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르헨티나... 경찰 캠핑카 아래서 하룻밤

[자전거세계여행-아르헨티나 1탄] 희망방문, 희망질문, 희망나눔하는 희망여행

등록 2008.11.28 09:59수정 2008.12.0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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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9월 13일 ~ 11월23일 동안 자전거로 아르헨티나를 여행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6시 기상. 진짜 7시에 나갈 채비를 한다. 순간,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불평이 나왔지만 '짜증낼 필요가 없잖아, 가야 하니까……. 가자!'라고 생각을 고쳐먹자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2인용 밴 뒤에 조나단을 싣고 아직 어둠의 그림자가 자욱한 새벽 도로 위로 차는 미끄러져간다. 에두아르도는 처음에는 산타로사(Santa Rosa)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가 30분 정도 지나자 다음 마을인 도르미다(La Dormida)까지 데려주겠다고 말을 바꾼다.


아마 1주일 동안 함께 한 조금은 엉뚱하고 재미있는 친구를 보내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어, 차가 갑자기 농장 쪽으로 진입한다. '일 좀 하고 올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에두아르도는 아직 녹색 옷을 준비하지 못한 벌거숭이 나무 들 사이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한 나무에 매달린 하얀 색 종이를 펼쳤다. 그 안에는 수박씨앗 반 톨 만한 검은 씨앗들이 자기 키를 자랑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에 발꿈치를 들고 있는 녀석들이 보인다.

해충(나방류 벌레)의 발생을 모니터링 하는 종이. 나방의 성페로몬을 이용하여 수컷을 유인해서 얼마나 많은 해충이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이다. 테스트용 종이를 확인중인 에두아르도(자료제공: 세계자전거여행 야산님) ⓒ 박정규


해충(나방류 벌레)의 발생을 모니터링 하는 테스트용 종이. 나방의 성페로몬을 이용하여 수컷을 유인해서 얼마나 많은 해충이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이다.(자료제공: 세계자전거여행 야산님) ⓒ 박정규


'아, 새싹이다.' 일하는 친구를 보다가 무심코 오른쪽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는데, 그곳에 한 뼘도 안 되는 녹색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문득, 지금 하고 있는 '희망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아직 세상에는 낯선 나그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필자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3가지만 알려주십시오'라고 묻고, 그들의 희망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희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는 것. 한국홍보, 한국동포, 현지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는 것' 등이 희망여행의 목적이다.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희망방문(저녁이 되면 현지인들의 집을 찾아가서 숙식문의를 하는 것), 희망질문(도움을 준 친구들에게 희망 3가지를 묻는 것), 희망 나눔 및 홍보(만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교회, 대학, 가정, 단체 등)

(현지 언론사 인터뷰 시도, 여행기 연재등) 활동을 한다. 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희망여행'은 필자에게는 그렇게 어렵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필자에게 수십 수백 배의 '희망'으로 되돌아오고 있고 좀 더 많은 '희망 나눔'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선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필자의 바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푸른 새싹'처럼 필자를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직'희망의 씨앗'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아름다운 꿈으로 키어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야겠다. 


희망의 새싹이 자라고 있다 ⓒ 박정규


1000km 지점인 San Martin에서 출발해서 938Km 지점인 도르미다(La Dormida)까지 배웅을 해준 에두아르도는 마지막 포옹을 해주며 점심 값을 쥐어준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대부분 1차선이고 차들이 많아서 태워 준거라며 이별에 아쉬움에 대한 변명을 한다.   

이별의 포옹중인 필자와 에두아르도 ⓒ 박정규


검은 콧수염과 턱수염이 수북하게 난 파마머리의 아돌프가 웃고 있다. '어디 가세요? 부에노스 가는데요, 오! 맙소사!' 감탄사를 연발하던 아돌프는 보온물통을 차에서 꺼낸다. 은색 파이프를 담근 황토색 토기 찻잔에 녹색 차 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가득 부은 후에 '씨-익' 웃으며 따끈따끈한 김이 나는 현지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를 건넨다. 인형관련 일을 한다는 아돌프는 반대편 차선으로 가다가 필자를 발견하고는 건너편 차선까지 출장을 온 거였다. 차 배달 임무를 마친 아돌프는 원래 왔던 차선으로 돌아갔다.    


