹니다. 힘겹습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차곡차곡 다니며 높은 성적을 잇고, 모든 학교를 마친 다음 연봉 높은 큰 회사에 들어가서 서류 만지는 일을 해야만 한다면, 비록 돈은 어느 만큼 만질는지 모르나, 참으로 재미없을 뿐더러 슬픈 삶이 되지 않으랴 싶습니다.

 

 돈은 돈대로 벌면서 보람은 보람대로 맛볼 수 있는 일을 우리 깜냥껏 우리 마음에 닿는 틀에서 찾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회사원 가운데 카드회사에 들어가고 ㅅ에 들어가고 ㅎ에 들어가고 하는 틀이 아니라, 농사도 짓고 고기잡이도 하고 공장에서 일도 하고 우유나 야쿠르트 나르는 일도 하고 점원으로도 일하고 출판사에서도 일하고 시도 쓰고 하는, 저마다 다 다른 길이 있음을 몸으로 겪어 보게 하면서 스스로 한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 너무 괴로운 노릇이었다

 ├ 몹시 힘든 일이었다

 └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괴로움도 달게 받아먹으면서 자라고, 쓰디씀도 고맙게 받아먹으면서 크고, 힘겨움도 기꺼이 받아먹으면서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모든 가시밭길은 발바닥을 부르트게 하는 모진 길이지만은 않습니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배이게 하면서 더 오랫동안 꿋꿋하고 신나게 걸어가도록 다스려 주는 길이기도 합니다. 나무는 빗물을 마시면서도, 눈물을 먹으면서도, 땀방울로 목을 축이면서도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웁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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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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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1 21:21ⓒ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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