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속 그림 같은 호수 쇠소깍에 반하다

[짠돌이 신혼부부의 제주 겉핥기7]

등록 2008.12.09 16:39수정 2008.12.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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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수절벽 우연히 만난 박수절벽. 이렇게 우연히 멋진 풍경과 맞닥뜨리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박수절벽 우연히 만난 박수절벽. 이렇게 우연히 멋진 풍경과 맞닥뜨리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 이현숙

▲ 박수절벽 우연히 만난 박수절벽. 이렇게 우연히 멋진 풍경과 맞닥뜨리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 이현숙


중문을 가기 위해 산 모퉁이를 돌았는데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언덕배기에서 바라본 그곳, 해안가였는데 기암절벽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곧장 그리로 달렸다. 절벽 아래 바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그 사람에게 물으니 박수절벽이란다. 그곳 지명이 대평리니까, 대평리에 있는 박수절벽인 것이다. '이렇게 멋있는 풍경이 왜 아직 안 알려졌지?' 둘 다 머리를 갸웃거리며 바라보았다.

 

a 여미지 식물원 여미지식물원

여미지 식물원 여미지식물원 ⓒ 이현숙

▲ 여미지 식물원 여미지식물원 ⓒ 이현숙


'여미지 식물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뻔한 공원이라는 건 알지만 역시 유명하니까. 그런데 여미지 식물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가 본 곳 중에 제일로.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예전에는 더 많았단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밀려 다닐 정도였단다.


 

a 천제연폭포 천제연폭포

천제연폭포 천제연폭포 ⓒ 이현숙

▲ 천제연폭포 천제연폭포 ⓒ 이현숙


여미지식물원에서 나와 천제연 폭포로 갔다. 이곳(여미지식물원과 천제연폭포)이나 그냥 해안가나 관광지이기는 마찬가지인데 왠지 이곳은 때가 묻어 보여 별다른 감흥이 생겨나지 않는다. 실은 그래서 혼자 왔을 때는 아예 들르지 않았다. 그땐 철저하게 내 개인적인 취향대로 돌아다녔으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지삿개 주상 절리대는 아쉬운 편에 속한다. 호텔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가까스로 찾아 들어갔는데 이곳도 역시 공원.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니 바닷가 주상절리대가 나오긴 했는데 육지에서 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내 눈에는 진회색 연탄을 층층이 쌓아 놓은 것 같은 기괴한 모습의 바위절벽으로 보였던 그곳.


 

a 주상절리대 육지 쪽에서만 봐서 반만 본 느낌이었다

주상절리대 육지 쪽에서만 봐서 반만 본 느낌이었다 ⓒ 이현숙

▲ 주상절리대 육지 쪽에서만 봐서 반만 본 느낌이었다 ⓒ 이현숙


바다에서 바라보아야만 제대로 된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퍼시픽랜드에서 요트를 타고 도는 상품이 있단다. 미니코스라 불리는 그 상품은 성인 일인당 4만원. 둘이 가면 8만원이니까 우리 수준엔 안맞는 럭셔리 상품인 셈. 언제 그런 호사를 누려볼까? 우리는 주상절리대를 반만 본 씁쓸한 기분이었는데.


점심은 서귀포에서 먹기로 했다. 맛집이 있는데 갈치조림을 잘 한다고 해서 배가 고픈 것도 참고 물어물어 찾아갔다. 칠십리 식당을. 그런데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음식맛도 그렇고, 서비스면에서도 그렇고. 굳이 비교하자면 첫 날 북촌리 휴게소에서 먹은 갈치 조림보다도 못했다. 우리가 가는 맛집 중, 3분의 일은 이랬다. 어렵게 찾아갈수록 실망감은 더했는데, 사실 맛집이 되기보다 맛집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왔다.


 

a 정방폭포 정방폭포

정방폭포 정방폭포 ⓒ 이현숙

▲ 정방폭포 정방폭포 ⓒ 이현숙


이번엔 국내 유일의 해안 폭포인 정방 폭포로 갈 차례. 이곳에는 서불의 전설이 깃들여 있다고 한다. 중국 진시황 때 사자 서불이 삼신산의 하나인 한라산에서 불로초를 구하려고 찾아 헤맸으나 캐지 못해 폭포 벽에 '徐市過之'라는 네 글자를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서귀포라는 지명이 여기에서 연유되었다고.


