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어려운데 공휴일 대체 법안이라니?

[주장] 지금은 휴일 늘리기보다 일자리 늘리기가 더 시급한 때

등록 2008.12.10 09:06수정 2008.12.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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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이 겹치면 다음날 하루 더 쉬자?

 

이른바 한나라당이 제출한 공휴일 대체 법안의 핵심내용입니다. 9일 이 법안을 한나라당이 제출했다는 뉴스를 보고 한마디로 고양이 쥐 생각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역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법안을 제출했다는 생각뿐입니다.

 

만약 이 법안이 계획대로 통과된다면 혜택을 볼 사람들은 공무원과 대기업뿐일 것입니다. 공휴일 대체법안이 통과되면 일당근로자, 자영업자 등 하루라도 더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될 것입니다. 이는 비정규직을 없앤다고 지난 2007년 비정규직법안을 만들어 그나마 일하던 이랜드와 기륭전자 등에서 노동자들이 쫓겨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할 것입니다.

 

2009년도 달력 공휴일 대체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도 3월 1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그 다음날인 2일도 쉬게된다.
2009년도 달력공휴일 대체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도 3월 1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그 다음날인 2일도 쉬게된다.카푸리
▲ 2009년도 달력 공휴일 대체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도 3월 1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그 다음날인 2일도 쉬게된다. ⓒ 카푸리

 

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회사원입니다. 종업원이 250명이나 되지만 매주 휴무가 아닌 격주휴무제를 실시합니다. 그나마 토요휴무 때는 유급으로 쉬고 있습니다. 주5일제가 시행될 때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나중에야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휴일이라 해도 돈이 없어 어디 마음 놓고 외출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TV앞에서 빈둥빈둥 대기 일쑤입니다. 차라리 회사 나가서 일이라도 하면 휴일 수당이라도 받을텐데, 그렇지도 못하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으로선 솔직히 하루 더 놀기보다 하루라도 더 벌어서 지금 쪼들리다 못해 적자인 가계를 빨리 벗어나고픈 심정입니다.

 

주 5일제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주 5일제 근무는 주 40시간제 근무라고도 합니다. 2004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2007년 7월 1일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시행하다가 2008년 7월 1일부터는 2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2011년 이내에 모든 사업장에서 시행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했습니다.

 

법에서 정한 휴일은 주휴일과 노동절 단 이틀이며 그 외에는 노사가 약정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주 5일제보다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고 있고, 토요휴무 때는 무급 휴가인 회사가 대부분입니다.

 

한나라당(윤상현 의원 대표 발의)이 법안을 제출하면서 "국가가 약자와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국민의 건강과 휴식을 안정적으로 확보" 하기위해 법안을 제출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지나가던 소가 웃다 자빠질 소리 같습니다. 공휴일 대체법안이 진정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법안 맞습니까?

 

이 법안을 가장 반겨할 사람들은 공무원, 그중에서도 오히려 국회의원들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습니다. 한나라당은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 하여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이 휴일 더 찾아 먹을 궁리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뭐,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도 있겠지요.

 

경제가 나빠져 국민들은 하루 하루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청년 백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시급한게 대통령이 말한 대로 바로 일자리입니다. 일자리 늘릴 묘수를 찾아도 모자랄 판에 휴일 더 찾아먹기 법안이나 만드는 게 한나라당의 실체인지요?

 

물론 법안이 통과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이 오늘의 민심을 보는 눈, 국정을 이끄는 정당으로서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자괴감 때문에 참 서글픕니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파트타임,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공휴일 대체법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남들 다 놀 때(있는 사람들만 놓겠지만) 일하면 위화감만 조성할 뿐입니다.

 

이런 현실속에서 공휴일 대체법안이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때문에 만든 법안이라고 하니 참 답답합니다. 기상천외한 법안 발의 공로는 인정합니다. 그런 머리로 이젠 일자리 더 늘리고, 국민들 회사에서 그만 둘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비정규직법안, 노동법 등을 만들 때입니다.

 

우리 서민들은 지금 놀고 싶지 않습니다. 하루라도 더 벌어 입에 풀칠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2008.12.10 09:0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공휴일대체법안 #한나라당 #일자리창출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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