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괴물들'이 탄생하기까지

우석훈 경제대안시리즈 4부작 집중분석

등록 2008.12.16 14:52수정 2008.12.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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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의 스타 경제학자 우석훈이 자신이 공언했던 한국경제의 대안시리즈를 완간했다. 한 네티즌은 "우석훈이라는 함수가 지닌 장점은 일단 복잡한 상황들을 최대한 압축하여 먹기 편안한 알약으로 바꾸어서 돌려 준다"고 평가했는데, 과연 우석훈은 중학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문제와 상황을 쉽게 설명하는 데 '달인'이 된 듯하다. 달인이 되기 위해서 우석훈은 복잡한 수식은 대부분 삭제했고, 이른바 '중딩', '고딩'과 온라인에서 소통을 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88만원 세대인데, 88이라는 수식어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키워드가 되었다.

 

하지만 우석훈을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한정하는 데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나는 우석훈이 의도한 <한국경제 대안시리즈>라는 명칭 대신 <한국경제 문제시리즈>로 이해했다. 심지어 그가 제3섹터라는 대안을 제시한 제4부 <괴물의 탄생>조차도 제3섹터를 통한 제1,2섹터의 문제점들을 환기시킨 것으로 이해한다. 한국 경제, 나아가 한국 사회의 새판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고민했던 우석훈의 전모를 4권의 압축 리뷰로 일별하고자 한다. - 기자 주

 

괴물이 태어날 최적의 환경 - <88만원 세대>

 

a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인해 88이라는 수식어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키워드가 되었는데, 그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석훈은 현상을 근사한 언어로 제시했을 뿐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인해 88이라는 수식어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키워드가 되었는데, 그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석훈은 현상을 근사한 언어로 제시했을 뿐이다. ⓒ 레디앙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인해 88이라는 수식어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키워드가 되었는데, 그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석훈은 현상을 근사한 언어로 제시했을 뿐이다. ⓒ 레디앙

<88만원 세대>(레디앙)는 승자독식게임과 세대간 경쟁(더 정확히 말하면 착취)이 나타나게 된 사회적 문맥을 살폈다.

 

왜 세대의 문제가 나와야 하는가? 그것은 단자(單子)처럼 세대와 개인이 단절돼 있는 현 상황에서 당연한 결론이다. 단자란 라이프니츠가 고안한 용어로 모든 존재의 기본적인 실체는 단순하고 불가분하며 각기 독립돼 상호 간에 어떠한 인과관계도 가지지 않는 개념을 말한다.

 

‘모나드는 창(窓)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신리 미리 정한 법칙에 따라 질서 있게 움직이며, 이 다양성이 세계 전체를 이룬다는 예정조화설을 거부한 채로 이 개념을 차용했다. 즉, 즉 신의 정해진 질서에 따라서 움직이는 단절된 단자가 아니라 무질서한 세계에서 단절된 위험천만한 단자이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모두 위험천만한 단자인 셈이다.

 

개인과 개인의 협력이 없기에 사회적 연대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수밖에 없고, 세대와 세대 간의 협력이 없기에 문제의식과 투쟁의식이 계승되지 않는다. 어떠한 액티브한 캠페인도 세대의 결계를 벗어나는 적이 없다. 결국 이 사회는 쳇바퀴 다람쥐 사회일 수밖에 없고, 다람쥐의 주인은 언제나 똑같다. 배틀로얄 구조와 세대 간 불균형의 극단은 멕시코처럼 눈사람 모양. 그것도 대가리가 쥐방울 만한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대운하 같은 거대한 눈덩어리를 굴린다. 나는 괴물보다 대가리 작은 눈사람이 더 무섭다. (대가리가 작은 눈사람은 우석훈의 8자형 시스템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 - <조직의 재발견>

 

a  <조직의 재발견>은 4개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실증적인 분석이 담겨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석훈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재발견>은 4개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실증적인 분석이 담겨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석훈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 개마고원

<조직의 재발견>은 4개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실증적인 분석이 담겨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석훈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 개마고원

갑자기 조직이 툭 튀어나와 생뚱맞다? 88만원에서 보여주었던 배틀로얄, 세대 간 불균형, 개별 해법 현상(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 국한시켜 이해하는 방식)은 대한민국의 특수한 ‘조직’에 의해서 예쁘게 반죽되고 포장된다. 일종의 활주로라고나 할까? 배틀로얄의 개인은 조직에 숨고, 조직은 개인을 통제할 수 있다. 조직은 오래된 논리로 아주 쉽게 사회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의 조직 문화를 분석하지 않고 문제의 전체를 도출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조직의 재발견)는 4개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고 실증적인 분석이 담겨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석훈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거칠게 단문 형식으로 요약하면

