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는 김장김치도 '금치'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 흔해도 불우이웃 겨울나기에는 턱없이 부족

등록 2008.12.02 19:41수정 2008.12.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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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자원봉사자들이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들이 담근 김치는 불우이웃 가운데 더욱 형편이 곤란한 가정에 전달되나 각 가정에 5-10포기 정도밖에 차례가 가지 않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들이 담근 김치는 불우이웃 가운데 더욱 형편이 곤란한 가정에 전달되나 각 가정에 5-10포기 정도밖에 차례가 가지 않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 안서순

▲ 자원봉사자들이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들이 담근 김치는 불우이웃 가운데 더욱 형편이 곤란한 가정에 전달되나 각 가정에 5-10포기 정도밖에 차례가 가지 않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 안서순

 

가격이 폭락한 김장배추는 농촌지역의 밭마다 널려있다. 거저 가져가라고 해도 '품삯하고 운임도 안나온다'며 손사레를 친다. 이런 가운데 연례행사로 각지역마다 열리는 '어려운 이웃 김장김치 담가주기'는 초창기 앞 다퉈 보도를 하던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들도 이젠 식상한 기사거리로 여길 만큼 시큰둥한 일로 본다. 김치가 너무 흔하다고 여긴다.

 

전국 각지에서 이런 행사를 벌이지 않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을 만큼 다반사가 되어 풍성하게 벌어지는  불우이웃돕기 김장김치 담그기. 그러나 실상, 불우이웃을 위한 김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말만  불우이웃 겨울나기를 위한  김장김치지 맛보기로만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적어도 10포기 이상은 가져야 겨울나기를 하는데 요란을 떨며 담가진 김치가 불우이웃들에게 나눠지는 양은 5포기에서 10포기 이하다. 노인 혼자 먹어도 1달을 먹을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서산지역에서 올 김장철에 지역의 각 봉사단체들이 담근 김장김치는 줄잡아 1만5000여 포기가 넘는다. 이 김치는 어려운 이웃으로 불리는 '기초수급생활대상자' 가운에서도 형편이 더 어려운 가정에만 나누어진다. 서산지역의'기초수급 생활 대상자'는 5000여명에 2890가정이지만 실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은 3000가구가 넘는다.

 

이들 모두에게 올해 봉사단체에 담금 김치를 고루 나눠준다면 각 가정에 5포기이다. 그렇다보니  김장김치는 어려운 계층 가운데 더 불우한 사람들에게만 나눠줄 수 밖에 없다. 가정 먼저 받는 경우는 '홀로 사는 노인'이고 두 번째가 소년·소녀가정 등 결손가정과 사회복지시설이다.

 

이들만 전달되는 양은 식구 수를 감안해 5포기에서 10포기까지 주어진다. 박순이 할머니(87.서산시 동문2동)는 "아무리 아껴 먹어도 1달도 못먹고 동이 난다"며 아쉬워 했다. 이들 대부분은 배추를 사고  각종 양념을 사서 김장을 하기에는 생활 형편이 너무 어려워 봉사단체 등에서 나눠주는 김장김치가 유일한 것이다.

 

2일 서산시 동문2동 주차장에서  봉사회원들과 함께 불우이웃돕기 김치 담그기'를 하고 있던 유연순 부녀회장은 "괜히 생색을 내느라고 요란하게 판을 벌여 김치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달되는 양은 많지 않아 정말 어려운 계층이 겨울한철만이라도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소리만 내지 말고 더 많은 김치를 담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문2동의 '불우이웃을 위한 김치 담그기'는 지난 2004년부터로 올해로 5년째이고 다른 지역도 거의 그 무렵부터 ‘김장김치 봉사’를 시작했다.

 

시 새마을 부녀회장인 권정애(55)씨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치만이라도 겨우내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해마다 해당자는 늘어나고 지원금이나 성금은 갈수록 줄어  동네사람들이 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진솔한 대책이 절실한다"고 주문했다. 흔전만전한 것 같은  김치이지만 어려운 이웃에게는 여전히  부족한 '금치'인 것이다.  

2008.12.02 19:41ⓒ 2008 OhmyNews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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