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무지개처럼 소중한 친구들에게 우정의 무지개가 되고 싶네요. 요즘, 무척 힘들고 어렵네요. 그래도 저 멀리 밖은 미래의 희망이 있겠지요."
출근하자마자, 평소 문자를 잘 주고받는 친구로부터 온 인사말이다. 남들은 50이 넘은 나이에 무슨 문자를 주고받느냐고 색다르게 보지만, 그이와 난 평소에도 문자를 받기도, 잘 주기도 한다.
때마침, 정확히 한 달을 남겨 두고, 지난 11월 마지막 날(30일)에 찍은 무지개 뜨는 홍포마을의 일몰 사진을 정리하고 있던 터였다. 뜨거움 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붉게 물든 노을 사진을 보며 친구의 문자를 보니 삶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사무실 아침마당은 분주하다. 직원 모두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김장하기에 열중이다. 동네에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추운 겨울을 지낼 음식이다. 이처럼, 분위기는 벌써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있다. 일부러라도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으려 하지만, 세상사 어디 그렇게 되지를 않는 모양이다.
새해 첫 날이 되면, 사람들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소망을 빌고, 기도를 하며, 안녕을 빈다. 어떤 이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두 팔을 뻗쳐 만세와 함께 애국가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정성들인 음식을 차려 놓고 엎드려 절까지 하는 이도 있다.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첫 태양을 보기 위해 전국의 명소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기를 쓰고 보려는 그 태양은 어제도, 그제도, 그 이전에도, 변함없이 인간에게 생명의 빛을 비쳐 주었던 그 태양인데도 말이다. 새로움도, 신비스러움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자신의 편의에 맞게 만들어 놓았을 뿐.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연과 사람, 동물과 식물도 제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듯, 한 해 첫날과 마지막을 기념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도 있으리라.
용의 머리, 뱀의 꼬리가 돼서는 안 될, 벌써, 한 해 마지막 시점이다. 시작은 완벽한 사전(事前) 준비가 필요하다. 과정은 노력과 열정이 따라야 하고, 마지막은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올 한 해, 준비하여 출발하고, 열정을 받쳐 노력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해 떨어지는 명소를 귀띔해 드리고 싶다.
무지개 뜨는 곳, 거제도 홍포마을. 도로변 바위에 올라서면 남해의 다도해가 압권이다. 전국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곳. 작은 섬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오후 5시 7분부터 16분까지 10분간의 자연드라마(슬라이드 사진 참조).
한 컷을 더 찍으려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손에 전달돼 카메라가 떨린다. 망원렌즈라 움직이면 수평도 안 맞을뿐더러 흔들림으로 초점이 흐려 좋은 사진을 뽑을 수 없다. 삼각대를 준비해 가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럽다.
블랙홀에 빠져, 사라져 버린 태양. 단 10분 만에 바다가 삼켜버린 태양을 어떻게 설명할지 표현이 되질 않는다. 평소, 하늘에 고정돼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태양이다. 그런데, 태양의 움직임을 느낀 순간이 바로 이 시간이었다.
떨어지는 태양을 쫓아가는 한 척의 배. 어둠이 밀려오지만, 힘차게 뚫고 역주한다. 인생의 길이다. 연말연초에, 많은 사람들에 섞여 쫓기는 바쁨보다는, 조용한 시간 속에 올 한해 마무리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거제도 홍포마을에서 보낼 것을 권하고 싶다.
힘들고 어려웠던 올 한해. 내 가족과 형제, 특히, 전방 철책선에서 국방의무를 다하고 있는 아들 녀석, 친지, 지인 그리고 영원한 벗들에게 송년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2008.12.05 14:4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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