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보도, '조중동'과 '한경서'가 비슷하다고?

한국언론재단, 촛불집회 3개월 신문보도 분석 결과 발표

등록 2008.12.16 14:36수정 2008.12.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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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재단이 매월 발행하는 <미디어인사이트> 12월호를 통해 촛불집회가 계속된 2008년 5월 1일부터 7얼 31일까지 '조·중·동'(<조선>, <동아>, <중앙>)과 '한·경·서'(<한겨레>, <경향>, <서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보도'를 비교 분석했네요.

 

황치성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이 분석과 집필을 맡은 이 논문은 '조중동'이나 '한경서' 양측의 보도행태가 모두 "다양하면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한국언론의 갈등보도 행태는 심각한 상황이며 촛불정국에서 '외눈박이 저널리즘'이라는 부끄러운 호칭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개탄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을 유심히 보면 비록 '조중동'과 '한경서' 양측이 다 '외눈박이 저널리즘'이었을지언정, 중대한 차이도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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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보도건수 비교 ⓒ 김주완

미국산 쇠고기 보도건수 비교 ⓒ 김주완

우선 5, 6, 7월 3개월 중 '조중동'은 6월에 미국 쇠고기 수입 보도의 1면 보도가 집중됐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6월은 물론 5월의 기사빈도도 '조중동'보다 월등히 많아 이 문제의 이슈화를 이 두 신문이 초기부터 선도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에 나타난 비판대상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는데요. '조중동'이 제목을 통해 '정부'를 비판한 건수는 모두 12건으로 평균 4건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33건과 27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서울신문> 역시 '조중동'보다 많은 8건의 '정부 비판' 제목을 내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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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나타난 비교대상 ⓒ 김주완

제목에 나타난 비교대상 ⓒ 김주완

또 '조중동'은 '촛불시위대와 관련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제목 28건을 내보냈던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서울신문>은 '촛불시위대'를 비판하는 제목이 1건도 없었습니다. '조중동'은 또 '인터넷 괴담 유포자'를 대상으로 16건의 비판적 제목을 달았으나, '한경서'는 전혀 제목에서 비판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기사에서 다양한 취재원을 이용하는 것은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한 척도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기사 한 건당 취재원 수는 역시 <한겨레>와 <경향>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은 1건당 2.4명의 취재원을 이용했던 반면 <서울신문>은 2.1명, <동아일보> 2.0명,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9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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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 이용내역 ⓒ 김주완

취재원 이용내역 ⓒ 김주완

어떤 취재원이 많이 등장했는지를 보면, <조선일보>는 '정부여당' 인사(82.7%)를 가장 많이 이용했습니다. 반면 촛불시위 참가자나 광우병대책본부, 촛불 지지 시민단체 등을 취재원으로 이용한 비율은 22.4%로 6개 일간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촛불시위 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이용한 비율이 31.4%로 낮았으나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단체 인사'를 취재원으로 한 비율은 6.7%로 다른 신문보다 많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정부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이용한 비율이 무려 107.8%로  높았으며, '촛불시위 반대단체' 취재원도 6.7%였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취재원 중 '촛불시위자', '광우병대책본부', '촛불지지 시민단체'가 73.4%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도 '시위관계자' 취재원 이용비율이 67.6%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논문에서 '주관적 판단을 제목으로 올림으로써 갈등을 부추긴 사례'들로 거론된 것들입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권을 비판하는 듯한 제목이라도 시위대의 폭력을 부각시키는 데 활용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이라는 제목이 그렇습니다. 이 주제목의 부제는 '광화문은 한 달 넘게 밤마다 무법천지'입니다. 청와대만 지키지 말고 광화문 시위대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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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판단을 부여한 제목 ⓒ 김주완

주관적 판단을 부여한 제목 ⓒ 김주완

<한겨레>와 <경향>도 주관적 판단을 부여한 제목으로 지적받은 게 적지 않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나도 잡아가라" 시민 불복종 점화>

 

위 제목에 대해 황치성 연구위원은 "본문에서 변해가는 시위행태와 참가자 구성도 촛불집회가 시민불복종 운동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서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관적, 자극적 제목 게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6월 11일자 <경향신문>의 '21년만의 함성, 제2의 민주화' 라는 제목도 문제 삼습니다. "6월 10일에 개최된 촛불시위의 의미를 부각시키려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제목에 게재"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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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과 분열 조장하는 언어? ⓒ 김주완

대립과 분열 조장하는 언어? ⓒ 김주완

물론 관점에 따라 '시민불복종 점화'라든지 '제2의 민주화'라는 제목들이 주관적, 자극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볼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땐 언론재단 연구위원이 양측을 모두 공정(?)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기계적 중립의 강박관념에 빠진 나머지 <한겨레>와 <경향>에 다소 무리한 잣대를 댄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가령 <'100만 저항' 예고>라는 <경향신문>의 제목에는 "저항이라는 자극적인 단어 사용"이라는 지적이 붙어 있습니다. 따옴표까지 한 '저항'이라는 단어가 과연 '자극적'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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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주완 블로그(http://2kim.idomin.com)에도 실려 있습니다.

2008.12.16 14:3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주완 블로그(http://2kim.idomin.com)에도 실려 있습니다.
#촛불집회 #조중동 #한경서 #한국언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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