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2)

― ‘마음의 준비’, ‘마음의 표현’ 다듬기

등록 2008.12.03 20:22수정 2008.12.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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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마음의 준비

 

.. 오빠에게는 말하지 않았는데 한 달 가까이 나는 또 그 ‘흰 꿈’을 꾸었어요. 거의 밤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  《디오도러 크로버/김문해 옮김-마지막 인디언》(동서문화사,1982) 178쪽

 

 “하라는 것이”는 “하라는 뜻이”로 손봅니다. “한 달 가까이”라 적고 “근(近) 일 개월(一 個月) 간(間)”으로 적지 않아서 반갑습니다. ‘또’라 적고 ‘재차(再次)’로 적지 않은 대목도 반갑습니다.

 

 ┌ 준비(準備) : 미리 마련하여 갖춤

 │   - 완벽한 준비 / 월동 준비를 서두르다 / 그는 등산을 갈 준비를 차렸다

 │

 ├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 마음 준비를 하라는

 │→ 마음을 준비하라는

 │→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 마음을 추스르고 있으라는

 └ …

 

 어떤 일을 미리 마련할 때 한자말 ‘준비’를 쓰곤 합니다. 한 낱말은 아니더라도 ‘미리 마련하다’나 ‘미리 장만하다’나 ‘미리 하다’를 써도 괜찮을 텐데. 또는 ‘미리하다’를 한 낱말로 삼아도 나쁘지 않고. 그렇지만 한자말 ‘준비’를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이 낱말 ‘준비’를 쓰는 분들은 한자말인지 아닌지를 느끼지 않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씁니다.

 

 다만, 우리가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면서 말과 글을 쓸 수 있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다”나 “마음을 추스르다”로 풀어내 볼 수 있어요.

 

 

ㄴ. 마음의 표현

 

.. 아이의 장애를 환상으로 여긴다. 장애를 인정할 수 없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것도 병이다 ..  《장차현실-작은 여자 큰 여자, 사이에 낀 두 남자》(한겨레출판,2008) 43쪽

 

 “아이의 장애”는 “아이한테 생긴 장애”나 “아이가 안고 있는 장애”나 “아이 장애”로 다듬습니다. “환상(幻想)으로 여긴다”는 “곱게만 꾸미려 한다”나 “아름답게만 생각하려 한다”나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로 손질합니다. ‘인정(認定)할’은 ‘받아들일’로 손보고, ‘표현(表現)이다’는 ‘나타난다’나 ‘드러난다’로 손봅니다.

 

 ┌ 마음의 표현이다

 │

 │→ 마음을 보여준다

 │→ 마음을 나타낸다

 │→ 마음을 느낀다

 │→ 마음을 읽게 된다

 │→ 마음이 드러난다

 │→ 마음이 나타난다

 │→ 마음이 보인다

 │→ 마음이 비춰진다

 └ …

 

 마음이 먼저라고 하던가요. 마음이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하던가요. 마음이 없으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마음이 없으니 스스럼없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마음이 먼저라면 기꺼이 소매를 걷어붙이리라 봅니다. 마음이 있으면 조그마한 아쉬움이든 큰 잘못이든 아무렇지도 않게 껴안으면서 보듬어 주리라 봅니다.

 

 마음이 없기 때문에 자꾸 깎아내리고, 마음이 없기 때문에 자꾸 혼자서만 차지하려 하고, 마음이 없기 때문에 맞은편 사람들이 고달파 하는 삶을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을 보게 된다

 ├ 장애를 받아안을 수 없는 마음이 보여진다

 ├ 장애를 껴안을 수 없는 마음을 보고 만다

 ├ 장애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는 마음을 느낀다

 ├ 장애를 거리낌없이 볼 수 없는 마음이다

 └ …

 

 우리한테는 우리 삶을 아끼는 마음뿐 아니라 우리 넋을 아끼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아낄 때, 우리 이웃 삶도 아끼게 돼요. 우리 스스로 우리 넋을 아낄 때, 이 땅에 살아가는 내 모든 동무와 이웃들 넋에 눈길을 기울이게 됩니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며 살기에, 내 몸과 같이 이웃사람 몸을 사랑합니다. 내가 스스로 나서서 내 넋을 고이 가꾸려 하기에, 내 넋과 같이 내 동무들 넋이 고이 가꾸어질 수 있게끔 돕고 함께하고 어깨동무를 합니다.

 

 큰 마음과 작은 마음 따로 없습니다. 어떤 마음이든 똑같습니다. 언제부터 마음을 품느냐만 갈립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마음을 쏟아서 삶을 가꾸고 넋을 가꾸고 말을 가꾸려고 할는지, 아니면 생각으로는 잠깐 품었다가 이내 접어 놓고 잊어버리게 되는지에 따라 갈릴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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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3 20:22ⓒ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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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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