 

- 노사모 - 돈도 필요 없고 영광도 필요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미래지향적 조직의 모델...내용과는 무관하게(38~40)

- 한국사회에서 기업은 오랫동안 군대 자체였다.(156)

한국 포디즘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은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적 성장으로 해소해 왔다는 것이다. 기업의 내부까지 완벽하게 시장원리로 구성된 조직은 망한다. (194, 223)

사회적 약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곳은 조폭과 다단계. 다만 벗겨먹기 위해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므로 사회적 약자는 절대로 위로받을 수 없다.(273)

한국 자본주의 위기는 조직모델의 부재(285)

한국형 국민기업 모델과 중남미형 지옥 모델(325)

 

<조직의 재발견>에서느 뮤턴트(돌연변이)의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석훈도 386에서는 뮤턴트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기회가 날 때마다 온몸과 온맘으로 386 욕을 해대기 때문이다. 동시에 386에게 엄청 욕을 먹는다. 한국은 기업과 권력기관(서울대, 법조계, 정부 등)이 균질성이 높은 편인데, 균질성이란 특정 지역 출신이나 특정 학교 출신 등이 매우 한정된 것을 말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뮤턴트가 태어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괴물은 태어나기 쉽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는 친족끼리 정을 나누면 괴물이 태어난다는 전설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는데, 소설의 결론에서 정말 괴물이 태어난다. 창조의 능력을 이론의 핵심으로 전제하는 진화경제학은 뮤턴트의 등장과 함께 일종의 생존경쟁이 시작되고, 기존 우점종보다 더 잘 적응된 뮤턴트들이 새로운 우점종이 되면서 창조가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이런 뮤턴트의 탄생 과정을 우리 사회에 적용시키면 매우 의미심장한 꿈이 만들어진다.

 

동북아 전쟁시계는 몇 시일까? - <촌놈들의 제국주의>

 

a  우석훈의 전쟁 시나리오는 개연성만 가지고도 으시시하다. 극우 정권 간의 적대적 공생, 극단적 분노를 이용한 국가주의, 전쟁 비즈니스 등 전쟁으로 먹고 사는 기생충들이 전쟁을 더욱 부추기는 현실을 잘 포착했다.

우석훈의 전쟁 시나리오는 개연성만 가지고도 으시시하다. 극우 정권 간의 적대적 공생, 극단적 분노를 이용한 국가주의, 전쟁 비즈니스 등 전쟁으로 먹고 사는 기생충들이 전쟁을 더욱 부추기는 현실을 잘 포착했다. ⓒ 개마고원

우석훈의 전쟁 시나리오는 개연성만 가지고도 으시시하다. 극우 정권 간의 적대적 공생, 극단적 분노를 이용한 국가주의, 전쟁 비즈니스 등 전쟁으로 먹고 사는 기생충들이 전쟁을 더욱 부추기는 현실을 잘 포착했다. ⓒ 개마고원

사마천의 <십팔사략>에 보면 중국 북방부의 유목민족(오랑캐라 통칭함. 흉노족 혹은 월지족)의 수탈사를 다루고 있다. 힘이 강성한 오랑캐의 남성들이 약한 오랑캐에 쳐들어가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겁탈하고 살해하는 등 패륜적인 범죄를 자행한다. 그리고 이를 일삼는다. 약한 오랑캐는 이에 분루를 삼키며 와신상담하다가 강한 오랑캐를 꺾고 강한 오랑캐가 되지만, 예전에 강한 오랑캐에게서 당해 왔던 수탈을 다른 약한 오랑캐들에게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우화를 우리나라에 적용시키면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어느 정도 이해될 것이다.

 

우석훈이 우려하는 평화의 붕괴 요인을 들면, 첫째 일본 극우와 한국 극우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긴밀하며 사회적 증오를 외부로 돌리는 낡은 수법이 아직도 통하고 있다. 일본과 일본인, 독도에 대한 과도한 분노, 동북공정 중국에 대한 또 다른 과도한 분노와 이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보라. 둘째, 평화학에 연구비를 지출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평화의 비용과 수익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셋째, 전쟁이 자본주의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되고 있는 현실적 상황도 우려스럽다. 전쟁도 비즈니스, 즉 민영화의 영역으로 이미 깊숙이 들어왔다. 미국을 보면 알 수 있고, 블랙워터를 보면 두말 할 여지 없다. (평화에 대한 대안이나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등은 책을 참조하라)

 

누가 괴물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 <괴물의 탄생>

 

a  '괴물' 하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석훈이 말한 ‘괴물’은 은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형이하학적이고 직접적이다.

