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간 이 대통령 "기도해야 하는데"

배추 500포기 구입, 상인에게 목도리 선물

등록 2008.12.04 14:59수정 2008.12.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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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배추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배추를 먹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배추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배추를 먹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배추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배추를 먹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송파구 가락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은 지난 9월초 추석을 앞두고 천안 남산중앙시장을 찾은 이후 약 3개월만으로, 세밑 민생현장을 찾아 경제난으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챙기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이날 시장 방문은 이 대통령이 최근 전대미문의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보이고 있는 위기극복, 통합, 현장 등 이른바 '3각 행보'의 일환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가락시장에 도착한 것은 동이 트기도 전인 오전 5시 30분.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안내를 받으며 시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곧바로 상인들의 손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한 상인이 "장사가 너무 안돼 못먹고 살 정도"라는 하소연을 듣고 "배춧값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어떨 때는 너무 많이 올라서 소비자들이 어렵고 이번에는 생산자들이 어렵고…, 농민들이 너무 어렵다"며 상인과 농민들을 위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 상인의 권유로 배춧속을 먹어본 뒤 배추 500포기를 즉석에서 구입했으며,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상인들의 배추 운반을 돕기도 했다.

 

a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노점에서 우거지를 파는 할머니가 자신을 보며 울먹이자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노점에서 우거지를 파는 할머니가 자신을 보며 울먹이자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노점에서 우거지를 파는 할머니가 자신을 보며 울먹이자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시장을 돌아보던 중 좌판에서 무 시레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가 감정이 복받친 듯 이 대통령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자 이 대통령은 "하루 수입이 얼마 되느냐"고 물은 뒤 노점상을 하던 어머니가 생각난 듯 "내가 선물을 하나 주겠다, 내가 20년 쓰던 건데 아까워도 줘야겠다"면서 목도리를 직접 건넸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하다하다 어려워지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을 달라, 대통령에게 연락하는 방문을 알려줄 테니까"라고 말했다. 시레기 4묶음을 산 이 대통령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할머니와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 상인이 "시장이 너무 깨끗하면 안 된다"며 농수산물 쓰레기 단속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자 "공무원들이 편할 게 아니라 상인들이 편하게 해야 한다"면서 "서울시장에게 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외 난로 옆에서 농민들과 커피를 함께 마시며 최근의 경제난을 언급하며 희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에 비료값 오르고 기름값 오르고 최악의 상태였다"면서 "옛날에는 우리만 어려우니까 물건 내다팔 수 있는데 지금은 세계가 다 어려우니까 물건 내보낼 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너무 어려워서 내년 한해를 어떻게 견디느냐, 내수를 좀 진작해서…"라면서 "내년에는 기름값도 떨어지고 하니까 그런 점은 유리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경남 산청에서 딸기농사를 짓는다는 한 농민이 "가락시장에 냉동보관시설이 없어 바닥에 놓고 팔 때 망가진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싱싱한 것을 가지고 와서 여기서 버리면 안된다"면서 "(가락시장을) 재건축하게 되면 그렇게 하라"고 그 자리에서 지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농림수산부를 농수산식품부로 바꾼 것은 농민들이 생산해서 식품을 만들고 2차 산업까지 해야 한다는 것"고 설명한 뒤 "앞으로 농업은 부가가치가 많다"면서 "시골에도 기숙사형 공립학교를 만드는 등 농촌에 대한 전반적인 종합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해장국 집에서 상인들과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함께 한 이 대통령은 시장에서 박부자 할머니를 언급하며 "하도 울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할머니가 '대통령이 잘 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난다"면서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를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기도를 하니…"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이 대통령은 "상인들이 장사하는 데 반가워 해줘서 감사하다, 정치인들이 오면 욕하는 곳인데…"라며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시장을 떠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연말 민생현장을 찾아 서민들의 어려움을 보듬기 위한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안다"며 "할 말은 하되 '따뜻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humane@yna.co.kr

2008.12.04 14:59ⓒ 2008 OhmyNews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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