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은 모습이 곱고 단아하다.
조우성
딸인 최영훈씨가 3~4살, 딱 지금의 손녀만 할 적이다. 공연이 있는데 어린 딸이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을려고 무지 떼를 썼단다. 할 수 없이 안숙선씨는 어린 딸을 보듬고 공연장에 가게 되었다.
"제가 선배한테 무대뒤에다 의자를 놓고 '딸을 여기 앉혀 놓을테니까 제가 나갔다 올 동안 꽉 잡고 있어주세요' 그랬어요. 그랬더니 '염려말고 나갔다 오라'고 그랬는데 아마 그 양반이 나갈 차례가 되니까 아기는 둬 버리고 나가셨나봐요. 그래 한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아기가 '엄마~'하고 무대로 뛰어나와버렸어요."
재미난 추억담에 딸도 본인도 하^*^하 자연스레 웃음이 터져 나온다. 분장실에 웃음꽃이 한아름 가득하다. '기억나세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따님은 수줍은 듯 '아뇨~'라고 답한다.
"아이가 갑자기 '엄마'하고 뛰어나왔으니 관객들은 웃고 난리났죠. 저는 그때 여러 선배님들과 선생님께 너무 죄송하고. 그래가지고 제가 그때를 생각하면서 '엄마가 뭘하는지 좀 봐라'고 손녀딸을 데리고 갔어요. 엄마도 아기가 와 있는 것을 알고 나면 훨씬 마음이 좋을 것 아니에요. 그런 에피소드가 있어요. 하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딸을 데리고 공연장에 갔지만 평소에는 늘상 떼어 놓고 돌아다녔거든요. 떼어 놓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음악을 할 수 없었어요. 자꾸 이걸 강조하면 악한 엄마가 되버리는데... 하하."
안숙선씨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다. 딸에게 가야금이 아니라 거문고를 연주하게 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가야금은 제가 했으니까... 술대로 밀어서 연주하는 거문고라는 악기가 세계적으로 나가보면 한국에만 있는 악기에요. 그 가지고 있는 성음들이 다른 악기에 비해서 무겁고, 깊이가 있고, 웅장하고, 장엄한 것을 표현 하거든요. 남성적이죠. 선비의 정신과 기개, 아무리 슬퍼도 울지 않는 그런 음들이 다 담겨있기 때문에 저는 제가 안하는 것을 딸이 하기를 바라는 거죠. 요즘 관현악에서도 거문고가 밀려나고 있고.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우니까 '너라도 거문고 해라' 그런 셈이죠. 저는 혈액형이 A형이라 그런지 상당히 예민하고 여리지만, 딸은 O형이라 활달하고 서글서글해요. 성격도 거문고를 하기에 적당해요."
최영훈씨가 집에서 거문고를 타며 연습에 집중하고 있으면 안숙선씨는 옆에서 안 듣는 척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음이나 가락에 잘못되거나 틀린 것이 들리면 바로 지적을 하고 고치게 만든다.
"항상 옆에 오셔서 '음이 이상하다', '이렇게 해봐라', '거기는 강약을 바꿔봐라' 이렇게 지적해주세요. 원래 산조나 이런 가락들이 구음에서부터 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는 판소리조의 그런 느낌을 주세요. 그러면 단조롭게 느껴지던 가락이 살아 움직이는 음악적 리듬을 갖게 되요. 감정이 실리게 되죠. 장단도 잡아주고 리듬감도 살려주시고. 선생님께 배우는 가락과는 약간 느낌이 다른 그런 음악적 느낌을 채워 주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