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창촌 풍경
이정민
차량 몇 대가 손님을 태우고 제 갈 길로 가고 난 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고 잠시 후 30대 초반 남자 손님이 택시에 승차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요. 어디로 모실까요?""아저씨, ○○○."이 남자 손님은 술을 좀 과하게 마셨는지 술 냄새가 차 안에 금세 진동한다. 담배까지 꺼내어 한 대 피워 물었다. "금연입니다" 하려다가 관뒀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가끔 그런 일로 택시기사인 내게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역겨움이 확 올라왔다. 살짝 차량 양쪽 앞문을 내렸다. 조금 가다 보니 다 피운 담배를 차창 밖으로 그대로 내버린다.
야밤이고 찬바람이 많이 들어와서 추웠는지 차창을 닫으라고 한다. 그러고는 잠을 청한다. 아직 차 안에서 담배연기가 다 빠져 나가지도 않았지만. '손님이 왕'인 걸 어떡하나? 차 유리문을 올렸다. ○○에서 ○○○까지는 15분여 거리로 요금이 1만500원이 나왔다.
"손님, 다 왔습니다. ○○○입니다.""여기가 ○○○이오? 아저씨, 여기 ○○○ 사창가가 아니잖아요. 그리로 가요.""에구, 손님, ○○○ 가자고 하셨지. ○○○에 있는 집창촌 가자고 하지 않으셨잖아요. 요즘 거기 영업 안 해요. 성매매 단속이 심해서 요즘 영업 안 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요. 요즘 경찰서에서 성매매 특별 단속을 해서 그곳은 모두 불을 다 꺼놓고 있습니다.""이 아저씨야, 남자들이 택시 타고 야밤에 ○○○ 가자면 다들 그거 하러 거기 가는 것인데…. 그럼, 아까 택시 탈 때 ○○○ 영업 안 한다고 해야지, 여기까지 와서 영업 안 한다고 하면 돼요? 뭔 말이 많아요? 다른 데는 없어요, 그거 하는데? 여기 말고….""아니, ○○○은 성매매 여성만 사는 곳이라고 누가 그럽디까? 선량하게 땀흘려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사는 곳인데 그런 소릴 하나요?""아, 아, 이 아저씨. 되게 말 많네. ○○○이란 만화책이 괜히 나왔어요? 미국서도 알고 있는 대한민국 유명한 사창가 ○○○인데 아저씨 지금 뭔 말 하는 거요. 다른 데 가요. 아니 이곳 말고 다른 데는 없냐고…."30대 초반의 아들 뻘밖에 안 되는 이 남자 손님은 50대 중반 택시 기사인 내게 거의 반말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뭐라고 한마디 더하면 시비를 더 걸 것 같았다. 왜 젊은 사람이 반말 하느냐고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약간은 술에 취한 사람이고, 혹여 말대꾸 잘못했다가 '불친절하다'고 신고라도 당할까봐 아니꼬와도 그 손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썼다.
몇 달 전 택시 영업을 하려고 나갈 때 택시 경력이 10년이 넘는 동료 기사가 귀띔한 것이 생각났다. "택시 영업을 할 때는 집에다 간, 쓸개 다 빼놓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
○○○에 20포라는 집창촌이 한 군데 있긴 한데 그곳에도 아가씨들 영업 안 해요. 그곳도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 경찰에서 단속 중이거든요.""에이 ××. 그럼 나 안마시술소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줘요. 아까 ○○으로 다시 가요."이 젊은 남자 손님은 오늘밤 기어이 성을 사야겠다고 작심하고 나선 모양이었다. ○○○○ 부근에 있는 안마시술소에 갔으나 그 업소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손님은 기사인 내게 전화를 빌려 달라고 하더니 114 안내로 여기저기 다른 안마업소를 알아보고는 날더러 요금을 깎아 보라고까지 했다.
그 안마시술업소 측에서 현금으로는 17만원, 카드로는 18만원이라고 했다. 정말 기가 막혔다. 택시 기사인 내가 호객꾼인가. 자식뻘밖에 안 된 '젊은놈'한테 이런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속상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손님을 그 장소에 내려주고 난 내 갈 길로 가버렸다. 물론 택시 요금은 받았다. 그 택시 손님은 어디에선가 분명히 성매매 여성을 찾았을 것이고 기어이 성을 샀을 것이다.
성(性)이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사람이 배가 고프면 빵을 훔치기 마련이다. 성 또한 예외가 아닌가 보다. 성을 사는 남성들은 부인이 있건 애인이 있건 혹은 아무도 없건 따지지 않는다. 성 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끊임없이 성 매매 여성들을 찾는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고 성 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을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성 매매는 아직도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성 매매와 전쟁, 그러나 성 매매는 사라지지 않았다몇 달 전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성매매와 벌인 전쟁으로 장안동 일대 안마시술소가 된서리를 맞았다. 지금도 단속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파로 전국 집창촌도 함께 된서리를 맞고 한두 달 모든 업소가 잠시 문을 닫았다.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집창촌에 성 구매자들의 발길이 거의 끊겼던 것이다.
그렇다고 성 매매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일부 모텔이나 안마시술소, 그리고 성 매매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칙업종들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경찰 단속의 느슨한 틈을 타 다시 집창촌이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외국까지 원정을 가서 성을 파는 한국여성(외국에서 성 매매를 하는 한국여성 상당수가 고학력자라는 것) 숫자가 늘어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정말 못 말리는 성 구매 남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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