전통 차를 주기위해 차를 세운 아돌프 ⓒ 박정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즐겨먹는 전통차 ⓒ 박정규


밤 11시가 다 되어서 주행을 정리한다. 오늘의 숙소는 경찰 미니 캠핑카 뒤쪽. 보안100%, 바람막이 80%, 날씨 따뜻함, 멍멍이 없음. 이만하면 캠핑하기 좋은 조건이다. 자갈이 깔린 갓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1차선 고속도로 구간은 가난한 여행자에게' 호텔에 가서 자고 싶다!(말이 호텔이지 그냥 일반 숙소를 말하는 것이다)'는 대담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갓길이 있는 곳은 감사한 편이다. ⓒ 박정규


해질 무렵에 도착한 마을에서 두 곳의 숙소를 알아봤는데(작은 마을이라 숙소가 거의 없었다.), 미소 한 점 없는 무표정한 얼굴의 주인들이 모두 일절 할인이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바람에, 섭섭하고 욱하는 마음에 그냥 계속 페달을 밟았다. 다행히 2차선 도로가 시작되었고 갓길과 가로등이 함께 해주어서 야간 주행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피로가 스며들기 시작해서 페달링이 점점 느려졌다. 21시가 넘어갈 무렵 마을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그 동네도 캠핑할 장소도 숙소도 없다고 해서 계속 갈 수밖에 없었다. 도로에는 모두 개방형 공간의 빈터만이 조금 있어서 캠핑할 장소로는 부적합해 보였다.

밤이 오고 있다 ⓒ 박정규


밤 10시까지 야간주행을 ⓒ 박정규


'앗! 경찰차다!' 다음 마을 거리도 물어볼 겸 건너편 차선에 정차중인 경찰차로 다가갔다. 

다음 마을은 아직도 20km 가량 남았고 그 마을 가는 길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위험하다는 경찰의 조언을 듣고 나자 자연스럽게 캠핑문의를 했다. '그럼 여기서 캠핑하면 안될까요? 어디서요? 찾아볼게요. 음……. 캠핑 카 뒤 쪽이 좋겠는걸요. 네- 그러세요-' 경찰차 캠핑 카 뒤 바퀴 옆쪽이 아주 좋아 보인다. 바로 설치 시작! '소' 밤손님이(도둑) 많아서 24시간 근무 중이라는 25살의 새 신랑(결혼 1년 차, 4개월 된 아기가 있다.)은 지친 필자에게 간단한 요리와 음식을 대접해주었다.

마을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1년씩 순환근무를 하며 이 지역을 지킨다고 한다. 과거에는 피해가 많았는데, 경찰이 지키고 난 뒤로는 많이 줄었다고 한다. 소가 참 많기도 많은가 보다. '소 도둑'이라……. 그나저나 야간 근무는 가족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 될 것 같다. 낮에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것도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경찰 미니 캠핑카 뒤에 텐트를 설치했다 ⓒ 박정규


2008년 9월24일. 아르헨티나 발데(Balde) 16km 전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희망 여행 여행노트
1. 이동경로.  
San Martin  -> Dormido(차량이동) ->  Balde 16km전.
2. 주행기록.
주행거리: 118.6km / 주행시간: 9시간 27분 / 평균속도: 12.4km/h
3. 사용경비: 8.75 PESOS ( 1U$ = 3 PESOS)
인터넷 1시간: 2.5, 스프라이트 병 237ml: 1.75, 주스1.5ml: 4.5
4. 음식
아침: 빵과 커피 우유 
점심: 신라면, 빵, 음료 
저녁: 신라면, 참치, 캔, 밥, 물 4통 
5. 숙소: 캠핑(경찰 미니 밴 뒤)
6. 신체: 전체피로
7. 위생: 그냥 그대로.
8. 길 정보: 산 마틴(San Martin, km 1000)에서 라파스(La Paz)까지 부정기적으로 자갈이 깔려있는 1차선. 라파스부터(La Paz) 산루이스 (San Luis)까지 가로등과 갓길이 있는 2차선. 차오는 소리가 들리면 미리 피했다가 다시 주행할 것. 라파스 마을에서 인터넷 가능. 데사구아데로(Desaguadero: 주 경계의 작 은마을) 입구 쪽 숙소는 40페소, 일반 무허가 숙소(일반인 집)는 35.5페소. 마을을 나가는 곳에 식당이 딸려있는 호텔이 있으나 가격은 모르겠음.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는 <희망을 찾고, 나누며,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2006년 5월 16일,“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하였습니다.
2009년 5월 16일까지, 몽골여행, 중국종단, 인도여행, 미국횡단, 쿠바일주,
남미일주, 북아프리카 횡단을 계획 중입니다. 2008년 9월, 현재 남미 여행 중입니다.

* 희망여행 카페: www.kyulang.net
* 희망여행 저서: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는 <희망을 찾고, 나누며, 만드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2006년 5월 16일,“희망을 찾아 떠나는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하였습니다.
2009년 5월 16일까지, 몽골여행, 중국종단, 인도여행, 미국횡단, 쿠바일주,
남미일주, 북아프리카 횡단을 계획 중입니다. 2008년 9월, 현재 남미 여행 중입니다.

* 희망여행 카페: www.kyulang.net
* 희망여행 저서: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아르헨티나 #자전거여행 #남미자전거여행 #자전거세계여행 #희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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