 

a 외돌개 하늘로 솟은 바위섬 꼭대기에는 소나무가 있다

외돌개 하늘로 솟은 바위섬 꼭대기에는 소나무가 있다 ⓒ 이현숙

▲ 외돌개 하늘로 솟은 바위섬 꼭대기에는 소나무가 있다 ⓒ 이현숙


정방폭포가 방대하다면 외돌개는 말 그대로 외로워 보였다. 바다에 우뚝 서서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다를 저 홀로 지키는 것 같기도 한 하늘로 솟은 바위섬. 150만년 전에 화산폭발로 생겨난 것이라니 이것에 생명이 있다면 참 오랜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셈이다. 산책로도 좋았다. 거리도 적당하고 지형도 완만한 데다 바다가 보이는 산길이어서 꽤 운치가 있었다.

 

a 쇠소깍 원시의 비경 같아서 끝까지 한 번 답사해 보고 싶었다.

쇠소깍 원시의 비경 같아서 끝까지 한 번 답사해 보고 싶었다. ⓒ 이현숙

▲ 쇠소깍 원시의 비경 같아서 끝까지 한 번 답사해 보고 싶었다. ⓒ 이현숙


쇠소깍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으로 하천을 따라 흐르던 지하수가 이곳에 이르면 솟구쳐 오른다고 한다. 얼마나 깊은지 짙푸른 수면이 막을 형성한 것처럼 보였다.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그리고 울창한 소나무숲이 꼭 원시시대의 호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물은 곧바로 바다로 이어져 해수화된다는데 옛날에는 이 물을 길어다 소금을 만들기도 했단다.

우리가 갔을 때 테우(뗏목을 일컫는 제주 방언)가 막 출발하고 있었다. 테우 아저씨의 입담이 재밌는지 가끔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테우는 아주 천천히 그림자를 이끌고 앞으로 나갔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우리는 테우를 따라 걸었다. 앞으로 갈수록 소는 좁아졌고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호기심이 생겼다. 끝까지 가면 뭐가 나올까. 나중에 차를 타고 나오다보니 제일 위쪽은 강처럼 메말라 있었다.

 

a 서귀포 향토 오일장 장 어귀에 있는 수탉이 주인 같아서 이리로 모셔왔다.

서귀포 향토 오일장 장 어귀에 있는 수탉이 주인 같아서 이리로 모셔왔다. ⓒ 이현숙

▲ 서귀포 향토 오일장 장 어귀에 있는 수탉이 주인 같아서 이리로 모셔왔다. ⓒ 이현숙

a 서귀포 향토오일장 싱싱한 갈치가 제일 탐이 났다.

서귀포 향토오일장 싱싱한 갈치가 제일 탐이 났다. ⓒ 이현숙

▲ 서귀포 향토오일장 싱싱한 갈치가 제일 탐이 났다. ⓒ 이현숙


쇠소깍의 여운을 뒤로 하고 우리는 서귀포 오일장으로 갔다. 우리는 어딜 가나 오일장에 들르는 버릇이 있다. 서귀포 오일장이 오늘이라는 사실도 우연히 알게 됐고 그래서 더 서둘렀다. 이곳 오일장에도 지붕이 있었다. 제주민속오일장보다 규모는 약간 작을까? 그러나 형태는 비슷했다. 사람살이는 어디나 비슷비슷해서 우리가 일용하는 생활용품들이 빠지지않고 펼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감귤과 생선, 싱싱한 갈치는 정말 사오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시장을 다 둘러보고 나오는데 수탉 한 마리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진한 밤색 몸통에 검붉은 벼슬을 치켜 올린 그놈,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뻣뻣하게 서서 줄곧 시선을 먼데다 두고 있었다. 장 어귀에 떡하니 자리 잡은 수탉이 난 마치 이 장의 주인 같아서 이리저리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린시절 우리 동네엔 거의 집집마다 수탉 한 마리씩은 다 있었다. 그놈들 가끔은 사나워져서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잠은 남원에서 자기로 했다. 남원에는 남원큰엉해안 경승지와 신영영화박물관이 있어 아침에 일어나 그곳부터 들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녁이 문제였다. 서로 의견일치가 안 되는 데다 마땅한 식당이 없어 그 주변을 몇 바퀴나 돌다가 궁여지책으로 흑돼지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a 갈치 조림과 흑돼지 삼겹살 제주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갈치 조림과 흑돼지 삼겹살 제주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 이현숙

▲ 갈치 조림과 흑돼지 삼겹살 제주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 이현숙


실은 서울에서 흑돼지고기를 몇 번 사 봤는데 별 차이가 없어 흑돼지고기는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만큼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흑돼지 삼겹살 진짜 맛있었다. 쫄깃하면서 침과 함께 살살 녹는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더구나 그 집은 유명한 집도 아니었는데, 서비스도 좋았다. 이제 제주하고도 남원을 생각하면 그 식당과 흑돼지 삼겹살이 떠올를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제주에는 10월 초에 다녀왔습니다

2008.12.09 16:3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주에는 10월 초에 다녀왔습니다
#박수절벽 #주상절리대 #외돌개 #쇠소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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