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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쏘공>의 소설가 조세희씨는 3일 마들연구소 주최 특강에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쓰는 말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들연구소
▲ <난쏘공>의 소설가 조세희씨는 3일 마들연구소 주최 특강에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쓰는 말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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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인터뷰를 마친 기자는 잠시 망설였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의 소설가 조세희씨가 이곳 서울 노원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조세희씨를 강연회장에서 만나기란, 과장을 섞어 얘기하자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를 보기라도 할라치면 거리로 나가야 한다. 그곳에서야 펜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기록하는 그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날 저녁은 청와대 비서관과 만나기로 며칠 전부터 약속했던 터라 잠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민한 끝에 불참을 알리고, 조씨가 특강한다는 장소로 노 대표와 함께 이동했다.
왜 <난쏘공>의 판매 속도는 빨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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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들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특강의 강연자로 나선 <난쏘공>의 소설가 조세희씨. ⓒ 오마이뉴스 구영식
▲ 마들연구소에서 주최하는 특강의 강연자로 나선 <난쏘공>의 소설가 조세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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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자로 나선 조세희씨는 얼마 전 <난쏘공> 출간 30주년을 맞이했다. 판매 부수만 106만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노회찬 대표는 어떻게 조씨를 강연자로 초청할 수 있었을까? 정말 궁금했다. 노 대표는 특강이 시작되기 전 기자에게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조세희 선생님과 알고 지낸 지가 20여 년은 되는 것 같다"며 이렇게 귀띔했다.
"몇 달 전에 조세희 선생을 초대하고 싶어서 직접 전화를 했다. 처음엔 조 선생이 난색을 표했다. '강연하다가 쓰러질지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노형을 위해서 한 가지는 해야겠다'며 승낙했다."
노 대표가 전한 대로 조씨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 <난쏘공> 30주년 간담회에도 의사가 동행했고, 이번 특강 얘기에도 주치의가 따라가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주최 측에서도 이날 의사를 배치했다고 한다.
노회찬 대표는 인사말에서 "조세희 선생을 모신 뒤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어떻게 모셨나'라는 것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특별한 비결은 없다. 조세희 선생의 누님이 노원구민이고, 손위 처남도 노원구민인데 (지난 총선 때) 나를 도와주셨다."
이날 특강에 조씨의 막내 누님과 손위 처남이 잠시 왔다가 그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착하고 따뜻해 보이는 막내 누님의 눈매가 조씨의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인문학적 재치가 돋보이는 노 대표의 인사말이 더 이어졌다.
"오늘 소설가를 모셨다. 시나 소설 등 문학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고 멀어져 가고 있다. <난쏘공>이 처음 나왔을 당시 모든 일간지에는 매월 시평과 소설평이 실렸다. 그달에 발표된 시나 소설을 모아 평론하는 고정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난을 찾아볼 수 없다. 20~30년 전에 없었던 '오늘의 운세'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은 멀어지고 운세는 가까워졌다. 문학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조세희 선생을 모신 것은 값지다."
이어 노 대표는 출간 30주년을 맞이한 <난쏘공>을 화제로 올렸다.
"<난쏘공>은 연속 단편이다. 첫 단편이 쓰인 때가 1975년이다. 그러니까 33년이나 된 셈이다. 몇 쇄를 찍었고, 몇 만부가 팔렸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초판이 출간된 뒤 100쇄를 찍는 데는 18년이 걸렸고, 100쇄에서 200쇄로 가는 데는 9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소설 등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는데 <난쏘공>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까 <난쏘공>의 판매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참 흥미로운 분석이다.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난쏘공>의 독자들은 더 많아지는가?
"(난쏘공의) 문학성과 그 노선이 전하는 메시지가 우리 현실 속에서 절실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오늘 강연의 주제가 '2008년, 우리 시대 난장이'인데 지금 80% 이상이 그 난장이의 처지에 있다."
조세희 "노회찬의 언어와 제 언어, 동급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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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조세희씨가 특강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조세희씨가 특강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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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세희씨는 "태어나서 살다 죽는 과정을 문학에서는 '소멸'이라고 하는데 그 소멸하는 시기에 갖가지 병이 쳐들어왔다, 기억이 나빠지고 건강이 나빠지고…"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어떻게 저를 불러냈느냐? 제가 신세를 졌어요. 우리에게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쓰는 말이 달라져야 합니다. 말은 생각이에요. 노회찬 전 의원을 두고 '스타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건 바보의 언어예요. 노회찬 전 의원이 다른 언어를 사용했어요.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노 전 의원에게) 신세를 진 거지요."
노 대표는 앞선 인사말에서 "조세희 선생을 모신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했는데, 본인 자체가 '비결'이었던 셈이다. 물론 조씨가 단순히 노 대표의 말솜씨를 추켜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언어를 쓰고 있었어요.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특별한 말들을 쓰고 있었어요. 뛰어난 언어였어요. 노 전 의원과 저는 동급이 아니에요. 저는 제 고집의 언어를 썼어요."
"꼭 쓰여야 할 말이 쓰이지 않는" 정치권에서 노 대표는 꼭 해야할 말을 해왔다는 얘기로 들렸다. '촌철살인'의 진정한 의미는 그런 것이었다.
조씨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건강상태가 나빴음에도 과거 '마들평야'였다는 노원구 등지에서 몰려온 시민들과 얘기하는 것이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는 특강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이 땅에서 바로 이 시간에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다. 하나는 도둑이고 하나는 바보다."
우리는 아직도 '낙원동'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마도 조씨는 노 대표가 그런 슬픈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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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들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명사초청 월례특강'은 매회 200-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 ⓒ 구영식
▲ 마들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명사초청 월례특강'은 매회 200-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
ⓒ 구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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