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사는 등산객
이승철
장터는 도로가에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장터래야 빙 둘러 몇 개의 가게들이 있는 가운데 마당에 건어물과 야채, 과일을 파는 곳이 있었고 젓갈류와 곡식을 파는 곳이 있었지만 매우 초라한 모습이었지요.
“산에 갔다 오시나 봐 예? 어느 산입니꺼?”
장터에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돌아보니 건강해 보이는 노인입니다. 연화산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대답하며 5일장에 장보러 오셨느냐고 물으니 웃으며 옆에 쌓여 있는 건어물들을 가리킵니다.
“많이 팔았심더. 그카고 장사꾼이지만 또 농사꾼이라 예!”
상인이냐며 많이 팔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도 아리송한 답변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장사하시면서 농사도 하느냐고 물으니, 자신은 지금 비록 장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본래 직업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우리 마을 이장도 보고 농지위원도 하고 있으니 본업이 농사꾼 맞지 예?”
그는 인근 마을에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짓고 있으며 마을 이장 일도 하고 있다는 서정갑(67세)씨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농사일을 하면서 장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농사도 짓지만 또 이렇게 5일장마다 짬을 내 장사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