'괴물' 하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석훈이 말한 ‘괴물’은 은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형이하학적이고 직접적이다. ⓒ 개마고원

'괴물' 하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생각하기 쉽지만, 우석훈이 말한 ‘괴물’은 은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형이하학적이고 직접적이다. ⓒ 개마고원

<괴물의 해체>라는 제목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작가와 출판사. 결국 괴물의 탄생으로 제목을 바꿨다고 하는데, 참말로 다행이 아닌가. 괴물이 해체될 여지가 별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괴물의 은유법에 담긴 두 가지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괴물’은 무미건조하지만 어느 정도 ‘질서’가 있는 체제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의 요지는 모두가 모두와 생존을 위해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너무 피곤한 것이라서, ‘괴물’ 즉 ‘리바이어던’에게 각자의 권리 일부를 양보함으로써 오히려 각자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국가라는 것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격조 높은 은유인가. 하지만 우석훈이 말한 ‘괴물’은 은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형이하학적이고 직접적이다.

 

우석훈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현상들을 보면 건설자본/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과  극단적인 중앙형 시스템(경기/서울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 토호형 경제를 들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는 완충장치가 없다는 것이 괴물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주의사항!!!! 괴물은 한 마리가 아니다. 우석훈은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식인괴물들을 봉준호처럼 잘 그려냈는데, 승자독식사회와 멕시코형 8자 모델 등 온갖 패권주의와 처절한 무한경쟁이 섞여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약자들이 죽어가는 단계가 매우 발전(?)돼 있다. 배틀로얄 게임의 승자들은 한국 대기업의 조폭스럽고 군대스러운 조직 문화에 쩔어 쓸모 없이 되어 버리고, 배틀로얄 게임의 약자들은 비정규직, 다단계, 조폭, 지역 토호 등에게 살점을 다 뜯어먹힌다.

 

우석훈은 괴물의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으로 ‘제3섹터’를 제안했다. 제3섹터라는 것이 명확히 개념화되지는 않았지만, 시장 근본주의인 대기업(제1섹터)이거나 개발독재(제2섹터)를 갈마들며 해먹어 왔던 장구한 역사에 제3섹터라는 완충장치를 접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역설적으로 제3섹터는 제1, 제2섹터에 대한 환기를 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제3섹터(제3부분, 제3부문이라고도 한다)는 대어(제1,제2섹터)를 잡기 위한 밑밥에 불과하다.

 

스위스의 국민경제 모델이 대안이라면 대안이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우석훈이 유럽 여러 나라의 경제모델을 하나씩 검토하면서 하나씩 폐기하다가 끝내 스위스 모델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가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지 가설을 시도해 본 것이 바로 <괴물의 탄생>이다. 스위스 경제모델이란 삶의 질과 생태적 효율성,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국민경제 모델이다. 일 주일에 이틀 일하면서 여유롭게 일하는 삶이 일상적일 정도로 ‘인간적인 노동’이 정착돼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들의 노동은 ‘낡고 낡은 기계적 노동’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의 현재 삶이 ‘피’의 대가로 얻어진 사실이라는 점과, 오랜 시간 동안 계승되고 존중돼 온 문화의 축적이라는 사실이다. 교육구조의 왜곡, 수도권집중형 경제구조, 지역토호들의 확산, 부동산과 건축경기에 지지하는 국민경제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로서는 '스위스'의 '스' 자도 어림 없을 듯하다.

 

우리에게는 '스'가 아니라 '시'가 필요한데, 바로 시민이다. 자각된 시민들과 뮤턴트들이 많이 나타나 촛불의 거대한 감수성을 발휘해 사회적 충격을 던져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유럽의 시민들은 대운하, 뉴타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에 쉽게 반하며 힘센 사람들의 부당한 행태를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들과는 ‘시민’이라는 명함부터 다르단 말씀.

덧붙이는 글 | 도서정보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2008.12.16 14:52ⓒ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도서정보매체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박권일 지음,
레디앙, 2010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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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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