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소고기와 버섯, 채소를 먼저 먹는다
맛객
선홍빛 쇠고기가 육수에 들어가자마자 금세 갈색으로 변한다. 재빨리 꺼내 땅콩소스와 궁합을 맞춰 맛을 본다. 소고기는 육수에 오래 두면 질겨지고 소 특유의 냄새가 진해지기 때문에 언제나 신경 써서 건져야 한다. 채소와 버섯 역시 넣다가 꺼낸다는 생각으로 살짝만 익혀서 먹어야 제맛이다.
일본에서는 대파도 당당히 요리의 소재로 쓰이지만 우리는 양념이란 인식이 강하다. 그렇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채소는 대파다. 살짝 익혀 먹으면 풍미와 단맛이 감돈다.
육류와 채소가 물릴 때쯤 지인이 해물 한 접시를 가득 가져온다. 꽃게와 새우, 오징어알, 꼴뚜기, 조개류들, 낙지, 곤 등... 이 정도면 웬만한 식당의 3만원짜리 해물 탕보다 나은 편이다.
그런데 내가 감탄한 건 해물이 푸짐해서가 아니다. 꽃게의 살과 내장이 꽉 차 있을 뿐만 아니라 게살 특유의 향긋함이 감지된다. "어? 이거 냉동 수입산 아녔나?" 나도 모르게 한마디 하고 말았다.
확인 차 물어봤더니 제철에 난 국내산 꽃게를 대량으로 구입해 급속 냉동시킨 게라고 한다. 새우 역시 신선했다. 뷔페에서 새우를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절망스런 무미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